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만난 사람]황안웅 원광대 대학원 교수
[한가위에 만난 사람]황안웅 원광대 대학원 교수
  • 이강록 기자
  • 승인 2007.09.20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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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대상 한학강좌 황안웅 교수.

"하늘은 모양새가 잡히지 않아요. 그러나 굳이 나타내자면 팔 벌린 사람(大)의 머리 위를 덮고 있는 것(一)이 곧 하늘(天)입니다."

이처럼 쉽지않은 내용을 머리속에 또렷하게 이해되도록 쉽게 강의하는 시민교양강좌가 문화가에 잔잔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바로 황안웅교수(64)의 강좌다. 황교수는 원광대 동양학 대학원에서 음양오행론과 동양고천문을, 성균관대에서 설문해자와 주역을 강의중이다.

하지만 황교수는 제도와 격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요즘엔 대학강의는 줄이고 시민교양강좌를 통해 자유롭게 후학들을 가르친다. 수강생은 주부에서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사업가, 대학교수, 방송인등 다양하다. 전주에서는 몇년 전부터 시작해서 현재 전주문화원과 전주 문화정보114에서 각각 매주 1회씩 천자문, 대학장구, 설문해자. 주역등을 강의한다. 또 서울은 물론 대구까지 원정, 시민교양강좌를 열고 있다.

황교수는 하늘에 대한 풀이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하늘은 지극히 높은데 몸으로 비유해 말하자면 ‘이마’(顚)이며, 하늘은 지고무상하기로 '백성은 먹이를 하늘로 삼는다.(民, 以食爲天)'고 합니다." 바로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나오는 천전야 지고무상 종일대(天 顚也. 至高無上 從一大)에 대한 풀이다.

황교수는 추석의 어원을 밝히면서도 동양식 예법과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춘조일 추석월(春朝日, 秋夕月)이라 했잖아요. 예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추석에 햇곡식으로 술을 빚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 추석은 곧 지지로 유(酉)에 해당하기 때문이지요."

"가르치다라는 말을 보세요. '가르다+치다'입니다. 가르다는 것은 곧 선과 악을 구분한다는 말이고 이것이 곧 조상의 뜻(孝)이 됩니다. 오늘날이라면 역사성을 말하는 것쯤으로 보면 될까요. '치다'는 곧 매를 친다이다. 곧 효를 매로 가르치는 것이 교(敎)이다."

이처럼 황교수의 강의는 주로 설문해자식이어서 쉽고 재미있다.' 글(文)은 밝히고 글자(字)는 나눠보자는 것'이 바로 설문해자의 취지다.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의사소통 수단의 발달을 살펴보면 순서가 있다. 처음에는 소리가 있었고, 다음에는 소리가 약속으로 굳어진 말이 있었다. 그 다음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을 수 없는 소리나 말이 점차 글(그림)로 굳혀져 이른바 ‘문자’(文字)가 이뤄지게 됐다.

"글은 곧 그림이에요. 그렇기에 문자마다 소리(音)와 말(義)과 모양(形)의 세 가지 요소가 있어요. 마치 어느 한 사람에게 이름과 성질, 모양이 제각기 다르듯 모두 다르게 갈무리지어 있는 것이지요. "

그렇다면 문자를 익힘에 있어서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까? 물론 글이 곧 그림이라는 특성상 ‘모양’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첫째요, 다음이 쓰임새로서의 ‘뜻’에 관한 이해이며, 그 다음이 읽기로서의 ‘소리’에 대한 익힘이다.

"요즘 시원찮은 옥편에는 부수가 214자인 경우가 많이요. 하지만 제대로 된 옥편은 540부(部)가 나옵니다. 당시 통용된 모든 한자 9,353자를 540부로 분류하고 이를 풀이한것이 설문해자예요. 540부만 제대로 알아도 웬만한 한자의 계통은 다 꿸수가 있어요."

이처럼 구체적으로 문자를 익히려면 소리와 뜻과 모양을 꼼꼼히 하나하나 살펴야 한다. 나아가 단독무늬로서의 ‘문(文)’을 적절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글과 글이 합쳐 만들어진 ‘자(字)’를 분해하여 알려주는 것이 곧 설문해자를 통한 가장 빠른 한자의 학습 방법이다.

황교수의 강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식이다. 자연히 수강생들은 원리를 터득하게 된다.

"한(漢)나라때의 석명(釋名)이란 책을 보면 별(星)은 '별야(別也)'로 돼 있습니다. 또 있어요. 바다는 곧 '받아들인다'의 준말이지요. 바다가 강물을 거부하는 것 봤어요? 해불양수(海不讓水)라 하지 않아요."

"이처럼 우리말 가운데는 어원이 한자인 경우는 아주 많다는 것이 황교수의 설명이다. 따라서 마치 한문을 배우면 남의 나라 말을 배운다고 하는 인식은 편협하고 닫힌 사고방식이라는 지적이다.

황교수는 제자들 특히 주부들에게는 꼭 숙제를 내준다. 기초 540자를 반드시 자녀들에게 가르쳐주면서 익히라는 숙제다. 가르쳐주다 보면 절로 익혀진다는 원리에서다.

"오늘날 한문교육이 소홀한것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무조건 서양식 학문만이 능사인줄 알고 있으나 오산이예요. 특히 기초적 사고력을 늘리는 데는 한문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어요. 아직까지 사용중인 가장 오래된 문자로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사고법이 녹아있다는 얘기지요."

황교수는 오늘날 윤리나 도덕이 실종되는 것도 이성과 감성을 도덕적으로 적절히 추스리고 조화시키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황교수는 한자교육만 제대로 했어도 이처럼 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이성적 발달과 훈련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감성을 추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자는 지식의 전달보다는 정서적 안정과 조화에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굳이 사서삼경이 아니라 천자문에도 자연과 인생의 깊은 가르침이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심(甚)자는 甘(감)과 필(匹)로 이뤄진 글자입니다.

감은 곧 식욕,을 필은 곧 색욕을 나타낸 것으로 곧 천성입니다. 맹자에 나오는 풀이지요. 그런 것을 마치 프로이드가 새로 발견한 양 떠드는 것이 서양식 사고만을 숭배한 결과 아닙니까."



<황교수 프로필> 1943년 生

구한말 애국지사 매천 황현선생( 황희정승 후손)의 집안에서 태어나 유년시절부터 한학 수학함

원광대 불교학과 졸업



<경력> 전북도 문화재 전문위원 (1983 ~ )

지리산 실상사 화엄학림 강사 (1991 ~ 1997)

계룡산 동학사 불교대학 강사 (1993 ~ 2002)

SK 학술 위원회 교양분과위원장 역임 (2004 ~ 2006)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강의 (2005 ~ 현재)

현 원광대 동양학 대학원 교수



<저서 및 논문>

<정충록(旌忠錄)> (임진공신 황진장군 기록)

<김 삼의당 시문집> (조선 후기 여류문집)

<노자의 학문적 계통>

<육조혜능의 선사상>외

<'에덴동산을 떠나며' 이병천 작가>

본보 연재소설 ‘에덴동산을 떠나며’의 이병천 작가도 황교수에게 강의를 듣고 있다. 황교수 강의에 대해 느끼는 바가 커서 소설 일부를 미리 소개해 달라며 원고를 보내왔다.


‘설문해자(說文解字)’ 를 통해서 보면 ‘정치(政治)’의 ‘정(政)’은 바르게 되도록 회초리를 쳐서 지도한다는 뜻이 숨어 있는 글자다. ‘바를 정(正)’자의 옆의 글자는 ‘글월 문(文)’자가 아니라 ‘칠 복’자이다. 소를 친다는 ‘목(牧)’자도 그렇게 만들어 졌다고 한다. 말하자면 국가의 이념을 밝히는 것이다. 그 반면에 ‘치(治)’는 그냥 흔히 다스릴 치라고 읽지만 결코 그렇게 단순한 글자가 아니다. 우선 오른쪽 위의 세모꼴 글자는 콧구멍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밑의 네모꼴은 목구멍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게 합쳐져서 목숨이 된다. 그 왼쪽에 ‘삼 수(水)’변이 있으니, 목숨을 물처럼 부드럽게 해준다는 뜻이다. 목숨을 부드럽게 하는 일, 그게 바로 복지실천이다. 굳이 더 비유를 하자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막에 가서 막걸리 한 되를 받아오라고 시킨다면 그게 곧 ‘정(政)’이며 막걸리를 사고 남은 잔돈은 용돈으로 가져도 좋다고 베푸는 일이 바로 ‘치(治)’다. 그러니 치(治)를 베풀지 않고서는 정(政)을 실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목숨을 부드럽게 하는 일의 으뜸은 무엇일까? 그건 두말할 나위 없이 배를 곯게 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옛글에도 일렀다. 민(民)은 이식위천(以食爲天)이니, 백성은 먹는 일로 하늘을 삼는다고.... 그런데 먹는 일이 하늘이라면 백성들은 무엇으로 땅을 삼는 것인가? 그게 바로 이필위지(以匹爲地), 곧 짝을 지어 사는 일이다. 짝을 지을 ‘필(匹)’자는 남자와 여자가 위아래로 서로 몸을 포갠 형상이다. 그렇듯 지상의 모든 것들은 짝을 지어 자손을 퍼뜨린다. 그러니 짝을 짓게 하는 게 땅의 일이 된다. 백성들에게 천지(天地)가 별 것이던가? 먹고 나서 짝을 짓고, 다시 배가 고파지면 먹고 나서 또 짝을 짓는다. 그게 그들의 하늘과 땅이다. 오다혜도 그리고 나도, 명백하게, 다솜터의 백성이다.

<‘에덴동산을 떠나며’ 35회분 내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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