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사람]전주지역자활센터 '맛디자인김치사업단' 팀장 한경미씨
[일터와 사람]전주지역자활센터 '맛디자인김치사업단' 팀장 한경미씨
  • 김동욱 기자
  • 승인 2008.09.04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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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미씨.

별다른 소득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대안을 찾지 못한 주민들에게 교육과 근로를 통해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불어넣는 이가 있다.

전주시 완산구 대성동 전주지역 자활센터 ‘맛디자인김치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한경미(여·50) 팀장이 그 주인공.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지역 저소득층 주민 9명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만들어 판매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사업단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그 기능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지원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기본적인 소득생활을 보장받으면서도 자활능력을 배양, 향후 자활공동체 창업이나 취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말 그대로 ‘생산적 복지구현을 위한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자활사업이자 저소득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고안된 기초능력배양 프로그램인 셈이다.

한 팀장과 주민들이 김치를 담그는 일로 새로운 꿈과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활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맛디자인김치사업단’ 현장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맛깔스러운 김치를 담그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작은 침치공장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이곳에서는 선주문 후제조 방식의 ‘맞춤형’ 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주재료인 무, 배추와 고춧가루, 생강 등 양념 재료는 모두 완주 봉동, 진안, 장수, 무주 등지에서 엄선해 조달한다. 소금물로 숨을 죽인 배추를 꺼내 갖은 양념을 버무리는 참여자들의 손끝에서 자신감이 물씬 풍겨나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는 전주시청 구내식당을 비롯 시내 17개 초·중학교, 병원, 요양원, 여성 인력관련단체 등 35곳에 납품된다. 사업단이 출범한 지난 2001년에만 해도 납품처라고 해봐야 몇 곳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했지만, 해마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재 월 15톤을 웃돌고 있다. 사업장도 100㎡에서 3배이상 늘어난 363㎡로 확장됐다.

더구나 요즘에는 택배를 통한 무료 배송체계도 구축해 신선한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8가지의 포기김치를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김치사업단은 판매수익금을 차곡차곡 적립해뒀다 ‘자활공동체’가 출범하게 되면 창업자금 형식으로 지원하는데 현재 3억원을 웃돌고 있다. 그동안 이곳에서 실력을 갈고닦으면서 자활의지를 다져온 참여자 3명은 4일 전주 금암동에서 음식점을 공동 개업, 5,000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또 10여명은 이미 식품제조 업종에 취업했다.

김치사업단은 다음달 9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자립단계인 자활공동체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자활공동체는 사업 참여자 스스로 안정적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상호출자 조합방식의 공동사업으로, 모두가 사장이자 종업원이 된다.

김치사업단이 이처럼 저소득 주민들의 ‘희망을 가꾸는 일터’로 자리하기까지는 한 팀장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동통신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그녀는 IMF 외환위기로 불가피하게 직장을 그만둔 뒤 틈틈이 공부했던 사회복지와 식품영양 분야의 능력을 바탕으로 사업단 초대 팀장을 맡아 희망의 꿈을 나눠왔다.

“처음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더군요. 그러나, 전 직장에 버금가는 여건을 만들어 같이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욕심으로 일하다보니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네요.”

한 팀장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만나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하면서 땀의 보람도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과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팀워크가 워낙 좋아 사업을 이끌었다기 보다는 참여자들이 스스로 끌어온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활근로 의욕이 스스로 솟아난 것은 아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자포자기 수준에 이른 참여자들의 의식을 바꾸는 게 사실 가장 어려워요. 근로 능력이 있더라도 가족 구성이나 가정 형편에서 차이가 있다보니 빈곤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로 봐야죠.”

김치사업단 참여자들이 ‘사업다운 사업, 직장다운 직장’이라는 긍지와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는 한 팀장은 기능성 김치와 효소빵, 농산물 전처리 등 자활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sonbal@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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