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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41>타인의 취향
2008년 08월 07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결코 화해할 수 없는 '타인의 취향'과 조우하기

타인의 취향 (The taste of others, Le Gout Des Autres, 1999) 프랑스, 112분

감독 : 아네스 자우이, 출연 : 앤 알바로, 장-피에르 바크리



일생을 살면서 나는 수백 개의 육체를 욕망할 수 있다. 그러나 수백 개의 육체 중에서 오로지 나는 하나만을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내 욕망의 특이함을 말해준다.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중에서 -


<타인의 취향>은 알랭 르네의 각본가로 활동한 아네스 자우이의 데뷔작이다. 어느 연극 배우에게 호감을 느끼는 중년 남자를 중심으로 그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 준다. 프랑스 자국에서 400만의 관객을 동원하여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단일극장 개봉에도 불구하고 매회 90% 이상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받으며 오랫동안 상영되었다.

감독 아네스 자우이는 지금까지 열다섯 편이 넘는 영화와 다수의 연극 무대 경험을 가진 베테랑 배우이기도 하다. 연기를 하고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는 그녀는 재치 있는 달변가인 우디 알렌을 좋아한다. <타인의 취향>도 등장인물들의 재미있는 대사가 영화에 활력을 준다. 카스텔라를 연기한 장 피에르 바크리와 아네스 자우이는 실제 부부 사이다. 그는 <디디에>에서도 예측불허의 캐릭터를 연기하여 프랑스 코미디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까지 모조리 웃긴 전력이 있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로맨틱 코메디인 <타인의 취향>에서도 그의 유머는 여전하다.



'타인'이라는 낯선 우주 속에 빠져들기

<타인의 취향>은 제목 그대로 '타인'과 '취향'에 관한 영화이다. 결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타자의 취향과 세계관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두 주체, 혹은 객체가 서로가 속한 낯선 세계의 간극을 좁혀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각양각색의 '개성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대하면서 제각기 다양하게 반응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거기에는 온갖 애증과 불신, 자기 성찰의 모습들이 보인다. 감독은 과장이나 심각한 사변 없이 영화 내 인물들의 일상 너머의 진실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극중 인물들의 심리 전개 내지 이해의 통로는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든 부대끼는 '상호 주관적인' 과정을 통해 드러난다. 바로 그들이 나누는 대화다. 그 대화의 과정엔 위선이나 위장 대신 자신과 요원한 거리를 두고 있는 상대방이라는 낯선 우주 안에 빠져있는 인물들의 매혹과 곤혹, 기쁨과 좌절이 소소하게 포함된다.

성공한 사업가 카스텔라는 연극배우이며 자신의 영어선생인 클라라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러나 클라라는 문화적인 소양이 없고 경박한 카스텔라를 경멸한다. 카스텔라는 연극과 미술 분야에서 일하는 클라라의 친구들을 따라다니지만 항상 놀림감이 된다. 카스텔라는 마침내 클라라에게 애정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아무리 그가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려고 해도 클라라에게 그는 그저 돈 많고 교양 없는 늙은 장사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카스텔라의 보디가드인 프랑크는 전직 경찰시절의 경험과 옛 애인의 배신 등으로 세상을 불신하는데, 카페에서 일하는 마니와 동거를 시작한다. 프랑크는 마니를 사랑하지만 그녀가 마리화나를 파는 것도 싫고 자기의 생각을 강하게 피력하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그는 그녀의 직업이나 세상관은 자신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느끼며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사랑은 주체의 객체 되기

철학사에서 타인(타자) 개념은 헤겔 이후에 등장한다. 데카르트 시대만 하더라도 자신의 의식이라는 유일하고 일차원적인 과정만으로 명징한 사유체계가 확립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면 헤겔은 자기의식이 구성되는 최종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계는 다른 의식의 인정을 받는 과정이라고 한다. 헤겔은 그 두 의식간의 긴장을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서 설명한다. "자기의 의식이 주체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상으로서 소멸되는, 즉 죽어야 하는 위험 부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다소 불평등한 주객 관계이다. 한 쪽은 숭배를, 다른 한쪽은 거부라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자신만의 세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타인과 타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러나 그 비판의 준거인 자신의 세상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자기가 믿고 있는 세상이 자신의 삶의 궤적과 사회적 좌표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계급적 좌표에 의해 만들어 졌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할 용기도, 그것이 단지 자기 자신에게만 절대적일 뿐 이 세상 어떤 것에도 적용 시킬 수 없다는 것을 되새길 의지도 우리에겐 없다. 영화는 그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타인의 취향>의 미덕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관심거리인 '사랑'을 아주 쉽고도 명쾌하게 풀어냄으로써 '프랑스 코미디는 어렵고 낯설다'라는 공식을 단번에 깨뜨린 점이다. 일상에서 건져낸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유머와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보듯 살아있는 캐릭터, 사람과 사랑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서도 따뜻한 시선 덕분에 '나'와 '우리'의 이야기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김혜영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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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과 비 시민기자
(121.XXX.XXX.215)
2008-08-10 00:44:26
인물이 참 이쁘네요. 맘에 들어요. 제가 선호하는 인상이네요. 언제 차 한잔 하고 싶어요. 근데 어디로 연락을 해야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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