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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23>아들의 방
2008년 03월 13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갑작스런 죽음으로 겪는 가족의 부재, 그 중에서도 자식을 잃은 어버이의 비통함을 어디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적지 않은 영화 속에서 자식을 잃은 그 아픔을 공감할 수 있으니, 얼핏 떠오르는 영화중에, 이창동 감독의 ‘밀양’(한국), 로버트레드포트 감독의 ‘흐르는 강물처럼(미국)’,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스페인)’이 떠오른다. 무너지는 어버이의 가슴을 안고 치유해가는 과정이 극명하게 비교되는 이 세 가지 영화와 함께 이탈리아감독의 시선으로 제작된 ‘아들의 방’은 또 다른 모습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합작으로 제작된 ‘아들의 방’은 다비드영화제에서 작품상 · 음악상 · 감독상 · 여우주연상, 2001년 제54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영화적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상영시간 99분의 이 영화에서 단란하던 중산층가정이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흔들려가는 일상과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삶의 깊이를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로베르토 베니니, 잔니 아멜리오와 함께 1990년대 이탈리아의 트로이카 감독으로 불리는 난니 모레티가 연출 · 각본 · 주연을 맡아, 이지적인 연기와 깔끔한 연출로 가슴에 울리는 감동을 담아내었다.

이지적이고 침착한 성격의 정신과 의사인 ‘조반니’와 출판사업을 하며 멋진 여성의 모습을 당당하게 비쳐내는 아내, 그리고 사춘기를 가장 자연스런 모습으로 겪어내는 아들과 딸, 가장 이상적이고 단란한 가정의 모습에서 어떤 어두운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다. 아들과의 조깅약속을 뒤로 미루고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강박증 환자에게 발길을 돌린 어느 일요일 아침, 이들에게 사고로 인한 아들의 죽음이 갑작스럽게 찾아든다. 이로 인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미련과 함께 찾아드는 죄책감, 그리고 일에 대한 환멸, 집안 곳곳에서 느껴지는 아들의 부재로 흔들리는 가족 모두의 일상 등을 잔잔하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갑작스런 가족 구성원의 부재라는 현실을 인정해야하는 갈등과 남겨진 가족을 배려하기에 너무 나약해진 자신들의 일상과 우울감으로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에 버거운 흔들림이 계속된다. 그런 이들 앞에 아들의 죽음을 알지 못한 아들의 여자친구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그 여자아이로부터 받아든 사진속의 아들의 방, 자신만의 공간에서 미소지으며 찍은 아들의 사진을 모티브로, 아들에 대해 몰랐던 소소한 부분이라도 알고 싶은 맘과 미련의 한줄기를 더듬어간다. 아들이 자주 가던 레코드가게에서 구입하게 된 아들이 좋아하던 음악, 아들이 좋아했다던 여자아이의 모습, 그 여자아이의 새로운 남자친구, 정돈되지 않은 감정의 고리를 이어간다. 무전여행을 떠났다는 이들을 위해 긴 시간 운전을 해가며 프랑스 국경까지 데려다 주는 목적없는 여행길, 오랜만에 직시하는 남겨진 가족들의 시선과 서로의 아픔에 대한 연민으로 삶의 의미와 가족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결코 튀지않게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아픔을 표현하고, 스스로 시간과 더불어 치유해가는 잔잔한 모습이 오히려 긴 여운을 전달하기에 더욱 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프랑스 국경 가까운 바다를 앞에 두고 평소 아들이 좋아했다는 노래 ( Brian Eno - By This River )가 배경으로 잔잔하게 흐른다.



through the day as if on an ocean

waiting here always failing to remember

why we came came came

I wonder why we came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함축적으로 전달한 영화음악을 꼽으라면 이제 이 노래를 주저없이 추천할 수 있다. “우리가 왜 오게 되었는지 그것이 궁금해, 왜. 왜 ” 아들의 여자친구의 여행길에 목적없이 동행하게 된 이들의 모습은 한줄기 미련일 수 있었으나, 그곳에서 아픔에 힘겨워하던 가족의 모습을 서로 확인하게 되고, 삶이란 ‘왜’라는 의문사로 해결지어질 수 없는 ‘과정의 깊이’라는 깨달음이 그대로 녹아든 노랫말과 조용한 속삭임과 같은 선율이 퍽 인상적이다.

/김경미 객원전문기자(미르기획 대표,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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