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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16>더 차일드
2008년 01월 17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매 영화마다 사회문제와 소수자를 다루고 있는 다르덴 형제는 60년대 벨기에 노동 운동의 격변기 속에서 성장하였다. 그들은 영화의 정치적 · 예술적인 측면을 동시에 활용하면서 노동자, 빈민층, 이민자 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86년 <거짓>을 제작하면서 극영화로 전환하였으나, 여전히 다큐 제작 당시의 주제를 다루며 극영화 속에서 진실에 가까운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 from a distance ; 가난한 사람들이 세상을 이룬다.

하늘 저 멀리에서 독수리의 눈으로 내려다본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 다르덴 형제는 세상의 다수를 차지는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영화로 구성한다. 소수자의 삶에는 성찰과 거리두기가 없다. 관념을 끌어안기에 현실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거리에서 부유하는 소매치기에게 자신의 아기 역시 거래하는 ‘물건’으로 전락한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 ‘본능’으로 일반화되어 있는 - ‘숭고한 부성애’가 부재했던 십대의 브뤼노, 그는 자신의 행위가 끔찍한 범죄 행각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여자 친구 소니아가 아기를 거래한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고, 브뤼노를 경찰에 신고한 후에야 ‘자신에게 부재했던 감정’을 배운다. 마지막 보루처럼 찾아간 어머니에게 형식적인 염려의 답을 들어야 했던 브뤼노, 그에게 가족애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랑의 방식이다. 그럼에도 브뤼노와 소니아가 보여주는 사랑은 눈물겹다. 간난아이와 함께 브뤼노를 찾아 나선 소니아가 화면에 툭 튕겨져 나오듯이 엔딩에서는 부뤼노와 소니아의 이마를 맞댄 모습에서 그들 안에 가득한 사랑이 통곡으로 새어 나온다. 시작처럼 끝도 알 수 없는 냉혹한 현실에 던져진 존재, 선악의 이분법으로 분리될 수 없는 군집, 그것이 이 세계를 구성하는 다수의 삶의 방식이다.



- 비상구 ; 현실의 무게를 비켜설 수 없는 사람들의 희망

프랑스인이 아닌 다음에야 진실만을 보기 위해서 영화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르덴 형제는 픽션의 세계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담아낸다. (이창동이 박하사탕에서는 마지막 절규와 함께 죽음을 택하게 했지만, 오아시스, 밀양에서는 작고 남루하지만 ‘은밀한 희망’이라 불러도 좋은 장치를 통해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처럼) 그들은 나약한 인간을 묘사하고 있지만, 파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다르덴 형제의 미덕은 거기에 있다. 브뤼노는 자신의 점퍼와 똑같은 것을 구입하여 소니아에게 입히고, 핸드백 절도 끝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속에 숨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문제가 생긴 동료 스티브의 다리에 온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자신 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것, 지켜주어야 할 대상이 있다는 것이 현실의 무게를 비켜설 수 없는 사람들의 비상구다.



- 음악 없는 영화 ; 음악이 감정잉여를 만든다.

오랜 세월 영화를 보면서도 음악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다르덴 형제의 <아들>과 <차일드>를 보고 난 이후 한동안 다른 영화의 음악들이 소음처럼 신경을 건드렸다. 온전히 화면의 상황 속에 마음 길을 열어두고 싶은데, 과도한 BGM은 앞서 느낄 것을 강요하는 ‘약한 폭력’과도 같았다. 헐리웃 영화의 스펙타클한 화면 전개와 사운드는 숨결 고를 여백을 앗아간다. 영화를 구성하는 절대적인 요소들이 사실은 ‘절대적’이지 않음을 확인한다.

다르덴 형제는 자신들을 “네 개의 눈을 가진 한사람” 이라고 표현했다. 한동안 코엔 형제가, 드라마 쾌걸 춘향과 환상의 커플 이후엔 홍자매가 부럽더니 이제는 철저히 주제의식을 공유하며 뛰어난 작품을 생산하는 다르덴 형제로 옮겨갔다. 단지 피붙이라서 부러운 것이 아니라, 공동 창작이 가능한 인간적 · 생산적 연대와 신뢰가 가능함에 대한 선망이다.

/김혜영 객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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