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사람] 등대지기 지길선 소장
[일터와사람] 등대지기 지길선 소장
  • 김성아 기자
  • 승인 2007.03.22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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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3시간 20분 정도 들어가면 ‘아! 푸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섬, 어청도(於靑島)에 도착한다. 바다 위에서도 오랜 세월 바닷바람과 거친 파도에 맞서 풍화된 절벽과 그 위의 흰 등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1912년 3월, 처음 불을 밝힌 뒤 한 번도 꺼지지 않은 어청도 등대(어청도 항로표지관리소). 오늘도 군산항과 우리나라 서해안의 남북항로를 통항하는 모든 선박들을 위해 불을 밝히고 있다. 그곳에서 기상상태를 살피느라 분주한 등대지기 지길선(57) 소장을 만났다.

“등대지기란 말은 1988년부터 사용하지 않아요. 공식명칭은 ‘항로표지관리원’입니다. 등대는 항로표지관리소라고 불러야 합니다”라며 명칭부터 바로잡아주는 지길선 소장. 흔히들 등대지기로 불리던 사람들은 해양수산부 군산지방해양수산청 소속의 기술직 공무원들이다.

▲ 군산시 어청도 등대 등대기지 지길선 소장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김성아기자 tjddk@sjbnews.com
컴컴한 바닷길을 밝히는 한 줄기 희망, 광풍에 홀로 맞서는 고독과 용기의 상징하기도 한 등대는 항해선박이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표이다. ‘항로표지’가 목적인만큼 통신, 전기 등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등대는 그저 불빛만 내보내지 않는다. 안개가 낀 날, 악천후에는 전파와 소리로 선박들에 24시간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지씨는 “요즘은 소형선박이라도 위성항법장치(GPS)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어요. 예전만큼 불빛, 즉 등광(燈光)의 의미가 크지는 않아요. 하지만 등대는 바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요.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한줄기 등대 불빛은 항해사들에게 자신감과 안도감을 주거든요. 바다가 사라지지 않는 한 등대는 서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겁니다”라고 등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어청도등대에는 지씨를 비롯해 3명의 등대지기가 일한다. 3명이 교대로 하루 24시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등대에 불을 밝힌다. 하루에도 몇 차례 어청도 인근 해상의 바람의 세기, 파고 등 기상상태를 파악하고 기상청이나 군산해양수산청에 보내는 것 역시 등대지기의 몫.

어청도 근무만 이번이 세번째인 지씨는 등대지기를 동경해 85년 입사한 후 22년 동안 뱃길을 지켰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어청도와 격렬비열도(무인도), 말도 등 전라북도 유인등대를 모두 거쳤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홀로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의 삶은 기다림과 외로움의 대명사로 사람들에게 모습은 왠지 모를 센티멘털리즘(감상주의)을 자극하지만 지씨는 시대가 변한만큼 등대지기의 삶이 마냥 고독하지 않다고 말한다.

“예전에야 직접 발전동력기를 돌리고 사람들이 찾아 올 수 없어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인터넷 등 정보를 접할 기회도 많고 시설도 그때보다 많이 갖춰져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고립된 삶을 살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는다는 그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봐주지 못한 것이 제일 가슴이 아프죠. 그런데도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는 가족들이 있어 항상 힘이 나요”라며 미소를 짓는다. 어느 직업이나 그렇지만 특히 자신과의 싸움이 많은 등대지기는 사명감 없이는 안 된다고 말하는 지씨와 그의 동료들은 매 순간 보람을 느낄 만큼 이 일을 천직이라고 여긴다.

첫 발령지가 어청도였던 지씨. 그래서인지 가장 애착이 간단다. 섬마을 사람들을 모두 다 알고 지낼 정도로 이곳에 애정이 많은 지씨는 예전에 비해 활기가 없어진 천연항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동해쪽으로는 등대가 관광화가 많이 됐는데 아직 서해는 지리적으로 접근이 불편해 절경이 뛰어난데도 사람들의 찾지 않아요. 이곳도 관광화가 돼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는데...”

어청도의 한 주민이라고 자신을 말하는 지씨는 쉬는 날에도 등대 주변에 직접 나무를 심고 뭍에서 사람이 오면 직접 안내도 한다. 밤바다의 어둠속에서 등대가 ‘희망의 불빛’역할을 하듯 지역주민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등대지기로서의 삶을 이곳에서 마치고 싶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넓은 바다와 한줄기의 빛을 보며 삶의 희망과 위안을 얻고 갔으면 좋겠어요”라며 소박한 소망을 전했다.

<어청도 등대>전라북도의 유인등대는 현재 말도와 어청도 단 두 곳뿐이다.

그 중 어청도는 지난 2003년 12월 종합정비를 마쳤다. 현재는 일반 시민들에게 숙소를 개방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는 시민들의 쉼터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어청도의 등탑의 높이는 15.7미터로 백색의 원형 콘크리트 구조이며 조형미를 살리기 위해 등탑 상부를 전통 한옥의 서까래 형상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주변의 돌담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바다와 너무 잘 어우러져 다른 등대보다 그 자태가 더 아름답다.

어청도 등대는 고도 61m에 위치, 약 37㎞ 떨어진 바다에까지 그 등광(燈光)을 비추고 있다. 광달거리는 지리적으로 20마일 정도다. 이곳은 FL(1) W12S, 즉 흰색(W) 섬광(FL-fiash)이 12초에 한 번 깜박거린다는 말이다. (등대 불빛이 깜박거리는 횟수는 지역마다 다르다.)

/김성아기자 tjddk@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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