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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36>멋진 일요일
2008년 07월 03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멋진 일요일 (素睛らしき日曜日: Wonderful Sunday, 1947)

감독 : 구로사와 아키라
채색하지 않은 흑백의 영상을 닮은 순수한 연인들의 따뜻한 이야기

일본영화의 역사에 큰 획을 그려낸 3대 거장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구로사와아키라, 미조구치겐지, 오즈야스지로, 나루세미키오, 스즈키세이준 등의 이름 중에서 세 명을 꼽아 거명한다. 그 중 누구에게나 빠지지 않고 거장으로 표현되는 한사람이 있으니, 바로 구로사와아키라(黑澤明)감독이다. 1943년 발표한 <스가타 산시로(姿三四郞)>로 그만의 영상표현을 높이 평가받게 되었으며, 이후 1950년 <라쇼몽(羅生門)>의 베네치아영화제 그랑프리수상과 1954년 <7인의 사무라이>의 은사자상 수상은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다. 이로써 <7인의 사무라이>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기도 하며, 일본영화뿐 아니라 동양영화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는 가부키, 사무라이 등의 일본적 요소와 문화들을 서구양식에 절묘하게 조합하는 천재적인 재능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시대나 배경은 일본을 무대로 하면서 그 주인공의 설정은 서구캐릭터와 유사한 성향을 띄고 있기 때문에 당시 일본 내에서 보다는 세계무대에서 더 큰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일본영화 수입개발 조치에 따라 개봉되었던 카게무샤(影武者),1980>로 첫 대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은밀한 요새의 세 악인(1958)><요짐보(用心棒) 1961><붉은 수염(1965><난(亂) 1985> <꿈(1990)>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 활동은 대부분 급속한 리듬의 몽타주를 잘 활용하며 남성적인 세계를 서구적인 시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바로 이 점이 미조구치겐지나 오즈야스지로의 영화가 가장 일본의 정서로 만들어진다는 것과 비교되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관심과 일본인들의 존경 속에 1998년 숨을 거둔지 이제 10주기가 되었다. 이런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기회로 NHK에서는 2008년 1년의 프로젝트로 격주간의 주말을 이용해 그의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 상영계획이 이제 절반 이상 진행된 작품리스트를 확인해보면 많은 작품들 가운데 조금은 다른 표현으로 진행되는 하나의 영화가 눈에 띄는데 이것이 바로 <멋진 일요일(素睛らしき日曜日),1947>이다.

1947년 전후시대를 배경으로 가난한 연인들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일요일 하루 동안의 데이트 모습을 자연스런 시간의 흐름으로 함께 한다. 가난한 연인들의 주머니는 너무도 가볍다. 남자의 주머니에 10엔, 여자의 주머니에 25엔이 전부이다. 처음 만남의 장소는 찻집이 아닌 역 앞일 수밖에 없고, 그들의 데이트 장소는 매매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견본주택에서 시작한다. 턱없이 비싼 집세에 슬쩍 기가 죽지만, 동네 아이들의 야구놀이에 끼어 신나게 한방 방망이를 휘둘러보기도 한다. 그 휘두른 방망이에 날아간 공은 하필이면 만두집 창을 넘어 만두통에 들어가니 배상을 위해 10엔어치 찌그러진 만두가 손에 들린다. 이제 남은 돈은 여자의 25엔이 전부다. 하루 종일 걷기만 하는 데이트에 음악회 포스터를 발견하는데 가장 싼 좌석의 가격이 10엔, 둘이 음악감상을 하더라도 5엔이 남을 수 있는 기쁨이 있다. 긴 줄을 기다려 표를 사려했지만 바로 앞의 사람이 모조리 사버려 암표장수로 돌변한다. 가격은 1장에 15엔, 이제 기쁨은 사라져버리고 암표장수와 시비만 붙어 흠씬 두들겨 맞는 봉변을 당한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는 마음에서 내리는 비. 음악감상을 포기하고 10엔짜리 커피집에 들르지만 두 잔에 20엔 해야 할 커피에 프림 가격 5엔과 비스킷 가격 10엔이 추가되니, 남자의 코트를 맡길 수밖에 도리가 없다. 비록 가난이 훼방꾼처럼 끼어들지만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과 믿음은 야외음악당에서 자신들이 연출하는 음악회처럼 희망으로 메아리치며 행복을 기약한다. 그 둘만의 음악회에서 울려 퍼지는 미완성교향곡은 내일의 행복을 위한 설레는 기다림이다. 바람과 나뭇잎이 연출하는 응원의 퍼레이드는 더 이상 비새는 방안에서 빗물을 받아내던 통속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소리처럼 처량맞지 않아도 좋으리라는 기대로 영화를 마감한다. 짧은 하루의 시간에 이어지는 몇 가지 에피소드와 시퀀스의 진행은 마음에 남는 잔잔한 소설을 읽은 듯 가득 차는 감동을 심어준다.

게다가 채색하지 않은 흑백의 영상을 닮은 순수한 외모의 두 남녀 배우는 그 연기까지도 가식없이 자연스럽다. 또한 영상이미지의 간결함과 프레임 구성· 인물들의 위치· 구도 등이 완벽한 한 장 한 장의 그림으로 연속되어, 구로사와아키라만의 이미지 연출력으로 인해 보는 동안 시원한 눈의 호사까지 기대할 수 있는 깨끗한 영화이다.



/김경미 객원전문기자(미르기획 대표,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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