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스키 패트롤 김기훈씨
[일터와 사람]스키 패트롤 김기훈씨
  • 임병식 기자
  • 승인 2008.01.31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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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리조트를 찾은 스키어와 보더들이 설원을 누비고 있다.
오전 7시. 무주의 겨울 아침은 아직 어둠속에 있다. 이불속의 온기를 즐기고 싶은 욕망을 가까스로 누른 채 김기훈씨(35)는 매일 오전 6시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집을 나선다. 목적지는 무주리조트. 목덜미를 파고드는 추위가 여간 매섭지 않다. 무주읍에서 리조트까지는 자동차로 30여분. 새벽 길을 음미하듯 달린다.

무주 토박이인 그에게도 이 구간은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겨울산은 한 폭의 그림이다. 향적봉 아래 그림처럼 펼쳐진 무주리조트가 일터다. 김씨의 직업은 ‘스키 패트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스키어라면 ‘스키 패트롤’의 중요성을 익히안다. 스키 패트롤은 스키장에서 스키어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맡는다. 쉽게 말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스키장 곳곳에 도사린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한다.

그래서 ‘슬로프의 경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모르는 분들은 멋있다고 하지만 말 못할 어려움이 더 많다”는 그는 스키 시즌이면 평일은 오전 7시, 주말은 오전 5시 출근을 밥먹듯이 한다. 스키장을 열기 전에 슬로프 안전상태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주말은 오전 6시30분, 평일은 오전 8시30분에 개장한다. 그 뿐 아니다. 야간 및 심야 스키가 끝나는 시간(자정 12시)을 넘겨 슬로프를 돌아야 한다. 혹시 있을 지 모르는 낙오자나 부상자를 고려한 마무리 작업이다.

무주리조트의 스키 패트롤은 직원 10명과 아르바이트생 80명 등 총 90명이다. 설천중학교 재학시 스키부 활동을 한 김씨는 이후 설천고등학교, 전주대학교(체육학과)에서 스키 선수생활을 했다. 스키 경력 22년째다. 졸업후 자연스럽게 스키 패트롤 직장을 얻었다. 벌써 11년째, 겨울이면 스키 패트롤로서 설원을 누빈다. 90여명의 스키 패트롤 가운데 그는 ‘고참’에 속한다.

▲ 김기훈씨가 스키어들의 장비착용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스키 패트롤의 자격 요건을 묻자 “체력 소모가 크기에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슬로프에 있는 시간이 평균 10시간을 넘는다. 심야조에 편성된 날은 15시간을 눈밭에서 보내게 된다”며 체력 조건을 꼽았다. 응급처치 능력도 중요하다. 슬로프상에서 신속한 응급처치나 부상자 이송은 촌각을 다툰다. 스키 패트롤 자격시험이 까다로운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합격률 40%에 불과하다. 김씨는 95년 자격증을 취득했다.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무조건 상급자 코스에 오르는 사람들 때문에 골칫거리다. 본인들의 안전은 물론 다른 스키어의 위험을 초래하기에 실력에 맞는 슬로프 선택은 상식이다.” 스키장에서 가장 볼썽 사나운 사례가 무엇이냐는 물음 끝에 돌아온 답이다. “과신은 금물이다”는 게 22년동안 스키와 함께 살아온 김씨의 충고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부상자가 속출합니다. 주말이면 많게는 100여명에 이릅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김씨는 3년 전 ‘프리웨이 상단(상급자 코스)’에서 발목이 골절된 부상자를 이송했다. 만선하우스까지 무려 2시간이 걸렸다. 오후 6시께 도착했을 때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최근 보더 인구가 늘면서 김씨의 신경은 바짝 곤두섰다. 보더들이 슬로프를 마구잡이로 누비는 바람에 안전사고 위험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전이 중요하듯 타인의 안전을 고려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김씨는 우수 사원으로 선정돼 올 겨울 일본 샷포로 연수를 떠난다. 주말이면 무주읍내 축구 리그전에 참가, 눈밭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스키의 장점으로 민첩성과 유연성을 꼽는 그는 국내 유일의 국립공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설원을 누빌 수 있음을 무주리조트의 자랑이다고 말했다. 국내 최장인 6.3㎞의 ‘실크로드’는 스키어들의 각별한 사랑받는다. 겨울이면 동트기 전부터 새벽까지 분주한 그가 스키 시즌이 끝나면 무얼할까 궁금했다. 정답은 폐장 이후에도 무주리조트를 떠나지 않는다. 무주 컨트리클럽에서 골프장 코스와 잔디를 관리하며, 그는 또 다른 겨울을 준비한다.

△안전사고 예방과 사고 조치

▲ 김기훈씨
무엇보다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해야 한다. 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실력을 감안하지 않은 채 상급자 코스를 고집할 경우 부상의 위험이 따른다. 또한 고속 활강은 위험하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적당한 속도를 지키며, 또 양보하며 스키를 즐기는 게 좋다. 어린이는 보호대를 착용하고 헬멧을 쓰는 게 좋다.

넘어졌을 경우 고관절, 무릅, 발목 부상이 흔하다. 먼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 뒤 스키 패트롤 안내센터와 직접 연결되는 ‘320-7777’로 도움을 요청한다. 후방 충돌 위험이 예상되기에 슬로프 가장 자리로 이동하는 게 좋다. 무리하게 혼자 움직이지 말고 스키 패트롤이 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린다. 만일, 골절로 인한 이동이 어렵다면 동료나 다른 스키어에게 후방 추돌을 막아줄 것을 요청한다.

술 마시는 것도 금물이다. 춥다고 술을 마실 경우 시야가 흐려지고 판단력이 떨어져 사고 위험이 높다. 슬로프 중앙에 앉아있는 것도 위험천만이다. 휴식은 가장자리에서, 그리고 넘어졌을 경우 재빨리 일어나 한쪽으로 이동한 뒤 추스리는 게 좋다. 주간에는 설맹을 방지하기 위해 고글을, 야간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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