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전주여성의전화 상담사 노명희씨
[일터와 사람]전주여성의전화 상담사 노명희씨
  • 하종진 기자
  • 승인 2008.05.29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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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경원동 전주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상담사 노명희씨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김형길 기자
“가정폭력은 결국 가족간에 꾹꾹 눌러 참아왔던 열망들이 폭력이라는 형태로 터져 나오는 것으로 대화가 가장 중요한 해결책입니다.”

전주시 경원동 전주여성의전화에서 10년 넘게 가정폭력과 성폭력 상담을 하고 있는 노명희(61)씨는 가정 폭력은 채워지지 못한 열망의 또 다른 표출방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ㅣ

노씨가 처음 가정폭력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전적으로 딸의 영향이 컸다. 딸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되자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이로 인해 대화는 점점 줄어갔다. 딸과의 갈등이 깊어지자 노씨는 ‘부모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게 됐다.

“딸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충돌이 일기 시작했다. 제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고 짜증부터 내는 딸을 다그치고 꾸짖으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갔다. 가정폭력과 관련한 교육을 받고부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노씨는 딸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가정폭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올해로 12년째 가정폭력 상담을 해 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노씨가 정의하는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육체적, 정신적 폭력행위를 말한다.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탓에 우리나라는 대부분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그는 최근 들어 자식이 부모를 때리는 파렴치한 경우도 많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랜 기간 가정폭력 상담을 하면서 노씨는 가정폭력의 원인은 가족간의 대화 단절이 큰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사례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으로 집을 나온 한 여성이 상담센터를 찾았다. 가정폭력으로 더 이상 남편과 살기 싫다며 아이들과 독립해 살고 싶다는 것.

노씨는 남편을 불러 부부 상담을 시도했고 이들 부부가 의사소통에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랜 세월 부부로 살아왔지만 대화 단절과 부부간의 감정 표현조차 없어진지 오래된 것을 알게 된 노씨는 남편에게 사랑의 표현을 요구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남편은 생전 처음으로 아내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했고 이 말을 들은 아내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못 이겨 펑펑 울었다고. 이후 두 부부는 원만한 부부 생활을 하게 됐다.

노씨는 “부부 사이에 대화 단절과 감정 표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상담을 하면서 남편이 왜 그리 의처증 증세를 보였는지도 알게 됐다. 남편과 상담하던 노씨는 군대 제대 후 어머니가 자살한 사실을 알게 됐고 어머니를 잃지 않으려는 무언의 행동들이 아내에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연은 술만 먹으면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다. 이 남편은 술을 먹고 아내를 일주일에 3~4번을 때렸지만 지금까지 폭력을 휘두른 적은 거의 없다고 발뺌했다. 남편이 생각하는 폭력은 병원에서 진단을 받을 정도의 폭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담을 할 때면 노씨는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누구나 겪는 부부사이의 문제를 대화로 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꾹꾹 눌려져 있던 불만족들을 폭력이란 행위로 되풀이 하고 있는 현실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상담을 통해 남편 분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부터 마음을 열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자신의 폭력으로 아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이죠.”

이에 노씨는 부부 사이에 대화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줄곧 강조했다. 이는 곧 아이들에게도 본보기가 돼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서로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하라고 주문했다. 아내는 빨래하고 밥하는 가정부가 아니라 자신과 다른 또 다른 ‘인격체’로 받아들이라는 것. 부부 간에 ‘역할’로 대하지 말고 ‘본질’로 대하라는 말이 이런 의미다.

성폭력도 함께 상담하고 있는 그에게 ‘근친상간’ 상담은 곤욕스럽고 화가 치민다.

“성폭력 피해는 단기간에 치료되는 게 아니라 평생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범죄행위다”면서 “아이들이 한번 상처를 입으면 회복하기 어렵고 아이의 삶 자체가 완전히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씨는 미국 사회에서 상담은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는 것처럼 보편화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담을 받으면 무슨 문제라도 있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사회 인식을 문제로 지적했다.

노씨는 “가정 내의 갈등을 대화를 통해 해소하고 특히 부부간의 갈등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서로 존중하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가족간에 격려와 지지, 칭찬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종진 기자 wlswjd@sjbnews.com



[팁]전주여성의 전화는?

전주여성의전화는 1991년 개설해 1997년 성폭력상담소, 2년 뒤인 1999년 가정폭력상담소를 개소, 다양한 상담활동을 통해 여성인권 보호를 위한 역할을 맡고 있다. 또 가정폭력과 외도, 부부간의 갈등, 성폭력, 이성교제 등의 무료 상담활동과 피해 여성들의 ‘쉼터’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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