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산책]<24>셰익스피어 인 러브
[시네마산책]<24>셰익스피어 인 러브
  • 새전북신문
  • 승인 2008.03.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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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 1999>-예술과 인생, 남과 여라는 클라인 병-


마크노먼이 아이디어를 내고 셰익스피어 전문가로서 “제2의 셰익스피어”라는 별명을 가진 탐 스토파드가 협력하여 공동 시나리오 작업을 한 영화이다. 역사와 연극적 상상력으로 충만한 이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1999년에 이 두 작가 마크노먼과 탐 스토파드에게 아카데미 각본상의 영예를 안겨준다.

셰익스피어가 촉망받는 신예였던 영국의 16세기 중반을 무대로 자유롭고도 경쾌한 운신이 돋보이는 두 작가의 상상력은 당시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고증,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로맨스 등을 스타일리쉬하게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코미디로 완성시키고 있다. 여기에 감독 존 매든의 정교한 연출력이 가속을 붙인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용해 상상력으로 구축한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사랑이라는 허구의 세계가 극중극 형태를 통과해 다시 실재하는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속으로 수렴되기에 이른다.

이 영화는 죽음으로 끝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 대신 이별의 고통을 상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두 인물, 비올라와 셰익스피어를 통해 낙관적 미래를 제시한다. 극중극의 두 인물,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은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이별을 암시하지만, 노만과 스토파드는 주인공의 이별로 마무리되는 감상주의를 벗어나 메타극적 형식을 빌어서 특유의 명랑함을 유지하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낯익은 대사들이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로맨스에 반영되는 지점선택의 절묘함이라든가, 허구를 더욱 그럴듯하게 만드는 실존인물들의 적절한 배치와 가능성 등은 이 영화의 극적 긴장을 한껏 북돋운다. 비올라가 넓은 해변을 표표히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십이야>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다양한 패러디적 암시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창작과 예술, 한 인간으로서의 배우와 배역으로서의 배우, 창작력의 고갈로 고민하는 젊은 예술가, 극장과 연예매니지먼트의 뒤안길 등에 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비올라와 셰익스피어가 첫눈에 사랑으로 빠지는 무도회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매든의 낭만적 연출이 돋보이는 역사의 재창조이다. 글을 쓰는 행위와 사랑이 하나로 통일되는 것은 공통된 속성, 즉 상상력과 욕망 때문이다. 특히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글쓰기와 사랑의 문제를 하나로 통합하여 이른 바 ‘클라인 병’으로 보여준다.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1990>에서처럼, 이 영화에서도, 공동작가로서 탐 스토파드는 셰익스피어가 극히 신성하다는 대중적 믿음에 대한 익살스러운 패러디적 탐색을 시도한다. 비록 이 낭만희극에서 로맨스가 낭만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희극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작품 전반적인 조화로운 어울림은 감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김성희 객원전문기자 (백제예술대학 방송시나리오극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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