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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경북 포항 도등기마을
2008년 09월 21일 (일) 최상석 시민기자 ozikorea@hanmail.net

   
  ▲ 도등기마을을 찾아가다 만난 하옥계곡. 물은 흘러흘러 동해로 간다.  
 

푸른 바다가 먼저 연상되는 포항 땅에서 오지마을 이야기를 하자니 뭔가 잘 못된 듯 싶어 보이지만 행정상으로 포항시에 속할 뿐 청송 땅과 등을 맞댄 포항의 최북단에 자리한 도등기마을은 동해바다가 지척이면서 산 중 깊숙이 들어앉은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너른 분지가 아늑함을 더하는 포항시 죽장면 상옥리에서 하옥계곡 방향으로 들어서면 이내 우람한 계곡의 물소리에 압도당하고 만다. 바로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뜻의 둔세동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계곡의 물소리다.

둔세동에서부터 시작해 옥계계곡을 만나기까지 장장 20여km에 달하는 하옥계곡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검푸른 빛의 폭포와 소(沼), 집채만한 바위들로 가득한 둔세동에는 지금 사람이 살지 않는다. 부처를 닮은 미륵바위에 소원을 비는 사람들만이 간간이 찾을 뿐이다.

폐교 된 하옥분교가 있는 배지미 마을까지 계곡은 수십 번 몸을 비틀며 절경을 빚어낸다. 사람의 마을을 지나고, 그 사이사이 문전옥답을 촉촉이 적셔주는 사이 서서히 몸을 불리며 옥계계곡을 거쳐 동해로 흘러 들어간다.

하옥리까지는 포항에서 시내버스가 하루 두 번 드나든다. 비포장 길을 달리는 시내버스의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지만 오지마을 주민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적자를 무릅쓰고 포항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고 한다.

참 오랜만에 만나는 풍경이다. 흙먼지 폴폴 나는 신작로가 꼭 어릴 적 고향 가는 길을 닮았다. 버스가 지나가면 그 뒤를 쫓던 한 무리 어린 아이들, 놀이꺼리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라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버스 뒤를 따르던 시절이 있었다.

하옥리에는 아이들이 없다. 하옥리의 유일한 학교였던 하옥분교가 오래전 폐교되었기에 학교가 없어 아이들이 없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학교를 문닫으니 모두들 떠나시오.'하는 말이나 다름없는 노릇이다. 아이들이 몇 안 된다고, 열악한 환경이라고, 모두들 내 쫓고는 어쩌란 말인가. 아이들이 없는 산골마을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도등기마을의 들목은 시내버스가 되돌려 나가는 하옥리 배지미마을. 산등성이를 따라 좁은 산길이 이어진다. 두 사람이 딱 걷기 좋을 만큼의 폭이라 자동차가 다니기에는 좁아 보인다.

콧노래가 절로 나올 만큼 쉬엄쉬엄 걷던 길이 허리를 90도 쯤 굽혀야 할 만큼 만만치 않은 경사로 바뀐다. 급격히 고도를 높이는 중인 것이다. 1시간쯤 걸었을까, 넓은 분지가 턱하니 펼쳐진다. 그렇다, 그런 대로 농사짓고 살만한 터가 있었기에 수백 년 세월 사람의 마을이 자리했으리라.

임진왜란 당시 피난지를 찾아 떠돌던 사람들에 의해 처음 발견되고 그렇게 그들에 의해 마을을 형성한 곳, 도등기 마을의 지명유래를 찾아보니 재미있다. 길‘道', 등잔‘燈' 터‘基', ‘등잔 불빛을 따라 길을 걸어 들어왔다'는 뜻으로 당시 피난민이 첫 정착민이다. 그 후 잠시 비웠던 마을은 언제부턴가부터 다시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주로 화전민들에 의해 경작 된 농토는 지금은 대부분 묵밭으로 버려져 있다.

도등기 마을의 유일한 주민은 20년 전 하옥분교에서 선생님으로 계셨던 강상룡 할아버지 부부. 도등기에 터 잡을 당시만 해도 11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산에서 흐르는 물을 그대로 받아 식수로 쓰는, 자연 그대로의 삶이다. 농사라야 콩이나 옥수수 재배가 전부지만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과 약초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산마을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도등기 마을에 가면 아름다운 자연뿐만이 아닌 자연을 닮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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