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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어진 마음 깨우는 개인동 오지마을
2008년 08월 18일 (월) 최상석 시민기자 ozikorea@hanmail.net
   
  ▲ 미산계곡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 일대를 일컬어 사람들은 우리 땅의 허파라고 표현합니다. 전란과 화전의 영향으로 원시림이란 말조차도 쓸 수 없는 허허벌판에서 새롭게 시작한 우리나라 산림의 현실을 볼 때 이 지역만큼 울창한 수림을 자랑하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황사가 온 나라를 뒤덮을 때도 이 지역만큼은 예외입니다. 숲이 정화작용을 하기 때문이죠. 동네 앞산까지도 해발 1천 미터를 오르내릴 만큼 고봉이 첩첩이 두르고 있어 숨겨진 비경 또한 수두룩합니다.


천하제일의 절경을 자랑하는 내린천 상류 미산계곡

개인동의 들목은 내린천 상류인 미산계곡입니다. '아름다운 산'이란 뜻의 미산(美山)이란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빼어난 산세를 자랑합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죠. 크고 작은 수많은 골짜기에서 사시사철 청정옥수를 토해냅니다. 이 물은 내린천을 거쳐 북한강으로 스며듭니다. 한강의 최상류인 셈인데요. 거슬러 올라가면 오대산과 계방산입니다.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의 경계인 미산리 일대에 예로부터 3둔4가리(또는 3둔5가리)라 하여 불과 물과 난을 피할 수 있는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로 알려진 곳입니다. 소위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살 수 있는 이상향인 셈이죠.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을 보고 찾아든 이들로 인해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지금도 오지로 소문난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을까요. 빼꼼한 틈이라도 있으면 어김없이 논과 밭을 만들었습니다. 그 흔적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어 옛 사람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동 주변에는 방태산(1444m)과  개인산(1341m), 구룡덕봉(1388m), 침석봉(1320m) 등 하늘 높이 치솟은 1천미터급 고봉이 줄줄이 서 있습니다. 보기에는 평지 같아도 어지간하면 서울 남산보다 더 높습니다. 대부분의 마을은 해발 7-800미터를 오르내리다 보니 산 농사가 대부분입니다. 산에서 나는 것만을 취하던 옛날에 비해 달라졌다면 집 가까이 농토를 만들었다는 것인데요. 더덕이나 곰취 등 자연 상태에서 채취하던 것들을 재배하게 된 것입니 다. 말이 재배지 맛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고산에 피는 꽃이 더 선명하고 아름답듯이 산나물도 고산에서 나는 것이 맛과 향이 좋습니다. 곰취만 해도 어른 두 손을 펼친 만큼의 크기가 대부분입니다. 필자는 그 이유를 바람에서 찾습니다. 습도가 높은 낮은 지대의 후텁지근한 날씨에 비해 기온차가 큰 산중의 바람은 부드럽습니다. 바람과 큰 기온 차는 산나물을 더 여물게 만듭니다.

 

   
  ▲개인약수  
 

신령스런 약수골 개인동과 개인약수

개인동으로 오르는 길은 등산에 버금가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몇 해 전 큰 홍수가 나기 전만 해도 승용차로는 엄두도 못 낼 험한 길이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콘크리크 포장이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워낙 경사가 급하고 굴곡이 심해 초행길이라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산리 버스 종점에서 개인동까지는 겨우 차 한대 지나갈 만한 좁은 길로 5km 가량 올라갑니다. 과연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 싶을 정도로 산중으로 마을이 따로 없습니다. 드문드문 너댓 가구가 산자락에 바싹 붙어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모두가 절경입니다. 개인동에는 대개인동 소개인동 약수골 한니동을 비롯하여 구석구석이 골짜기의 연속입니다. 봄 가뭄에도 물은 철철 넘쳐흐릅니다. 가뭄에 고통 받는 아랫동네 사람들에게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만큼 산림이 울창하다는 얘기죠. 산이 높고 골이 깊으면 물은 넘쳐납니다. 바로 우리 인간에게 나무가 주는 혜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일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죠.


미산리 버스 종점에서 산길을 5km 가량 오르면 허름한 산장이 기다립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개인동으로 찾아 든 차건일 씨의 집으로 개인약수를 마시고 말끔히 병을 고쳤다고 합니다. 예전에 산판을 하던 함바집을 수리한 산장이라, 더구나 깊은 산중에 들어 앉아 있어 '산적의 소굴'이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 좋아하는 산중 사람들의 특유한 성격은 찾아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산에서 흐르는 물을 그대로 받아 식수로 씁니다. 도시적인 기준으로 따진다면 물의 성분 분석은 되어 있는지. 먹어도 괜찮은지 걱정부터 앞서겠지만. 개인동 사람들 대부분 이 물을 먹고 삽니다. 시원합니다. 산길을 올라오면서 흘렀던 땀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개인산장에서 개인약수까지 30분가량 계곡을 끼고 오르면 1893년 함경도 출신의 포수가 최초로 발견했다는 개인약수가 있습니다. 이 물을 고종 황제에게 진상하고 말 한 필에 백미 두 가마, 광목 백 필을 하사품으로 받았다는 얘기도 전해 올 정도로 물 맛 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산을 오른 수고에 대한 대가치고는 과분한 물맛입니다. 아쉽지만, 신령스런 약수골 개인동의 하루는 짧기만 합니다. 산이 높고 골이 깊은 만큼 해가 빨리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여행작가

 

[Tip] 서울에서 양수리-양평-홍천-철정, 철정에서 451 지방도로를 타고 상남 방향 우회전, 상남에서 446번 지방도로 다시 우회전하면 미산계곡입니다. 미산리 버스 종점에서 개인약수 표지판을 보고 산길을 5km 가량 올라가면 개인동입니다. 개인산장에 주차한 후 개인약수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립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속사IC를 빠져나와 운두령을 넘어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홍천군 내면 창촌 삼거리에서 56번국도 양양 방향으로 10분가량 가면 446번 지방도로 갈림길이 나옵니다. 상남에서 들어오는 길로 살둔을 지나 미산리로 이어집니다. 두 길 모두 소요시간은 얼추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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