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도립국악원 대금-단소반 조용석 교수
[일터와 사람]도립국악원 대금-단소반 조용석 교수
  • 이용찬 기자
  • 승인 2008.08.28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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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립국악원 교수부 단소 대금반 조용석(오른쪽) 교수가 지난 26일 수강생 김옥주(62)에게 악보를 놓치지 않는 것이 선율을 이어가는 비결이라며 음에 따라 악보를 짚어주고 있다.
“대금을 배운다는 것은 내 안의 욕심을 비우는 방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전북도립국악원에서 대금·단소반을 지도하는 조용석 교수가 대금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이다.

그는 “대금이나 단소를 불기위해서는 먼저 마음가짐을 평온하게 비우는 일종의 스트레칭이 필요하다”며 “악사는 연주전에 악기와 자신의 몸 상태를 풀어주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것이 바로 복식호흡이며, 이를 통해 내 안의 욕심을 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김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단소나 대금은 대나무로 만들어져, 금속으로 만들어진 금관 악기에 비해 제소리를 내기까지 악기를 풀어주고 조율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특히 대금은 소리가 대나무의 결을 따라 옆으로 흐르다 갈대의 속청을 거치며 맑고 청아한 음색을 만들어 낸다.

▲ 도립국악원 단소 대금반 수강생들이 조용석(오른쪽) 교수와 함께 대금을 공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금이 맑고 청아한 음색을 내기위해서는 가다듬어진 호흡으로 계속 불어야 한다. 뜬 호흡이 아닌 차분한 복식호흡이 필요한데 복식호흡이 대금이 연주되는 내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일시적이 것이 아닌 일상의 것이 돼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흔히 대금을 불기위해서는 폐가 좋아야 하고 그래서 폐활량이 작은 사람은 대금을 불 수 없다는 오해들을 한다”며 “그때마다 '전 폐가 하나밖에 없어도 대금 잘 불고 살고 있다'고 오해를 지적해 왔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폐결핵을 앓았다. 그러나 당시 양부였던 외국인 가톨릭 신부의 도움으로 완치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조 교수가 국악계에 발을 디딘 계기는 형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부터다. 중학교 1학년 때 큰형이 급사(急死)하고 중3 때 둘째 형까지 잃게 된 충격으로 그는 그동안 의지해오던 가톨릭에서 벗어나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산사의 멋에 빠져 전국의 사찰들을 답사하던 중3 여름, 조 교수는 지리산 쌍계사에서 그윽하게 흘러나오던 대금 연주곡 ‘청송곡’의 청아한 선율에 이끌렸다. 어린 나이였지만 대금소리에 넋을 잃은 그는 대금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당시 유일하게 학교에서 대금을 지도하던 국립국악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유년시절 한쪽 폐를 절단해 성음이 잘 올라가지 않아 국립국악고 재학 시절 내내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처음 대금을 사사했던 녹성(綠成) 김성진으로부터 “그렇게밖에 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대금수강을 때려치우라”는 질책을 수시로 듣기도 했다. 이같은 질책은 고교 졸업 후 한양대 국악과에 진학해서도 이어졌다.

조 교수는 "대학에서도 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대금으로 생업을 잇기란 힘들겠다'는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며 "오랜 방황의 시기를 겪은 뒤 전주의 한 목사를 만나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이후에는 현재의 성음을 낼 수 있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1988년 전북도립국악원에서 초창기 국악관현악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모, 단원으로 활동하다 1994년부터 교수부 단소 대금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조 교수는 “유아기 때 폐의 한쪽을 떼어내고 반쪽 폐로 성장기에 대금을 배우고 불어와 성음을 내기까지 반쪽폐가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대금을 불기위해서는 반쪽 폐보다 평상심의 복식호흡이 대금연주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조 교수로부터 대금을 배우는 김옥주(62) 씨는 “그동안 10여년 넘게 전북도립국악원을 오가며 우리나라 전통춤인 고전무용들을 모두 섭렵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대금을 접해 5년째 배우고 있다”며 “건강도 이전보다 더 좋아지고 연주를 하면서도 대금 가락에 대한 묘한 매력에 빠져 이젠 하루도 대금을 불지 않고는 못 견딘다”고 대금 예찬론을 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말.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국악기 대금을 통해 젓대소리도 배우고 대금이 전하는 청 독특하고 청아한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늦더위를 잊는 또 다른 방법은 아닐까.

/이용찬 기자 chans0007@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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