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세상-로맨틱 홀리데이
조용한 세상-로맨틱 홀리데이
  • 이형렬 기자
  • 승인 2006.12.14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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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선한 외침을 울리는 다소 이색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물 한편이 나왔다. 조용한 세상. 미스터리 스릴러지만 그 이면의 깊은 메시지는 인간애다.

사랑에 실패한 두 여자. 이들이 서로 삶의 변화를 꿈꾸면서 만나는 또다른 사랑이 아주 따뜻하고 푸근하게 전개된다. 사랑과 만남, 인연에는 결코 마지막이란 없다.

△조용한 세상

소녀들이 사라지는 그 곳. 그리고 예정된 듯 벌어지는 소녀들의 실종. 마지막 표적이 된 한 소녀가 작품 전개의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평범한 가정집 드럼세탁기에서, 다세대 주택의 옥상 물탱크에서 어린 소녀들의 익사체가 잇따라 발견된다. 신원미상 어린 소녀들의 죽음. 그러나 현장 목격자도 범인의 흔적도 없다.
남겨진 증거는 소녀들이 발견된 현장마다 남겨진 피에로 인형 뿐이다. 죽은 소녀들의 입가에는 하나같이 인형처럼 슬픈 미소가 남아 묘한 여운을 남긴다.

잔혹한 범죄현장이 일상이 되어버린 강력반 5년차의 김형사(박용우 분)는 항상 용의자 수배전단을 가슴에 품고 다닐 만큼 열정적인 경찰이다.

그는 용의자를 쫓는 현장에서 미스터리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신상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사라진 남자. 붙잡힌 용의자들은 그 남자에 대해 알 수 없는 진술을 하면서 이상한 남자라고만 입을 모은다.

그리고 또 다른 인질극 현장, 김형사는 인질범과 대치하고 있는 그 남자와 다시 마주치게 된다. 류정호(김상경 분)라는 이 남자는 난폭한 용의자를 순식간에 달래 사건을 해결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류정호는 자신이 원치 않아도 타인의 마음이 들리는 능력을 갖고 있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어린시절 자신의 능력 때문에 첫사랑을 잃은 후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한국을 떠났다가 15년만에 귀국해 우연히 위탁아동 수연(한보배 분)을 맡게 된다. 둘은 미묘한 동거를 시작하고 정호는 수연의 맑은 눈동자에서 옛 사랑을 떠올리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세 명의 소녀가 흔적 없이 사라진 소녀 연쇄 실종사건을 쫓던 김형사는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해 위탁보호 중인 수연이 네번째 희생자일 가능성을 두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

그런데 수연의 위탁보호자가 바로 미스터리한 그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혼란스럽다. 그를 용의선상에 올려보기도 하지만 그러던 중 철통 같은 감시에도 수연이 결국 실종되고 수연이를 구하기 위한 김형사와 정호 두 남자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소녀 실종사건을 중심축으로 전개되지만 반경은 그보다 폭이 훨씬 넓다.

사람이 자살한 지하철역에서 퇴근길 지체를 전하는 뉴스, 무너진 가정 속에서 음식 쓰레기를 주워 먹을 정도로 방치된 아이 등을 등장시키면서 사회 일면의 비정함을 고발한다.

위탁아동들의 불우한 환경도 잘 비춰준다. 작품은 제목 ‘조용한 세상’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전하려고 한다.
조용한 세상이란 소외와 폭력에 무심한 사회를 뜻하는 동시에 범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바람이 실려있다고.

영화는 전체적으로 겹겹의 의미를 숨겨놓은 채 미스터리 스릴러의 길을 따라 진행된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은 아직까지 한국영화에서 미완의 개척지다.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치를 깔고 형식이나 기법상으로 이를 추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향한 선한 외침을 내세운다.

조용한 이미지의 두 남자배우 김상경과 박용우가 그 중심에 섰다. 눈여겨봐야 할 소녀 배우 한명도 낳았다. 수연역을 맡은 한보배. ‘복수는 나의 것’에서 송강호 딸 역할을 했었다.

영화의 메시지는 “세상의 온도를 1도라도 높이고 싶었다”는 조의석 감독의 말에서 단적으로 잘 드러난다. 인간애를 특별히 강조하는 휴먼 미스터리 작품으로 기억될만 하다.

러닝타임 107분, 미스터리·드라마·스릴러, 14일 개봉


△로맨틱 홀리데이

올 겨울, 당신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줄 최고의 러브스토리가 시작된다.

L.A에서 잘 나가는 영화예고편 제작회사 사장인 아만다(카메론 디아즈 분)는 아름다운 외모에 넘쳐나는 돈, 화려한 인맥 등 누가봐도 성공한 여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부족할 것 없는 그녀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는데 바로 마음처럼 되지 않는 연애문제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남자친구는 회사의 어린 직원과 바람이 나고, 그녀는 이 모든 상황이 끔찍하기만 하다. 영국 전원의 예쁜 오두막집에 살면서 인기 웨딩 칼럼을 연재하는 또다른 여인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 분). 그녀는 순수하고 착한 심성을 지닌 아름다운 여인이지만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녀와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른 여자와의 약혼을 덜컥 발표한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은 자신의 삶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6,00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두 여자는 온라인상에서 ‘홈 익스체인지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를 발견하고, 크리스마스 휴가동안 서로 집을 바꿔 생활하기로 한다.

L.A와 영국으로 날아간 아만다와 아이리스. 예쁜 오두막집에서 오직 혼자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마음먹고 있던 아만다에게 아이리스의 매력적인 오빠 그레엄(쥬드 로 분)이 불쑥 찾아온다. 첫눈에 호감을 느낀 둘은 조심스럽게 데이트를 시작하지만 그레엄은 자꾸만 아만다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 반면 L.A로 간 아이리스는 아만다의 친구이자 영화음악 작곡가인 마일스(잭 블랙 분)를 만난다. 아이리스 역시 푸근한 외모와 따뜻한 유머감각을 지닌 섬세한 감수성의 마일스와 서로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 영화는 부족한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채워가는 이야기이다. 행복한 기분이 전염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포근한 작품이다.

‘왓 위민 원트’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을 연출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이어스 감독은 늦깎이로 데뷔한 감독으로 모든 영화의 각본을 자신이 직접 쓴 50대 후반의 여성 감독. 진취적이고 솔직한 여성들의 로맨스를 그려오고 있는 대표적인 주자로 손꼽힌다. 이 작품 역시 상처받고도 씩씩하게 일어서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아만다와 아이리스는 여성이자 영화인으로 살아온 낸시 마이어스 감독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인물임과 동시에 하나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리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놓쳐서는 안될 깜짝 보너스 인물도 있다. 아만다의 LA 집 이웃이자 전설적인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아더 역로 등장하는 ‘황야의 7인’의 노배우 엘리 월러크와 아이리스와 마일스가 함께 간 할리우드 비디오 가게에서 카메오로 등장하는 배우, 더스틴 호프먼이 그들이다.

러닝타임 135분, 멜로·애정·로맨스, 13일 개봉.

/이형렬기자 hrlee@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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