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여밀 정도로 제법 쌀쌀한 날씨다. 덩그러니 자리 잡은 전주지방법원의 공기는 쌀쌀한 기운마저 되돌려 놓듯 긴장감만 맴돌 뿐이다. 항상 이곳을 지날 때마다 느끼는 괜한 편견이기도 하다.

또 ‘정의’라는 두 글자 때문인지 법원은 우리들에게 비장함을 갖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전주지방법원이 영화 속에 자주 나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최근 스크린에 비춰지는 법정 씬 대부분이 이곳에서 촬영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바람난 가족, 신석기 블루스, 너는 내 운명 등 그 외에도 뮤직비디오나 각종 드라마에 나오는 법정이 바로 전주지방법원이다.

특히 월드 스타 김윤진이 주연, 현재 극장가에서 관객 몰이를 하고 있는 ‘세븐 데이즈’ 역시 이곳 전주지방법원에서 촬영됐다.

의뢰인의 편에 서서 100%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 중인 변호사 지연(김윤진 분). 성공한 변호사지만 딸에게는 한 없이 부족한 엄마다. 딸에게 잃은 점수를 만회할 겸 찾아가 운동회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딸을 유괴 당한다.

유괴범은 공판이 7일밖에 남지 않은 살인용의자를 석방시키지 않으면 딸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지연은 마냥 슬픔에만 잠겨 있을 수 없다.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 직업적 사명감이 아니라 무조건 무죄판결을 받아 내야 한다.

<촬영 뒷얘기>

△영화인들이 전주지방법원을 찾는 이유

까다로운 감독들도 전주지방법원을 찾아 왔을 때 단 한 번도 인상을 찌푸린 적이 없다. 법원이 갖고 있는 느낌을 제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트장을 짓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세월의 무게까지 흉내 낼 수는 없다.

이곳을 찾는 감독들은 “법원들도 새 건물로 바뀌고 있지만 전주지방법원은 구·신 건물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더욱이 전주지방법원은 높은 천장을 갖고 있어 다른 그 어떤 장소보다 영화 촬영하기에 적합하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전주지방법원의 ‘문화적 마인드’다.

법원은 촬영하기 힘든 곳 중에 하나로 꼽힌다. 국방부에 이어 허가를 받는 데 쉽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법원이 비어 있는 주말에는 촬영을 허락하고 있다. 전국에서 호의적인 곳은 이곳뿐이라고 영화인들은 말한다.

전주지방법원 사람들은 “법원의 딱딱한 이미지도 벗고 또 전주지역의 문화적 마인드를 알리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하지 않냐”며 “언제든 영화촬영 장소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개봉한 뒤 시사회를 갖는 이유는

전주영상위원회에서 오는 21일 오후 8시 40분 롯데시네마에서 ‘세븐 데이즈’ 시사회를 갖는다. 이례적인 일이다. 개봉한 영화가 뒤늦게 시사회를 한다는 점이.

이번 시사회는 영상위에서 전주지방법원에 고마운 뜻과 문화 마인드를 알리기 위해 특별히 마련했다.

영상위는 “법원이라서 항상 촬영할 때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다”며 “하지만 항상 환영해주는 법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sjbnews.com

/도움말 이세리 전주영상위 로케이션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