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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4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8년 09월 04일 (목) 새전북신뭍 sjb8282@sjbnews.com
   
2007 퓰리처상 수상 작가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원작 소설을 코엔 형제가 영화화한 것으로 2007년 칸 영화제와 2008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등 8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스릴러의 긴박감에 싸인 얼핏 현대판 서부극 같은 첫인상을 준다. 숨 가쁜 사건들, 긴밀한 시퀀스, 기계적인 독백의 화법은 인간 사회의 잔혹함과 폭력성이 '동전 던지기' 게임 같은 우연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무심히 전달하고 있다. 이 ‘지옥의 묵시록’은 멕시코 국경의 황량함, 다양한 형태의 총기류들, 핏빛과 화약 연기들의 로컬 이미지들 이면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모습에 대한 비스듬한 응시의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우리 시대의 소시민적 욕망의 화신인, 사막에서 영양을 쫓던 평범한 사나이, 모스는 우연히 유혈 낭자한 총격전의 현장에 던져진 '被投性의 존재'가 된다. 참혹한 피투성의 시체들, 다량의 마약, 200만 달러가 넘는 현금, 그리고 물을 찾는 중상의 생존자, 모스는 돈 가방을 챙겨 그곳을 떠난다. 그런데 그 남아 있던 생존자가 마음에 걸린 모스는 그날 밤 물병을 가지고 다시 현장을 찾아간다. 하지만 마약은 사라지고 생존자는 누군가의 총격으로 살해되었으며, 그를 기다리는 것은 미지의 추적자들이다. 이제 지극히 평범했던 모스의 삶은 숨막히는 추격전으로 빠져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지극히 우연한 순간에 타인의 삶에 편입되는 인간의 삶을 그대로 반영해 주듯이, '돈을 쫓던' 모스는 도망과 총격전, 음모와 살인의 연속인 삶 속으로 던져진다. 마약 혹은 돈과 연관된 무리들과의, 혹은 그 무리들 간의 총격전과 살인, 나름의 논리로 아주 냉철하게 살인을 일삼으며 다가오는 살인마 안톤 쉬거, 진심으로 모스를 염려하지만 이 지옥 같은 삶 속에서 모스를 구해 내기엔 너무나 무기력한 늙은 보안관 벨, 결국 누구나 한번은 죽고, 사라진다. 자연계의 자정(自淨) 법칙인 '존재의 사슬'에서 '그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리'. . . .

이렇게 '돈을 쫓는' 인간 역시 그 돈처럼, 여기 저기 유통되는 동전으로서, 그야 말로 동전 던지기 게임 같은 우연성의 인생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을 영화는 유유히 보여준다. 따라서 통화시장에서처럼 인간시장, 이곳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표현이 일면 적절할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건 종국적 파국을 향해 치닫는 젊음과 탐욕의 세계를 멀리서 바라보는 보안관 벨의 음울한 시선은 황금만능주의와 현대문명 자체에 대한 비관적 예감으로 이어지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깊은 체념의 사색에 잠긴 노구의 '꿈' 기억만 그 시선 끝에 가물거릴 뿐이다.

제목의 ‘No country for old men’은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의 첫 구절로서, 작품 자체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암시한다. 삶과 죽음의 인생항로라는 게 누구나 다 통과해 나가야 할 여정이기에, 더욱 더 거칠고 황량한 느낌의 이 비정한 스릴러는 예이츠의 시가 갖는 은유의 문학적 울림을 자조적으로 길게 남긴다, "젊음과 관능의 음악에 사로잡혀 있느라, 사람들 저마다,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를 소홀히 하고 있네. 늙은이는 다만 하나의 하찮은 물건, 막대기에 꽂힌 다 떨어진 옷이려니. . . ."

/김성희 (백제예대 방송시나리오극작과,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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