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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39>이터널 선샤인
2008년 07월 24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감독 : 미셸 공드리

장르 :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SF

주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망각과 기억 사이의 유영, 지울수록 특별한 사랑



영화의 진행상 시공을 넘나드는 ‘기억’이라는 장치는 분명 감독과 관객사이에서 소통의 고리가 되어준다. 주인공의 감정흐름을 함께 읽어낼 수 있게 그의 기억 속으로 친절하게 안내되기도 하고, 감독의 역량에 따라 기억과 현실을 맛깔스럽게 버무려내어 ‘감동’이라는 전율을 선사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영화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과거 한 시점의 기억을 회상하는 방식이 감독의 의도한 바를 위해 제시되고 있다는 걸 기억해보시라. 나아가 ‘기억’ 그 자체가 소중한 모티브가 되어주는 영화들도 상당수 떠올릴 수 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노트북’ ‘어웨이 프롬 허’ 등은 사랑하는 여인의 기억이 사라져간다는 사실에 아파하며 더 절절한 애정을 키워간다는 내러티브가 닮아있는 ‘한 핏줄 영화’이다.

그런가하면 ‘토탈 리콜’ ‘백 투 더 퓨처’ 등은 ‘기억’이라는 그 자체를 인위적으로 소유하려는 인간의 막연한 욕망을 토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터널 선샤인’은 인간의 잊고 싶은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워줄 수 있다는 첨단기술을 출발점으로 한다는 점에서 후자와 닮아있다. <존 말코비치 되기(1999)> <어댑테이션(2002)>의 천재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을 담당하였으니 그 독특하고 기발한 생각 속으로 여행을 떠나볼만하다.

조엘(짐 캐리)은 여자친구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 전문업체 ‘라쿠나컴퍼니’에 의뢰해 자신과의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에 맞대응하듯 자신의 기억을 지울 것을 의뢰한 조엘은 자신의 기억이 지워지는 프로그램 과정에서 그 동안 잊고 있던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결코 지울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을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의 기억 속을 유영하며 프로그램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약간의 코믹터치로 그려내는 로맨틱 드라마이다.

코믹과 다양한 표정연기의 달인, 진정한 배우 짐캐리가 이 영화에서는 진지하고 사려깊은 조엘역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케이트 윈슬렛의 철없는 듯 톡톡 튀는 경쾌함이 자연스럽다. 이외에도 <폴몬티><세익스피어 인 러브>의 톰 윌킨슨, <스파이더 맨>의 커스틴 던스트 등 그동안 친근한 이미지의 배우들을 볼 수 있음도 또 하나의 팁이 되어준다.

또한 무엇보다 꽁꽁 언 강바닥에 누운 연인의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가 되어주고, 기억 속을 넘나드는 동안 침대 위 또는 식탁 위여도 상관없이 시원하게 내려주는 빗줄기는 요즘의 더운 날씨를 잠시나마 잊게 해 줄 깜짝 선물이 될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기억’이라는 정의를 찾아보니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으로 표기되어있다. 그런가하면 심리학적 접근으로 정의하자면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이다.

이 영화에서는 국어사전적 정의에 맞는 기억을 지우려 했던 첨단의 기술에서 출발하여, ‘사랑이라는 마음’에 새겨진 기억이 망각되어 있던 따뜻한 감성을 일깨우는 심리적 접근으로 마무리 한다. 분명 추억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기억의 인자들은 뇌세포만이 아닌, 마음 안에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거 아니겠는가.

영화에 등장하는 기억에 관한 두 가지 격언 중 “망각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는 니체가 남긴 말이다. 어쩌면 가끔은 첨단의 기술을 빌어서라도 지워버리고 싶은 아프고 부끄러운 기억을 남기면서 살아가고, 다시 시간의 흐름으로 적당히 빛 바래가는 우리들의 기억을 생각하며 더운 여름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이다.



/김경미 객원전문기자(미르기획 대표,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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