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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은행거래
2008년 03월 09일 (일) 조나야 시민기자 itsmeny@hanmail.net
   
  ▲ 은행 카드. 은행 카드 뒤편에 보이는 종이는 원래 카드가 담겨 있던 봉투이다. 가위로 봉투의 가장자리를 자르면 카드를 꺼낼 수 있고, 검은색 네모 상자 아래 부분에는 비밀 번호가 적혀있다.  
 

KOV(한국해외봉사단)는 활동하는 기관에서 무보수로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이지만, 주거비나 생활비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제공을 받는다. 따라서 임지에 도착을 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은행 계좌를 만드는 것이다. 알마틔에서 지내는 단원들은 사무실로 생활비와 주거비를 받으러 가면 되지만, 지방에 있는 단원들은 그 돈을 받으려고 사무실까지 가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일괄적으로 계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지방마다 어떤 은행이 있는 지 없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각자 임지에 가서 은행 계좌를 열기로 하고 파견이 되었다.

   
  ▲ рнн 복사본. 아쉽게도 본인에게 원본이 없어서 복사본을 찍어서 보낼 수 없음을 양해해주세요. рнн 원본의 색감을 말로라도 표현을 하자면 하얀색이 섞인 연두색에 테두리는 청녹색을 띤다.  
 
대충의 짐정리가 끝나고 학교에서 강의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난 후, 은행 거래를 하고자 은행을 찾았다. 은행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рнн(러시아어로 엘엔엔, 우리나라 주민등록 번호에 해당)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외국인이 그것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복잡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주택 임차 계약서와 주택 주인의 세무 계산서. 그러나 대부분의 집 주인은 임대시 생기는 이득에 대해서 신고를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정식 임차 계약서와 세무 계산서를 얻기는 무척 힘들다.

рнн을 얻기 위해서 내가 소비한 시간은 약 3개월. 다른 단원들의 경우, 은행에서 рнн을 발급받았다는 단원도 있고, 그냥 여권만으로 은행 계좌를 텄다는 단원도 있었는데 크즐오르다에서는 рнн 없이 은행 거래를 해준다는 은행이 한 곳도 없었다.

주택 임차 계약서 대신 대학교의 기숙사에 산다는 증명서와 대학교에서 일을 한다는 증명서, 그리고 봉사단원으로 파견되었다는 증명서와 무보수로 일을 한다는 증명서를 갖추고 여권에 적힌 내용을 러시아로 번역하여 공증을 받은 후, 경찰서에 가서 확인을 받고 다시 рнн를 내주는 관공서에 가서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신청서를 제출하면 рнн을 다 받는 것도 아니라 심사를 한 후에 내어준다고 했다. 2주 뒤에 결과를 통보받기로 했는데, 담당자가 2주간 출장을 가는 바람에 신청서를 내고 난 뒤로부터 한 달이 지나고 나서 рн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에게는 рнн 원본을 주지 않고, 복사본만을 준다고 해서 복사본만을 받을 수 있었다. 이유인즉, 외국인이 자국으로 돌아갈 때에 рнн을 반납하고 돌아가야 하는 데 지금까지 반납을 하고 돌아간 사람이 2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란다.

рнн을 받고 나니, 은행에 가서 계좌 번호를 받는 것은 쉬웠다. 통장을 만들었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계좌 번호를 받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통장이 없기 때문이다. 통장을 만들고 싶었지만, 통장을 만들려면 세금을 낸다는 납입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 수가 없었다. 다른 지역에 있는 단원 중에는 입출금 거래를 자유롭게 하는 단원도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출금만이 가능하다. 출금기 카드가 있고 카드 번호로 송금을 하면 나는 찾아서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카드의 경우, 보통 월급을 받는 계좌로 쓰이고 있는 듯 했다.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으로, 1년이 지나면 새로운 번호의 카드를 재발급 받아야 한다.

KOV단원들이 지급을 받는 돈은 달러이기 때문에 달러 통장을 열었는데 텡게를 거래할 수 있는 계좌의 경우는 수수료도 없고 계좌를 만들 때 돈도 필요하지 않지만 달러 통장의 경우에는 만들 때 700тенге(텡게, 1텡게는 약 10원)가 필요하고 돈을 찾을 때마다 찾는 돈의 0.7%의 수수료가 붙는다. 카드를 가지고 출금기에서 돈을 찾으면 тенге로 돈을 찾을 수 있고, 당일 환율로 계산하여 달러로 빠져나간다. 그런 은행으로 직접 가면 달러로 찾을 수 있다. 보통 은행의 환율이 환전소보다 낮기 때문에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은행에 가서 돈을 찾은 후 필요할 때마다 환전하여 쓰고 있다.

혹시 이 기사를 읽고 '카자흐스탄에서 살기 힘들겠구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안심하셔도 된다. 알마틔에 рнн을 발급을 도와주는 곳이 있기 때문에 그 곳을 통하여서 발급받으면 스스로 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들겠지만 스트레스는 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요즘에는 국제 거래 통장을 한국에서 발급받으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국에 있는 돈을 찾아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이 곳으로 한국 가정이 이사를 왔는데, 그 분들은 рнн을 발급할 때 1000тенге의 수수료를 내고 рнн도 원본으로 받으셨다. 불과 6개월 차이인데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몇 개월 후에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가 된다.

/코이카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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