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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원 인제 곰배령
2008년 07월 21일 (월) 최상석 시민기자 ozikorea@hanmail.net

   
  ▲ 곰배령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소재지 현리에서 418번 지방도로를 따라 진동계곡을 끼고 가는 진동골은 원시의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남은 청정지역이다. 진동계곡으로 흘러드는 아침가리, 연가리, 범박골, 적가리골, 너른이골 등 수많은 크고 작은 계곡은 각자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이름 값을 할 정도로 뛰어난 계곡미와 함께 맑은 물을 자랑한다.


눈이 어지러울 만큼 현란한 숲과 계곡의 향연을 지나면 바람에 살랑거리는 은빛 억새의 바다가 기다린다. ‘강풍에 먼 나들이를 떠나듯 소(牛)도 바람에 날아간다.’는 뜻의 쇠나드리 억새밭이다. 새나드리, 바람불이, 우탄동(牛灘洞)으로도 불리는 쇠나드리 억새는 가을이 장관이다. 햇빛에 반사되는 은빛 억새, 붉게 물드는 저녁 무렵의 황금빛 억새, 여름의 덜 여문 풋사과와도 같은 싱그러움, 스산함이 오히려 좋은 칼바람 부는 겨울 억새까지. 언제 봐도 좋다.


해발 604m 를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양양으로 넘어가는 조침령 터널 갈림길을 만나면 본격적인 원시림을 만나게 되는데, 한때 오지의 대명사로 불리던 진동골 끄트머리 설피밭은 좁은 협곡이 끝날 때쯤 환영이라도 하듯 양팔을 벌린 모습으로 갑자기 나타난다. 설피밭은 말 그대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상 설피없이는 못사는 동네라 하여 붙여진 지명으로 전교생 6명이 전부인 초미니 학교 진동분교가 마을 입구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강선마을과 곰배령의 들목은 설피밭 삼거리다. 두사람이 걷기에 딱 좋을 정도 폭의 오솔길이 바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봄여름의 하늘을 가린 숲 터널, 가을의 화려함과 낙엽 쌓인 만추의 분위기는 기가 막히다. 고행의 길과도 같은 겨울 길 또한 이색적으로 설피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강선 마을까지는 2km, 30분 거리로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짧게 느껴진다.


   
  ▲ 곰배령  
 

신선이 내려와 놀던 곳이라는 강선(降仙)마을에 전기가 들어 온 것은 불과 몇 해 전으로 곰취 재배와 산나물 채취가 주업으로 6가구의 민가와 마을 끄트머리에 암자가 있다. 마을을 벗어나면 곧바로 등산로로 이어진다. 점봉산이라는 나무 표지판이 있어 입구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첫 번째로 만나는 6-7m 폭의 개울을 건너면 원시림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쥬라기 공원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고비군락과 대나무 마디 같은 속새 군락지가 이어지고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이 계속된다. 강선마을 끄트머리 암자에서 곰배령까지는 1시간 거리다.


모두 5번의 개울을 건넌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은 개울을 건너는데 무리가 있다. 정상 가까이 올라야 하늘이 보일 정도로 한여름에도 땀이 흐를 틈이 없다. 낙엽이 쌓인 푹신푹신한 길과 너덜지대,  주목 군락지,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과 들꽃들. 심심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은 그냥 걷기에 좋은 길이다. 숲길이 끝나면서 하늘이 열린다. 곰배령은 그렇게 구름 위에 앉아서 사람을 기다린다. 멀리 설악의 장쾌한 주릉이 펼쳐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산 그림자가 아름답다.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는 6월부터 현호색,  숨은노루오줌, 동자꽃, 마타리, 둥근이질풀 등이 피어난다. 해발 1,099m에 펼쳐지는 꽃밭을 보고 사람들은 여기가 과연 우리 땅인가 의심한다. 빽빽이 들어 차 발디딜 틈조차도 없는 꽃밭을 거닐기도 하고 어떤 이는 바람 앞에 몸을 맞기고 눈을 감기도 한다. 사람들이 들꽃이 좋듯, 곰배령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좋나 보다. 그렇게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Tip] 양평-홍천을 지나는 44번 국도를 탄다. 홍천에서 15분쯤 북상하다 만나는 철정검문소에서 상남, 현리방향으로 우회전하여 1시간쯤 달리면 인제군 기린면 소재지인 현리, 현리교를 건너자 마자 우회전하면 진동계곡을 끼고 달리게 되는데, 비포장과 포장도로를 번갈아 타며 1시간쯤 오르면 설피밭 삼거리다. 설피밭 삼거리에서 곰배령까지는 두 시간 거리로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하다.


진동계곡 주변에는 민박이 많다. 여름 휴가철에는 모두 예약이 필요하지만 다른 계절은 여유가 있다. 쇠나드리의 새나드리 산장(033-463-7790)은 전문 산악인이 운영하는 집으로 곰배령이나 주변 산행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사전에 민박집을 통해 곰배령 입산 여부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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