새전북신문

[선택 & 집중] 시가지 변천으로 본 대야 공간이동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3.07.24 13:12

1970년대에 대야에서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전군가도에서 흙먼지 일으키며 찬란한 카퍼레이드를 펼쳤던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야구부를 잊지 못한다. 그들에게 군산상고 야구부의 카퍼레이드는 생애 최초의 경험이었다. 72년 황금사자기대회에서 군산상고는 부산고에 1:4로 지던 상황에서 9회말에 무려 4점을 뽑아 5:4로 역전승했다. 그리고 4년후인 76년 다시 대통령기를 품에 안았다. 전날 눈물과 환호가 범벅이 되어 날뛰었던 대야 사람들은 전군도로변을 가득 메웠다. 선수들이 전군도로를 거쳐 군산까지 퍼레이드를 펼치기로 했으므로 논에서는 일손을 놓았고 학교는 수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퍼레이드 행렬이 보였다.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묻은 흙도 털어내지 않은 그대로의 싱싱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러한 간헐적 사건 외에 여느 시골과 다를바 없이 조용한 면소재지인 대야는 80년대를 넘기고 90년대를 거치면서 시가지의 중심축이 옮아가는 중대한 변화를 겪었다.#시가지 도로의 변화대야는 농업생산력에 의존한 지역이면서 과거 옥구군의 중심지였던 덕에 학교와 공공시설 등이 몰려있는 시가지의 소비지향성이 병존하는 곳이다. 시가지는 지경리의 백마마을과 산월리의 우덕·백월마을 일부가 면해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대야 시가지 역시 90년대에 비해 몰라볼 정도로 변모했다. 가장 큰 변화는 없던 도로가 생기고 좁은 길이 크게 확장된 점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나 전주-군산 간 산업도로, 전군가도와 같이 국토관리청이 별도 관리하는 큰 도로를 제외하고도 대야에 산재한 도로 노선수는 40여 개, 연장이 75.3㎞에 달한다. 이 중 5㎞만 포장됐을 뿐 나머지는 비포장도로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옛 대야 파출소 자리에 들어선 중심도로. 임피방향 길은 신설됐고 옥구중학교에 이르는 방향은 폭이 크게 확장됐음을 알 수 있다. 옥구중학교 방향길은 예전에 차 두 대가 겨우 교행할 정도로 비좁았으나 지금은 왕복 4차선의 드넓은 길이 됐다. 이 폭과 맞추어 파출소에서 대야초등학교에 이르는 길이 새로 났다. 아직 공사 중인 이 길의 조성으로 대야 중심의 틀이 크게 바뀌었다. 공용버스터미널 옆 옛 옥구군 농촌지도소 앞 길도 확장됐고 이 길의 연장으로 회현가는 길이 신설됐다. 이 자리는 10여 년 전만 해도 길이 없거나 파출소 부근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 곳이었다. 파출소 앞길이 확장되거나 신설되면서 공공기관이 대거 이동,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가지 권에서 빠뜨릴 수 없는 도로가 서해안고속도로와 전주-군산 간 산업도로이다. 시내에서 곧바로 서해안 고속도로 나들목에 진입하도록 되어 있고 산업도로 역시 대야성당 쪽에서 우회전하여 곧바로 진입할 수 있다. #공간변화의 주인공들공공기관 이동을 보면, 대야 시가지의 심장부를 지키던 파출소가 지경교회 인근으로 옮아갔다. 당초 이 자리는 옥구군청이 들어서기로 된 장소로 지금도 넓게 조성된 공터가 있다. 우체국은 공용버스터미널 옆으로 옮겼다. 면사무소는 구 옥구군 농촌지도소 자리로 옮겼다. 농협도 도로쪽으로 건물을 새로 지어 이사했다. 결국 대야 도심이 공용버스터미널 쪽으로 옮아왔음을 알 수 있다.새로 들어선 시설물도 눈에 띈다. 검문소에서 만경 방향 신월리에 대야농협미곡종합처리장이 생겼다. 93년 준공된 이 미곡처리장은 회현·옥구 농협과 함께 브랜드 쌀 ‘군산청정쌀’을 생산하는 현대식 시설이다. 군산 구암교회와 함께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지경교회는 구 예배당 옆에 새 예배당을 신축하였고, 국제규모 수영대회를 치를 수 있는 규격을 갖춘 군산국민체육센터가 신축공사 중이다. 파출소 뒷길이 신설되면서 옥구군 일대에서 명성이 자자하던 5일장의 대야시장이 없어졌다. 나무 기둥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간신히 비를 피했던 장옥이며 장터를 둘러싸고 형성됐던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대신 1일과 6일 대야 장날이면 백월마을 대야약국 앞길이 장사꾼과 손님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파출소 뒷길도 이 길의 혼잡 때문에 신설했다. 우시장은 대야극장 옆에 독립적으로 형성되었으나 지금은 소용이 다해 없어졌다. 지금도 장날이면 이 근처에 가금(家禽)장사들이 몰려 우시장의 기억을 되살려준다.대야역은 위치는 그대로지만 역사(驛舍)는 과거의 모습과 크게 달라져 작은 역의 정취는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 하얀 몸피와 녹색 함석지붕의 대야성당도 새 예배당을 신축할 계획이다. 70년대만 해도 신도가 채 100명이 안되었으나 지금은 450여 명으로 늘어 교회가 비좁기 때문이다.#달라진 학교 구도학교의 변화도 상당하다. 옥구군내 유일한 여자중학교이던 사립 진성여중이 폐교되고 옥구중학교와 통합됐다. 인구가 줄고 옥구군 관내 중학교들이 신설되면서 학생 수가 줄어, 1974년 신설됐던 진성여중은 26년만인 지난 2000년 문을 닫았다. 대야초등학교 뒤에 위치한 옛 진성여중의 운동장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논을 매립하여 교사를 세우고 운동장을 조성했던 이 학교는 비만 오면 운동장에 물이 차서 학생들이 연탄재를 들고 등교하는 진풍경이 수년에 걸쳐 지속됐었다. 1921년에 개교한 대야초등학교는 옥구군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학교로 1970년대 학년당 학급수가 8학급에 학생 수가 2,800명이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전교생이 400여 명 정도로 해마다 50∼60명이 입학하는데 그친다. 대야초등학교 탁구부는 전국 최강으로 30년 넘는 탁구부의 전통이 저력의 근원. 학교의 규모가 줄면서 지역사회에서의 영향력도 크게 줄었다. 과거 대야는 가을운동회나 학예회 등 대야초등학교 행사가 곧 면민의 행사였을 만큼 학교와 지역사회가 밀착되었으나 지금은 소외를 염려할 정도로 학교 쪽이 조용하다. 옥구종합고교는 군산남고로 학교명이 바뀌었다.#대야는 통과(通過) 도시1910년경부터 1970년대까지 대야가 성장해온 배경은 교통의 요지라는 점이었다. 전군도로가 관통하고 김제·만경에서 군산으로 직행하는 중간지점이며 철도역이 있어 사통오달, 통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이 점이 대야가 더 성장하지못하도록 하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대야의 젊은이들은 어려서부터 군산·익산·전주의 문화권에 진입하여 상급학교도 으레 이 지역으로 진출했다. 편리한 교통으로 일찌감치 도시로 나가 상급학교에 다니고 농사 대신 도시적 삶을 선택했다. 1970년대 1만9,500명(2만 명이 못돼 읍 승격이 좌절됐다)이던 인구는 1980년 1만6,500명, 1990년 1만2,600명으로 줄더니 지난해 말 8,438명으로까지 줄었다. 남정근 전 군산문화원장은 “농업에 의존하던 곳이 휴경보상을 받을 정도로 사람이 줄었다”면서 “교통의 요지 대야는 갈수록 정주(定住)공간에서 통과(通過)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공동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희기자 sunny@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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