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 일 20:01
> 객원전문기자
     
[시네마산책]<42>굿 바이 레닌
2008년 08월 14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동서 분단국가로서 자주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곤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독일이 통일을 이룬지 어느덧 18년을 헤아린다. 그래서인지 통일 독일은 이제 우리의 통일 시대를 위한 모범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영화에도 분단된 나라라는 상황에서 나온 소재를 다루어 독일과 우리에게 공히 관심을 불러일으킨 경우도 있다. 볼프강 베커가 코믹한 상황을 휴먼드라마로 꾸민 <굿 바이 레닌>이 그것인데, 북쪽 고향을 그리는 아버지를 위해 한 가족이 꾸미는 좌충우돌을 다룬 우리의 <간 큰 가족>은 베커 감독의 이 영화의 성과에 빚지고 있다.

영화가 배경으로 다루는 1989년은 동구 사회주의 다른 나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동독 주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표출되던 시기이다. 알렉스(다니엘 브륄)는 베를린의 시위에 참여하여 베를린 중심가를 거닐다가 경찰의 강제진압에 체포되는데, 이러한 모습을 그날 동독 사회주의 통일당의 영광스런 시민으로 초청된 열성 사회주의자 알렉스의 엄마 크리스티가 목격하게 된다. 쇼크로 실신한 크리스티는 코마 상태에 빠진다. 알레스의 엄마가 잠들어 있는 사이 독일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이후 일련의 동서 통일 과정을 겪는다. 알렉스와 그의 누이 아리안네도 코카콜라와 버거킹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의 물결에 함께 휩쓸리며 적응하는데, 알렉스는 위성방송 설치 회사에서, 마리안네는 버거킹에서 일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엄마가 코마에서 갑자기 깨어난다. 의사는 그녀의 의식 회복이 꼭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라며, 어떤 충격에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알렉스 엄마는 그녀의 방 안 침대에 생활하게 되고, 이제 알렉스는 엄마가 염원하던 사회주의 사회를 그녀의 아파트 방안에 실현하기로 한다.

하지만 알렉스 생각처럼 동독 되살리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코카콜라와 버거킹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정복에 맞서 엄마가 먹고 싶어 하는 동독산 오이피클인 "슈프레발트구르케"를 찾아 헤매는 알렉스의 암담한 투쟁이 눈물겨울 따름이다. 베커는 바로 이러한 희비극적인 상황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코믹한 터치로 다룬다. 이런 이유로 전체 영화가 마치 우스움만을 제공하는 코미디로 오해되기도 하는데,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이전 자신들의 영화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실을 멜랑콜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리얼리즘적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웃음을 가득 머금고 본 영화같은데도 가슴 깊숙이 머무르는 묘한 감동과 아련한 여운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이것은 베커가 일종의 패배한 역사라는 동독 사회에서 살았던 인간들의 모습이 독재 사회와 함께 모두 버려져야 되는 양 치부되던 시대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기인한다. 감독의 이러한 시선이 동독 사람들이 살아왔던 그들의 추억과 기억들도 다른 사회의 개인적 삶과 마찬가지로 소중하게 보둠아 낸다. 감독은 영화에서 엄마와 자신이 꿈꾸었던 사회를 엄마의 방 안에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그 꿈을 실현하는 애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제 사라져 버린 역사를 살았던 개개인의 추억을 소중히 안아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베커가 동독의 과거회귀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서독 출신인 데니스와 알렉스가 찰떡궁합을 보여주는 파트너로 일하는 모습에서 통일 독일에 대한 낙관을 보여주고 있으며, 알렉스 엄마의 건강을 위해 데니스가 주도하여 만들어내는 거짓 뉴스들은 동독 독재가 행했던 미디어를 통한 현실 왜곡에 대한 풍자로 기능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족을 통해 전해주는 진한 감동말고도 시네아스트로서 감독 베커는 영화사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준다. 알렉스의 친구 데니스가 만든 결혼식 홈비디오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전설적인 장면인 뼈다귀가 우주정거장으로 변화하는 장면에 대한 오마주요, 데니스가 알렉스를 도와 알렉스 엄마 방을 동독 시절로 재구성하는 빠른 영상은 큐브릭의 <시계태엽의 오렌지>에서 방 안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베커 감독의 작가적 태도는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얻어낼 때까지 집요하게 촬영하는 열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굿 바이 레닌>에서 알렉스를 연기하며 스타덤에 올라 한국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다니엘 브륄(<본 얼티메이텀>, <라벤더의 연인들>, <에쥬케이터> 등 출연)은 바로 이러한 베커의 완벽주의적 태도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니 말이다.



/이주봉 군산대 전임강사-전북비평포럼

새전북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제휴안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728번지 새전북신문 | 대표전화:063-230-5700 | 구독안내:063-230-5712
제호:SJBnews | 등록번호:전라북도 아00058 | 등록일자:2012년 03월13일 | 발행·편집인:박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오성태 | 종별:인터넷신문
주식회사 에스제이비미디어는 새전북신문의 자회사입니다.
Copyright 2006 새전북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SU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