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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38>히든
2008년 07월 17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프랑스의 여우 이사벨 위페르가 주연한 <피아니스트>의 감독 미하엘 하네케는 탁월한 영상미를 구사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진 영화계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 <히든>은 2005년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뤽 다르덴과 장 피에르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에 밀려 감독상을 수상에 그친바 있다. 하지만 <히든>은 하네케가 다루는 영상의 묘미와 감독이 품고 있는 이야기의 일단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는 출판사 기획 일을 하는 부인 안느와 외아들 피에로 등과 함께 파리의 고급 빌라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방송국 유명진행자인 조르주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자신의 집 앞을 감시한 비디오카세트가 조르주에게 배달되어 가족의 일상에 파문이 이는데, 이러한 의문의 배달은 계속된다. 조르주는 이 배달이 자신의 어린시절과 어떤 관련이 있음을 예감한다. 부인 안느에게는 계속 비밀을 함구하고 카세트의 출처를 캐는 조르주는, 결국 어린시절 자신의 부모 집에서 함께 살던 마지드가 자신의 거짓말로 자신의 집에서 쫓겨 고아원으로 가게 된 과거를 떠올린다.

장르 스릴러를 내세워 마켓팅하는 배급사 광고에 적절하게 표현되듯이 <히든>은 의문의 비디오카세트와 무언가를 감추는 듯 보이는 조르주의 표정에서,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과거의 실체 등에서 장르영화에 기대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감독으로 비인과 파리에서 주로 촬영한 <히든>에 대해 하네케는 영화가 끝난 후 비디오를 누가 보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자신의 영화를 잘못 보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감독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영화의 이야기 전개는 우리가 알고 스릴러가 보여주는 그런 공식, 즉, 사건을 해결하도록 해주는 그런 단초들을 던져주기도 하지만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마지드가 갑자기 자살해버리는 데서 - 상대자인 조르주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참으로 허망하게 - 보여지듯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릴러와는 기본적으로 그 양상을 달리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어쩌면 하네케가 보여주고자 하는 실체는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마지드의 아들과 조르주의 대화에서 일단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대화를 실마리삼아 영화를 되돌아보자면 영화 내내 보여주는 조르주의 태도는 바로 마지드의 아들이 조르주를 야유하고 이죽거리는 것이 얼마나 정당했던가를 알게 해준다. 하네케가 이 영화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1961년 파리에서 있었던 알제리인들에 대한 학살이라고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하네케는 텔레비전 진행자로서 성공한 조르주가 보여주는 가진 자의 오만함을 부유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브레히트적인 영향이 엿보이는 연출력으로 폭로하고 있다. 또 감독은 도덕적으로 미숙한 어리시절의 일에 대해 성인이 되어 어떻게 도덕적 책임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던지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하네케는 관객이 (일종의 가해자인) 조르주의 관점에 함께 하도록 함으로써 - 예를 들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과 조르주가 아는 사실을 그의 아내 안느는 모른다 - 영화가 내내 비판하는 사실들에 현재성을 부여하는데 까지 성공하고 있다.

영화 말미에 방송국에 찾아와 무언가 큰 사건을 터트릴 것 같은 마지드의 아들이 조르주의 고상함에 대해 이죽거리며 “많이 배운 분이 어떤지 보러왔어요.”라며 이제 더 이상 원하는 게 없다고 하며 사라지는 장면은 참으로 허망해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 엔딩 쇼트에서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관객이라면 그 울림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으리라.

사실 <히든>의 탁월함은 이러한 모든 것들을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정말이지 창조적인 영상으로 마치 마술을 부리듯이 스크린 위에 옮겨놓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또 <히든>에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다니엘 오떼유(조르쥬)와 줄리엣 비노쉬(안느)의 열연을 볼 수 있다.

/이주봉 객원전문기자(군산대 전임강사,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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