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외팔로 25년 고물상 황오주씨
[일터와 사람]외팔로 25년 고물상 황오주씨
  • 하종진 기자
  • 승인 2008.06.19 19: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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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오주씨가 19일 전주시 인후동 자신의 고물상에서 용접기를 이용해 고철을 자르고 있다./윤승갑 기자
“고물업을 한다고 하면 천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만큼 자존심을 버려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25년 동안 고물업에 종사하고 있는 황오주(50)씨는 한쪽 팔을 잃고도 오랜 세월 고물상을 하면서 고물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고물업 베테랑이다.

20여년이 훌쩍넘게 고물상을 하면서 그는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황씨는 고물상만큼 매력 있는 직업도 없다며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일이 고물상이라고.

황씨는 고물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필요 없어 버린 물건들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국가발전과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게 황 씨의 설명이다.

그가 처음 고물업에 몸담은 데는 한쪽 팔까지 잃은 상황에서 큰 돈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26살 젊은 나이에 한 손으로 손수레를 끌기 시작했다. 주택가에 버려진 생활 고철은 물론 공사현장을 전전하며 고철 수집에 온 열정을 쏟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고향인 임실에서 정미소 일을 하다 사고로 팔을 잃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때도 있었다. 한 손으로 손수레를 끌며 고철을 줍고 다니는 황씨를 보고 혀를 차며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럴 때일수록 꼭 성공해야한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고물장사를 하기위해서는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어떤 시선으로 보건 그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주위의 눈초리에 당당할 수 있는 비법이다”고 황씨는 말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고물업을 하고나서 다른 일을 하면 결코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물상이란 힘든 일을 해보면 다른 일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이다.

황씨네 고물상은 아들 2명과 남동생 등 4명이 꾸려나간다. 이 뿐만이 아니다. 4남매 중 둘째인 황씨는 형을 비롯해 남동생, 여동생까지 고물상을 운영하거나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황씨의 업체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는 여동생이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고, 황씨의 남동생 또한 자신의 밑에서 일하고 있으며 형은 고물상으로 일하다가 얼마전 손을 놨다. 가족들이 모두가 고물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황씨는 난립하는 고물상 때문에 고민이 많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전주지역의 고물상은 30여 군데에 불과했지만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현재는 200여 군데에 이르고 있다. 도내는 2,000여개의 고물상이 영업을 하고 있다.

한국폐자원재활용수집협의회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는 황씨는 난립하는 고물상으로 인해 주위환경이 오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하게 인도와 도로변에 내놓은 폐자재 등은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장시간 방치된 적재물은 비만 오면 침전물이 도로로 흘러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황씨는 “고물업이 난립하면서 생겨난 문제들이다. 고물 업주 스스로가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해 폐자재를 잘 정리 정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철가격이 오르면서 고물가격도 올라 고물상들은 울상이다. 예전에는 쉽게 가져올 수 있었던 고철들도 최근에는 철 가격 상승으로 모두 제값을 주고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가져왔던 고철들을 돈을 주고 사야하니 그만큼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고철값이 상승하면서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황씨는 한달 평균 1,000여톤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지만 남는 것은 그 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비싸게 나가지만 들어오는 고철들도 비싸게 들어오는 이유다.

최근 들어 황씨는 고물상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젊은이들이 고물상에 뛰어드는 것에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성실함은 물론 인맥과 정직함으로 일을 해야 신의를 얻을 수 있다”면서 “트럭한대 사서 널려져 있는 고물들 집어온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결코 고물업주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번 고물업에 빠지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것 또한 고물업이라고 덧붙였다. 힘든 만큼 잘만하면 일정한 수익은 올릴 수 있다는 게 황씨의 설명이다.

25년 동안 고물상으로 일해온 황씨에게 ‘고물업은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고물업 종사자들의 인식도 크게 변해 고물상이란 말 대신 ‘재활용품 수집상’으로 통용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고물업이다”고 말했다.

/하종진 기자 wlswjd@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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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수 2008-06-21 09:58:36
황선생님 힘내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