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타 기계와 꽃청춘
졸타 기계와 꽃청춘
  • 김회경 객원전문기자
  • 승인 2007.02.08 14: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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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이라... 땡땡땡파크로 겨울방학수련회를 떠난다. 이제 갓 스물, 스물하나가 된 '아해'들을 이끌고 서른넷이 된 내가 앞잡이가 되어 땡땡땡파크로 놀러간다.

요즘 신문사는 여인천하다. 편집국장 타이틀을 단 나로부터 학생기자들에 이르기까지, 올해에는 급기야 14명 중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들로 꾸려졌다. 이건 뭐, 보나마나 재미는 물 건너 갔다.

아니나 다를까, 유치원생 소풍나온 마냥 왁자지껄, 시끌벅적 생머리가 아플 정도다. 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걸로 웃고 뛰어다니고 소락대기를 질러대느라 홍천바닥이 다 들썩인다.

휴..., "야! 번호표 뽑아서 순서대로 얘기해! 머리땡이 아프다"

이런 나를 애들이 좋아할 리 없다. 이번 수련회에서 점수 좀 따려고 했는데,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다. 술도 안 마시고, 참 잘도 논다. 희한하다.

나는 홍천에서의 1박 2일동안 '놀러' 나온 게 아니라, '회한'에 잠긴 늙은이처럼 뒤쳐지기 시작했다. 자, 힘을 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신경쓰지 않는데, 나 홀로 30대와 20대라는 편견을 굳건히 앞세우며, '여전히 젊고 생동감있는 나'를 좀먹고 있음이야.

소용없다. 재미가 없다. 아무리 귀 기울여 그들의 농담 코드에 집중하려 해도 나는 하나도 안 웃긴다. 하나도 안 신난다.

밥 먹을때도 애들이 말을 안 걸어준다. 흥, 나도 됐다...... 아니, 안 됐다.

꼭 싫어서만이겠는가, 저 아이들도 나만큼이나 어색하고 어려운가보다. 내가 너무 무거워서일까, 권위적이어서일까, 보수적이어서일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으악~, 꺄르르르륵~~, 호호히히, 낄낄낄.... 눈썰매장을 점령한채 스무살 꽃청춘들이 뒹굴고 자지러진다. 나는 늙은 퇴기처럼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홀짝인다.

나의 스무살도 저랬을까. 저들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진 않았을걸? 저만한 시절에 동기들과 찍은 사진 한장이 오버랩된다. 저울에 달아보면 한 눈금도 안 틀릴게다.

술이나 한 잔 걸치지 않는 한, 그닥 신나는 일도, 재미난 일도 없는 내게, 지금 저 천둥벌거숭이 같은 20대들은 내 하잘 것 없는 유치한 질투를 부채질하는 악의 무리들!

갑자기 톰 헹크스가 주연한 좀 오래된 영화 <BIG>이 생각난다. 아이가 황당한 졸타기계의 힘을 빌려 어른이 되어 동심을 통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다는 내용의 줄거리.

눈썰매장 옆에서 꼬마들이 바이킹을 탄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혹 거꾸로 20대 꽃청춘으로 돌아갈 만한 기계가 있지는 않을까, 쓸데없는 상상을 하다 다시 캔맥주를 홀짝인다.

졸타 기계가 나를 20대로 되돌려주겠다고 한다면, 돌아갈 수 있을까?

에이, 아니다. 난 안 가련다. 나는 지금이 좋다. 저 웃음들 속에 질풍노도, 번뇌는 왜 없을것인가. 일주일에 2~3일은 신문 만든다며 날을 새고, 왜 사는가, 뭘 하고 살아야 하는가 정답이 없는 화두들로 괴로워했던 시절. 그나마 지금이 좋다. 편하다.

"얘들아~! 나도 한번 타자"

"시간 다 됐어요~"

"이룬... 4가지들!"

/전북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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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그리워 2007-02-11 10:47:56
학창시절 M.T생각난다. 나두 놀러 가고 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