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카오디오 작업자 형기열씨
[일터와 사람]카오디오 작업자 형기열씨
  • 조석창 기자
  • 승인 2008.08.21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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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디오 작업자 형기열씨.
“달리는 차 안에서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때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지요. 운전의 피로감도 싹 가시게 하거든요.”

전주시 호성동에서 카 오디오점을 하고 있는 형기열(38)씨. 오늘도 자동차 이곳저곳을 뜯어내며 좋은 소리 만들기에 한창이다.

“공장에서 출고된 자동차 오디오는 음악 감상에 한계가 있습니다. 손님 대부분은 좀 더 좋은 소리에 목말라 하시는 분들이죠.”

자동차에 오디오를 장착하는 기본적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형 사장은 독특한 기법을 개발해 왔다. 영업상 기법공개는 곤란하다는 형 사장은 그러나 기본에 충실한 작업이 좋은 소리 만들기의 가장 기초단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카 오디오라면 데크, 스피커, 앰프가 주 구성품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형 사장은 데크, 스피커, 앰프도 중요하지만 이것들이 제대로 구동되기 위한 기초 작업을 우선시한다.

우선 방음과 방진작업이다. 대개 차량 방음작업은 외부소음이 차량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을 칭하지만 카 오디오 방음은 외부소리 차단과 함께 내부 차량재질에 따른 음 손실을 최대한 방지하는데 있다. 유리같이 소리를 반사하는 재질, 시트같이 소리를 흡수하는 재질 등을 고려한 작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 형 사장의 카 오디오 지론이다.

또한 방음과 함께 중요한 것이 방진이다. 볼륨을 올려 큰 소리를 낼 경우 스피커 진동으로 인해 차량 철판이 떠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잡음과 함께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나기 십상이다. 이를 위해 형 사장은 차량 내부 도어와 의자 등을 전부 철거하고 방음재와 방진재 작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 20일 형기열 사장이 호성동 작업장에서 자동차 앞문에 스피커를 장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 케이블 선정이다. 아무리 좋은 스피커나 앰프를 장착했다 해도 그것들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 바로 케이블이다. 케이블에서 신호 손실이 발생하면 좋은 기계가 제 값을 하지 못한다.

“손님들이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방음과 방진, 그리고 케이블 선정입니다. 어느 정도 기초단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오디오 작업을 해야 투자 대비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과 자동차를 좋아해 카 오디오를 시작했다는 형 사장은 어느덧 12년이 넘는 세월을 자동차와 음악과 함께 생활했다.

작업 후 만족스런 소리가 날 때가 가장 일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며 형 사장은 그 보람된 순간을 위해 여러 시행착오도 마다하지 않는다. 손님과 함께 머리 싸매고 연구하며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허다했다. 몇 년전엔 피아노까지 구입하는 열정을 보였다.

“피아노에서 나는 소리와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를 비교하기 위해 구입을 했죠. 피아노 소리에 맞춰 이퀄라이저를 조정하니 훨씬 자연스럽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나오더군요.”

또한 형 사장은 차량용 진공관 앰프 제작에도 공을 들였다. 진공관은 진동과 열에 약해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잘 쓰이지 않는 부품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진공관앰프는 TR앰프가 보여주지 못한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데 제격이어서 단골손님들이 주로 찾는다.

형 사장의 주고객층은 크게 AV형과 하이파이형으로 나눠진다. AV를 찾는 고객은 20대 고객이 주를 이루는 반면 하이파이를 추구하는 고객은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폭을 이룬다. 15명 정도의 하이파이 마니아들은 형 사장의 듬직한 자산이기도 하다. 이들과 함께 붙였다 뜯기를 반복하며 좋은 소리를 찾는 연구는 밤새는 줄도 모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고생 끝에 자신과 손님이 동시에 만족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그때만큼 보람된 때가 없다는 형 사장은 반면 반대상황이 벌어질 경우 무척 난감하다고 고백한다.

“제 자신뿐 아니라 손님이 소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힘든 결정이지만 다 뜯어냅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죠. 작업이 잘못됐는지, 기계선정이 잘못인지 원인을 처음부터 찾아서 다시 작업에 임합니다.”

형 사장의 이런 일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 손님과 형 사장 관계는 친구 이상의 절친한 관계가 형성된다. 같이 회식도 하고, 같이 연구하고, 심지어 작업도 서로 상의 끝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작업을 하다 테이블 소에 왼손 검지가 부분 절단되는 사고를 겪기도 했지만 형 사장의 소리사랑은 전주지역에서 누구나 알 정도로 유별나다.

덕분에 지난 몇 년간 경기대 카오디오페스티벌이나 탄천 페스티벌 등지에서 타온 각종 상장이 매장 한 면을 장식하고 있다.

자동차 오디오는 속성상 사치품에 속해 경기에 민감하다.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매출이 예전에 비해 절반이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타고난 작업 실력과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소유했다는 입소문 덕분에 형 사장은 다행히 불경기에서 빗겨 갈 수 있다.

“저를 믿고 찾아주는 손님들이 너무 고맙죠. 이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제품 선정과 제대로 된 작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조석창 기자 jsc@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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