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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45>향수
2008년 09월 11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톰 티크베어 감독의 영화 <향수>는 영어로 제작되었고, 더스틴 호프만과 같은 할리우드의 대스타가 열연하여 할리우드 영화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유럽의 여러 나라 합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유럽 영화로는 드물게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로, 할리우드와 독일을 오가며 대작을 제작하는 베른트 아이힝어(<특전 U보트>, <장미의 이름>, <레지던트 이블> 등 제작)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영화 <향수>는 원작자인 소설가 파트릭 쥐스킨트에게 지불한 액수가 무려 천만 달러에 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독일소설로는 예외적으로 45개국에 번역되어 1500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소설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그리 가당찮은 액수는 아닐 것이다.

‘향수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남동부의 그라스에서 연쇄살인범으로 처형의 순간에 처해있는 한 젊은이의 회상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는 1738년 프랑스 파리의 악취나는 생선 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썩어가는 생선들 틈에 버려졌지만 사람들에 의해 구해져 고아원에서 자란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말도 잘 못하고 어울리지도 못하는 그르누이는 외부세계를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천재적 후각으로 인식하는 남다른 아이이다. 새로운 냄새에 호기심을 보이는 그르누이는 난생 처음 파리 시가지로 배달을 하러 방문한 날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냄새에 이끌려 향수가게로 향한다. 향수에 취해 서있던 그에게 새로운 향기가 욕망을 자극하는데, 그 향기는 바로 지나던 아름다운 여인의 체향이었다. 이 냄새에 대한 욕망으로 여인을 살해하게 된다. 그르누이는 새로운 향기에 대한 욕망으로 처음에는 한물간 향수제조사 주세페 발디니(더스틴 호프만)를 찾고, 나중에 발디니가 채워주지 못하는 새로운 향기에 대한 욕망을 좇아 ‘향수의 낙원’ 그라스로 떠난다. 그르누이는 여기에서 여성들의 체취로 최고의 완벽한 향기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제 그라스에서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머리카락을 모두 잘린 채 나체의 시신으로 발견되기 시작하고 그라스는 공포에 떨게 된다.

티크베어의 <향수>는 이처럼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천재적 후각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등 스릴러로서 아주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이야기를 이끄는 그르누이의 ‘완벽한 향수’ 만들기 말고도 영화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주인공 그르누이가 영화내내 보여주듯이 어떤 윤리적인 바탕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것은 바로 그르누이가 후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한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그럼 그르누이는 추상적인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가?

그르누이는 모든 것을 냄새로 알아내고 그 냄새로 인간의 영혼마저도 앗아낼 정도의 향수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어떠한 냄새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은 깨닫고 세상 최고의 완벽한 향수를 만들기로 결심하는 장면을 염두에 둔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하다. 이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 스스로는 어떠한 체취도 갖지 않다는 사실과 그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상기하고 세상에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사실은 그르누이 자신이 만드는 완벽한 향수를 위해 필요한 열세 번째 여인 로라를 살해한 이유를 묻는 로라의 아버지 질문에 그는 단지 “그녀가 필요했었다”는 말만 하는 장면에서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 말미에 보이는 그르누이의 눈물은 사람들에게 존재를 인정받았기에 나오는 눈물일까, 아니면 세상에 대한 환멸일까.

쥐스킨트의 소설이 갖는 서사적 마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티크베어는 자신의 카메라맨 프랑크 그리베와 함께 만들어낸 화려한 영상으로 새로운 환상적이며 디테일한 영화 현실을 은막에 수놓는데 성공한다. <향수>로 감독 티크베어는 세계영화계에서 화려한 영상언어로 마술을 부리는 감독 중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면모를 확인시켜준다. 코 속으로 흡입되는 카메라로 시작되는 영화의 오프닝에서부터 도주하는 로라 부녀를 그르누이의 후각이 어떻게 쫒아가는지를 보여주는 화려한 영상 등은 티크베어 특유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초가을 선선함을 벗 삼아 <향수>를 통해 향수의 기원을 소재 삼아 18세기 프랑스의 모습을 다룬 원작에 걸맞게 디테일과 리얼리티를 강렬한 영상으로 갈무리하는 티크베어의 역량을 확인하기를.



/이주봉 객원전문기자(군산대 전임강사,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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