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목 21:01
> 객원전문기자 > 문화
     
[시네마산책]<19>슬라이딩 도어즈
2008년 02월 15일 (금)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 1998)」: ‘magical if'의 하이퍼 텍스트성

이 영화는 한 순간 달라지는 두 가지 운명이 대위법적으로 교차 진행하며 직조되는 사랑과 인생의 이야기이다. 운명이 교차되는 오프닝 장면과 다시 만나는 라스트 씬은 마치 뫼비우스 띠의 입체적 형상인 클라인 병의 공간 미학을 보여준다. 지상에서는 불가능한 현실의 동시적 공간 이동이 작품에서는 어떻게 가능한 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이른 바, ‘magical if'를 화두로 삼아 차세대 얼터너티브 멜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하는 실험적 구성 기법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피터 호윗 감독과 기네스 팰트로우와 존한나가 출연하는 이 영화는 ‘우연과 운명’이라는 테마를 이와 비슷하게 다룬 독일 영화 「롤라 런(Lola Rennt)」을 상기시켜준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간발의 차이로 지하철을 타는 경우와 타지 못하는 경우의 전혀 서로 다른 두 가지 상황이 번갈아 병치 대비되며 진행된다. 잘 나가던 커리어 우먼이 상사의 맥주 캔을 다 마셨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출근과 동시에 해고를 당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놓친 경우, 동거하는 남자친구 제리가 옛 애인을 만나고 그녀는 노상에서 강도를 당해 병원에 실려 간다. 만약 그 지하철을 타는 경우, 그녀는 바람피우는 남자친구와 끝장을 낸 후 지하철에서 만난 운명적 남자 제임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삶의 모습들은 각각 긴 머리 헬렌과 짧은 머리 헬렌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헬렌의 운명은 시간이 조금 유예되지만 결국은 알게 됨으로써, 감독의 의도대로 지하철을 타거나, 타지 않거나 하나의 길로 가고 있음을 관객은 점차 감지하게 된다. 잠깐 다른 환경에 처할 수 있으나 언제나 헬렌의 주위를 떠나지 않고 맴도는 운명은 서로 상이한 방향처럼 보이지만 어느 시공간쯤에선 하나로 연결된다. 한 사람으로 두 길을 가고 있는 헬렌, 영화는 재미있게도 같은 사람, 같은 장소를 두 헬렌과 그녀의 삶 속에 포함된 주변 인물들을 대입시켜서 전혀 낯선 사람처럼 지나치게 만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엇갈린 운명이라도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필연적 운명이라는 ‘인연설’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그 의미를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남겨둔다.

이 영화는 지상에서의 일상적 체험과는 달리 다소 인위적인 인상을 주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공간 이동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보여 주며 우리의 감정과 신념으로 깊숙이 스며들어 사유의 실마리를 끌어낸다. 이를 위해 카메라가 얼터너티브하게 이동함으로써, 대위법적으로 스크린을 몽타주하는 각각의 화면 이미지가 클라인 병의 시공으로 흡입되어가는 인상을 주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이러한 얼터너티브한 장면들 사이의 정신적 결합과 충돌에 의한 ‘종합’적인 의미화 과정이 곧 영화적 생명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슬라이딩 도어즈」의 하이퍼 텍스트성은 우리 인생이 내포하고 있는 무수한 초월적 가능성의 일부를 시각화함으로써 보다 더 거시적으로 삶과의 거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예지의 시각을 함축하고 있
   
다. 인생의 무한한 가능성과 불확실성은 인생의 길목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물과 사람들이 ‘node(마디)’를 이루어 하이퍼링크로 의미화하는 상대성의 세계로 열리게 된다. 우리들이 생명이나 생태 환경에 대하여 신비로움을 느끼고 경외감을 가지게 되는 것도 규명되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규명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불확실하다는 것은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이라 할 것이다.


/김성희 객원전문기자(백제예술대학 교수-전북비평포럼)

새전북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제휴안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728번지 새전북신문 | 대표전화:063-230-5700 | 구독안내:063-230-5712
제호:SJBnews | 등록번호:전라북도 아00058 | 등록일자:2012년 03월13일 | 발행·편집인:박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오성태 | 종별:인터넷신문
주식회사 에스제이비미디어는 새전북신문의 자회사입니다.
Copyright 2006 새전북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SU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