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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40>애니홀
2008년 07월 31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우디 앨런, 다이안 키튼

제작: 1977년/ 93분/ 미국



<애니 홀>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며 또한 배우이기도 한 우디 앨런의 다른 영화들처럼, 앨비싱어(우디 앨런)과 애니홀(다이안 키튼)이 벌이는 사랑, 성(性), 쾌락에 관한 담론을 통하여 뉴요커들의 일상에 깃든 가벼운 농담과 진지한 사변을 예리하면서도 기발한 미장센으로 보여준다. <스타워즈>와 같은 해인 1977년에 제작된 이 영화 <애니 홀>은 ‘작품, 감독, 여우주연, 각본’ 등의 4개 주요 부문 수상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6개 부문 수상으로 그 해 최다수상작이 되고 블록버스터였던 <스타워즈>에 비해서, 헐리우드 흥행 시장에서는 밀려난 영화로 알려져 있다.

이른 바, ‘안경 쓴 채플린’ 우디 알렌이 채플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종여일 동일한 이미지로 굵은 뿔테 안경에 뭔가 불만인 듯,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뉴욕 한 복판을 진지하게 쏘다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잔상으로 남는 영화이다. <애니 홀>은 ‘애니’라는 여자와 함께 지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앨비싱어(우디 알렌)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애니 홀> 제작 당시 우디앨런과 동거했던 다이안 키튼의 본명이 다이안 홀이며, 별명이 애니였다는 데서 영화제목으로 착안했다고 한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관객에게 직접 자신의 삶과 철학을 반영하는 농담들을 늘어놓는 오프닝에서 부터, 앨비싱어가 애니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암시한 다음, 자신의 신경증과 고뇌가 싹튼 어린 시절을 묘사하는 쪽으로 말머리를 돌리면, 이어서 우리는 예사롭지 않은 감정의 블랙홀에 흡입된다.

앨비싱어는 모든 일상적 경험들을 마치 일상적 삶을 운동경기 중계하듯 끊임없이 읊조리며 성에 관한 기지에 넘친 말을 던지다가도 신경질적인 불평불만을 토해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그러나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로맨틱한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 속에서 마주치는 기발한 재담과 분석과 대안들에서 우리는 우디앨런 식 미장센과 재치가 창조적 섬광으로 번득임을 알게 된다. 가령, 애니와 앨비가 영화를 보기 위해 서있는 줄 뒤에 선 한 남자가 펠리니에 대한 독단적인 견해를 크게 떠들어대는 유명한 시퀀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지저귀는 타인의 수다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자기 역시 ‘끊임없이 지저귀는’ 앨비싱어가 더 이상 못 참고 영화 포스터 뒤에서 마셜 맥루한 본인을 의기양양하게 대질시킨 다음, 맥루한으로 하여금 “당신은 내 작품에 대해서는 하나도 아는게 없군요!”라고 말하게 만드는 장면의 메시지는 가히 상상을 뛰어 넘는 또 다른 뉴요커들의 ‘내면의 외면화’라는 메타적 감수성이다. 이로써 관객은 그런 주인공의 환상을 함께 체험하게 되고 또한 그의 내면에 있는 생각과 감정들에 대하여 은밀히 관여하게 된다.

그 밖에도 화면을 분할해놓고 각각의 화면에 있는 캐릭터들이 상대방에게 직접 말을 거는 분할 스크린, 애니의 혼령이 따분해하며 일어나서 침대 옆 의자에 나앉는 베드 씬 장면, 자전적인 플래시백들, 캐릭터들의 진짜 생각을 드러내는 자막들, 자신들이 어른이나 된 것처럼 말하는 아이들, 앨비싱어와 백설공주의 사악한 마녀가 짝을 이룬 애니메이션 시퀀스, 앨비싱어가 스크린 밖의 관객에게 직접 말을 하는 장면들 등에 걸친 놀랄 만한 비주얼 전략은 널리 알려진 우디앨런 특유의 미장센이 갖는 무한한 통찰력을 보여주려는 시도이다.

누구나 다 그러하듯이, 앨비싱어도 쾌락과 사랑을 추구하며, 삶의 한계를 수용하고자 하지만, 그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널리 알려진 바처럼, 그 추구의 여정에서 가장 커다란 장애물은 외부적인 것보다는 내부적인 자기 자신인 경우가 허다하다. 앨비싱어의 경우, 과민한 신경증과 강박장애와 과다한 언어 유희적 패러디는 행복한 삶의 추구에 있어서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줄곧 시달려왔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정서적 상태이다. 그런 모든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들마저도 객관적으로 형상화하고자 욕망하는 예술가의 장대높이뛰기 게임에서 개인의 내면적 정서는 그 바지랑 끝에 휘청거리며 나부끼는 통찰력의 의상을 입고서, “말할 수 없을 때는 침묵하라”는 말을 끊임없이 말로써 생분해하며 말한다.

/김성희(백제예술대학 방송시나리오극작과 교수, 전북영화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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