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서울대 재학생 트로트 가수 '현자'를 만나다

기사 작성: 소수정 기자 - 2008.01.09 18:35

서울대 출신 유명 연예인은 김태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트로트 가수 현자(42·본명 양미정) 역시 서울대 재학중으로 노래에 지성까지 인정받아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다.

9일 새전북신문 본사에서 만난 현자는 “방학을 해서 잠깐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기말고사 중 마지막 과목을 망쳐 결과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내년에 꼭 졸업해야하는 데 학점이 나쁠까 걱정이다”고 근황을 전했다.

힘있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히트곡 ‘사랑을 몰랐네’를 부르며 청중을 압도할 때와는 또다른 영락없는 평범한 노력파 대학생의 모습이다.

광주광역시가 고향인 그는 지난 1984년 서울대 가정학과에 입학했지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해 1년 만에 학업을 중단하고 일에 뛰어 들어야했다.

그는 “당장 가족의 생계를 이끌어야하는 데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요. 어렸을 때 동네 노래자랑에 나가 온갖 살림살이를 상품으로 타오던 실력을 믿고 밤무대에 뛰어들었죠”라고 노래를 시작한 20년 전을 회상했다.

그런 그가 다시 공부에 대한 꿈을 키운 것은 지난 2006년, 밤무대 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며 역량의 한계를 느끼면서부터다.

“방송은 노래만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말솜씨도 좋아야 하고 공부도 많이해 내공도 풍부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서울대에 문의한 결과 만 20년 안에 재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1번 주어진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길로 소비자아동학부 2학년으로 재입학, 올해 4학년 졸업반이 된다.

“만학도지만 조카같은 과 동기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며 노력한 탓에 지금은 컴퓨터로 레포트를 작성하고 파워포인트로 발표하는 것까지 거뜬하다”고 뿌듯해하는 그다.

욕심많은 그는 올해 계획도 짱짱하게 세워 놓았다.

가을 교내 축제에서 콘서트를 열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수익금을 나누어 주는 것과 좋은 학점으로 졸업하는 것, 그리고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로 5년 동안 교제해온 예비신랑(47)과 화촉을 밝히는 것이다.

그는 “늦은 나이에 공부하면서 수동적이었던 일상이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바뀌었다”며 “앞으로도 노래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멋진 가수로 다시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자는 1996년 남인수 가요제와 이듬해 서정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얼굴이 알려졌다.

2004년 1집 ‘람바다 춤을’을 발간했으며 현재는 2005년에 낸 2집 ‘사랑을 몰랐네’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국노래자랑과 성인가요 프로그램에 출연중이다.

/ 소수정기자 sjso@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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