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10년간 마음을 빚는 도예가 유애숙씨
[일터와 사람]10년간 마음을 빚는 도예가 유애숙씨
  • 김성아 기자
  • 승인 2007.06.28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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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예가 유애숙.
전통이 배여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주시 교동. 오래된 건물이 즐비한 이곳 한편에 정성을 빚는 이가 있다고 해서 찾았다. 20여 평의 나지막한 천장아래 투박한 도자기들이 가득 널려있어 발 디딜 틈이 없다. 이곳이 바로 생활도자기를 빚어내는 도예가 유애숙씨(42)의 작업실 ‘토경’이다. 좁은 작업실 안에는 초벌구이를 마친 자기에 유약을 바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작업실 맨 안쪽에 자리한 전기 가마에는 정성으로 빚어낸 자기들이 1000도가 넘는 가마 속에서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공과 불의 혼이 타는 그 열기가 더운 여름 한 낮의 열기마저 무색케 할 정도로 뜨겁다.

“좀 덥죠? 하지만 가마에서 그릇이 나오는 순간 그 기분이 얼마나 황홀한지 모를 거예요. 같은 유약을 발라도 가마의 위치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오거든요. 물론 전기 가마기 때문에 오묘한 색을 도자기에 입히는 전통 가마에 비할 순 없어요. 불도 하나의 혼이 있다고 믿는 거죠. 한 번 가마에 넣으면 어떤 색의 도자기가 나올지 모르거든요. 저희는 이걸 불심의 조화라고 불러요”라고 말하는 유씨의 이마에는 어느덧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유씨는 전기 가마를 이용할 때는 ‘불심의 조화’를 느끼기 쉽지 않다며 큰 도자기를 구울 때는 가스 가마나 전통 가마를 찾는다고. 하지만 여도공이 운영하는 전통 가마가 없을뿐더러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전통 가마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해 교통사고를 당한 유씨는 아직 재활 치료 중이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지만 제자들의 작품을 도와주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설 만큼 제자 사랑과 도자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녀는 유약의 농도를 맞추고 바르는 일부터 가마에 도자기를 넣는 일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넘어 가지 않고 직접 챙긴다.

"흙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져요. 부드러운 흙으로 숨 쉬는 그릇을 만든다는 게. 일상에서 쉽게 쓸 수 있어서 전통 도자기 보다는 생활도자기가 더 매력 있어요. 정성들여 빚은 찻잔에 좋은 사람들과 차 한 잔... 생각만 해도 좋지 않나요."

도예가 이전에 한 가정의 주부이기에 그릇의 쓰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유씨. 그래서 인지 그녀는 도자기를 빚을 때 실용성을 가장 중요시 한다고.

유씨는 개인 작업실인 토경뿐만이 아니라 7년 전 많은 사람들에게 생활도자기를 알리고 함께 만들기 위해 고사동에 ‘반메’라는 이름으로 공방도 운영하고 있다.

10여 년 전 취미로 시작해 업으로 삼기까지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도자기를 빚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욕심을 버리는 법을 익혔다는 유씨. 그녀는 가마에서 도자기가 깨지더라도 속상하지 않다며 도예가로서의 첫걸음이 마음을 비우는 법을 익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산이 한 번 변하는 동안 그녀가 부린 욕심이라면 좀 더 다양한 기법을 배우기 위해 백제예술 대학에 진학한 것뿐이란다.

“이상하게 도자기를 빚거나 구울 때는 욕심이 없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는 욕심이 생겨요. 초벌 작업 후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서양화, 동양화도 배워야 하고... 10년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증거죠”라며 시종일관 겸손하게 말하는 유씨.

그녀만의 기법을 묻자 그녀는 물레를 이용해 도자기를 빚는 것보다 점토를 우동가락처럼 밀어 쌓아올리는 코일링 기법(흙가래 기법)으로 도자기를 빚어내는 것을 선호할 뿐이라며 미소 지었다.

“도자기가 곱게 빚어지지는 않지만 손맛에서 오는 특유의 투박함과 소박함이 묻어나기 때문에 코일링 기법을 좋아해요. 나만의 기법이라고 해서 틀에 가두고 싶지는 않아요. 단지 선호하는 정도로만 큰 틀을 세울 뿐이죠. 저는 흘러가는 대로 제 혼을 빚는 도예가가 되고 싶어요.”

투박한 도자기만큼 그저 주변 사람들과 정성 드려 생활도자기를 빚고 싶은 유씨의 마음이다. 그녀는 앞으로 새로움을 시도한 도예전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전했다.

 

<Tip>

생활도자기 배우고 싶을 때는>반메, 토경에서는 수시로 수강생을 모집한다. 일주일에 3회, 수강생에 맞춰 강의를 하기 때문에 언제든 문을 두드리면 된다. 수강료는 한 달에 5만원. 단, 재료비나 가마를 사용료는 포함되지 않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수강문의: 251-8589)


<도자기 만들 때 주의할 점>

*유약작업을 할 때 도자기 맨 밑바닥에 묻은 유약은 반드시 닦아 내야 한다. 가마에 넣고 구울 때 유약이 놓아 잘못하면 붙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젖은 스펀지로 닦아내면 쉽고 빠르게 유약을 닦을 수 있다.

*전기 가마에 도자기를 구울 때는 천천히 식혀가면서 문을 단계별로 열어야 한다. 갑자기 문을 열어 찬바람이 들어가면 애써서 구운 도자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김성아기자 tjddk@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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