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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43>빨간 구두
2008년 08월 28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감독 :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출연 : 페넬로페 크루즈,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가슴에 묻어둔 운명적 사랑을 보내는 아름다운 송가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겨내는 작품은 대체로 ‘관심’과 ‘익숙함’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출발한다. 그러나 ‘마일리지’를 가지고 출발하는 만큼 ‘기대치’라는 높은 경계선을 넘어야 하는 부담이 감독에게 주어진다. 원작의 감동이 강렬하면 할수록 감독의 표현과 독자의 상상력 사이를 이어가는 ‘씨줄과 날줄의 조화’가 그리 녹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영화의 원제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직역과 의역’이라는 과제는 기본이요, 그 고민을 넘어서 전혀 다른 뜻으로 개명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 모험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성공과 나락의 경계가 분명하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영화의 모태는 정열의 나라 이탈리아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던 초베스트셀러 ‘Non ti muovere’이다. 게다가 ‘Don't Move(움직이지마 또는 그대로 있어줘)’의 의미를 가진 원제를 ‘빨간 구두’라고 개명하여 개봉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의 우려를 시원하게 떨쳐내고 대성공을 거둔 흔치않은 영화가 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불륜이라는 위험한 줄타기를 소재로 한 통속적인 멜로인데다가 충분히 최루성 전개이다. 그러나 일탈이 아닌 운명적인 사랑을 아픈 기억으로 보낸 연인에 대한 속죄와 구원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초라한 모습의 ‘이탈리아’로 완벽하게 일체화된 페넬로페크루즈의 혼신의 연기가 아름답고, 회상과 현실을 오가는 교차편집과 배경음악까지 감독의 세심한 공력을 볼 수 있다.

수직으로 내리긋는 빗줄기를 타고 빠르게 직하강하는 카메라워크가 시선을 유도하는 곳은 교통사고 현장의 빨간헬맷이다. 외과의사 티모테오의 딸인 안젤라에게 오토바이 사고가 일어나고, 병원으로 실려 온 딸을 바라보는 그의 심경은 복잡하다. 그 세심한 신경줄기는 회상의 한 시점에 도달하고 현실상황과의 사이를 교차하며 유영한다. 우울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트라우마처럼 가진 티모테오에게는 지적이고 우아한 아내가 있다. 그럼에도 그의 일상에서 찾지 못하는 알 수 없는 갈증은 우연처럼 만난 작고 초라한 여인 이탈리아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뜨거운 열정. 이탈리아의 임신을 계기로 아내와의 이혼을 생각하지만, 아내 역시 아기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된다. “날 버리지 말아요. 1년에 한번 와도 좋으니까”라는 이탈리아에게 “죽어줄 순 있어도 함께 가줄 순 없다.”라고 대답하며 아내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향한 절절한 사랑은 쉽게 지워질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은 늘 곁에 있는 거야. 만나기 전부터” 라는 대사를 남기며 함께 떠난 여행길에 이탈리아는 허술하게 시술한 임신중절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다. 티모테오의 처치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준 빨간구두 한 짝도 마저 신지 못한 채 그렇게 묻힌다. 이탈리아는 15년의 세월동안 캐비닛에 숨겨둔 빨간구두처럼 테모테오의 가슴 속에 갇혀있다. 버린 여인에 대한 죄의식은 딸아이 안젤라의 성장과 함께 커나가고, 안젤라의 사고를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되는 위력을 가진다. 사경을 헤매는 안젤라를 향해 살아주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안젤라의 죽음은 이탈리아의 죽음을 헛되게 하는 것이다. 죄의식에 묶인 그의 시선은 안젤라를 온전히 사랑하는 부성애를 가질 수 없게 했었는지 모를 일이다. 안젤라의 의식이 돌아오고, 이제 티모테오는 숨겨둔 빨간구두를 햇살 좋은 마당에 내려놓으며 이탈리아의 영혼을 놓아준다. 영화의 강렬한 시작이 빗줄기의 하강이었다면, 이제 마지막은 빨간구두에 부딪는 따뜻한 햇살이며, 두 장면은 충분히 영화의 균형을 이뤄낸다. 하늘을 향해 오르는 햇살은 진정한 사랑임과 동시에 속죄에 대한 구원의 메시지인 것이다.

원작의 소설가 마가렛 마짠티니는 이탈리아의 베스트셀러 인기작가이며, 원작을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옮겨내고 강렬한 연기까지 선보인 세르지오 카스텔리토는 그녀의 남편이다. 이태리의 실력있는 영화제작자 마르코치멘즈가 합세하였고, 거기에 페넬로페크루즈까지 성공요소들의 조우가 이뤄낸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김경미 객원전문기자(미르기획 대표,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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