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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48>길
2008년 10월 02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길(La Strada:1954)>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감독/안소니 퀸(Anthony Quinn), 쥴리에타 마시니(Gulieta Masina) 주연/상영시간 94분



<길>은 볼 때마다 가슴을 울리는 라스트 씬과 애잔한 시네 뮤직 '젤소미나' 때문에 유명한 로드무비이다. 길 위에 지는 낙엽, 황폐하고 스산한 길가의 전경, 그 길 주변에서 순환하는 사계절 등이 퍽 인상적이고 쓸쓸하기 이를 데 없는 흑백영화다. 전후 사회의 황폐한 거리를 배경으로 삼륜차를 끌고 정처 없이 유랑하는 차력사, 잠파노(앤소니 퀸 분)와 어리석으리만큼 순진한 백치 여인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 분)의 삶이 저만치 거리두기로 보여지다가, 마지막엔 보는 이를 목메게 하는, 왠지 나이 들수록 그 깊이가 더해가는, 그런 영화다. 젤소미나의 죽음을 알고 황량한 바닷가에서 울부짖는 잠파노의 모습은 근원적인 소외와 고독에 가까운 절규로서 바로 우리 모두의 공허한 모습이다.

<길>의 등장인물들은 전후 이탈리아의 절박한 민중과 그들의 피폐한 삶을 대변하고 있으나, 이것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보다는 개인의 본질적인 고독과 연민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네오리얼리즘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펠리니는 <길>을 통해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과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그리고 뉴욕 영화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작가적 존재감을 외부에 알리게 된다. 영화 <길> 이외에도, <무방비 도시>, <달콤한 인생>, <8과 1/2>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만들어낸 펠리니는 60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93년 평생공로상을 포함 미국 아카데미상을 5차례 수상했다. 영화 <길>은 <희랍인 조르바>로도 우리에게 낯익은, 멕시코 출신으로 미국 국적을 가진 안소니 퀸의 탁월한 연기력과, 펠리니의 부인이던 쥴리에타 마시나의 약간 모자라는,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맑고 순수한 매력을 지닌 순진한 백치 여인 연기로도 유명하다.

영화가 시작되면 바닷가의 어느 가난한 마을에서 '잠파노'가 1만 리라의 싼 값으로 '젤소미나'를 산다. 그 후, 젤소미나는 잠파노가 차력하기 전에 광대 짓도 하고 또 모자에 돈도 걷는 등 떠돌이 유랑 생활을 함께 한다. 때때로 야수 같은 잠파노에게 있어서 젤소미나는 애완용 동물 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젤소미나의 고달픈 인생은 길가의 가로수처럼 그 길 위에서 진행된다. 잠파노의 우연한 살인과 시체 유기를 목격한 젤소미나가 이상해져서 밥도 안 먹고 헛소리만 하게 되자, 눈발 날리는 추운 어느 날 잠파노는 젤소미나가 잠든 사이 그녀를 두고 길 떠나버린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돌아온 유랑극단의 늙은 잠파노가 그 마을을 둘러보다가, 어느 빨래를 너는 여인이 무심코 흥얼거리는 멜로디에 이끌려 다가간다. 그것은 바로 젤소미나가 자주 불렀던 그 시절의 그 노래였다. 그 까닭을 물어보자, 몇 년 전에 정신이 이상한 여자가 이 동네에 왔었는데 그 여자가 부르던 노래였다고, 그녀는 몇 년 전에 죽었다고 그 여인에게서 전해 듣는다. 장면이 바뀌어, 어느 시골의 쓸쓸한 해변가, 파도가 두어 번 밀려갔다 들어오면 한 사내가 모래밭에 주저앉아 크게 울부짖는다. 밤 바닷가에서 잠
   
파노는 혼자 울부짖는다."난 외톨이야, 내겐 아무도 없어!"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던 카메라가 서서히 뒤로 물러서고, 이 감동적인 장면은 그대로 관객의 마음속에 한 점으로 남아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멋진 라스트 씬으로 밀려오면서, 이윽고 낯익은 영화의 주제가가 사방에 가득하게 된다. 갈바람이 전하는 젤소미나의 애잔한 멜로디에 사랑은 이미 과거시제로 가고 없다는 것을 잠파노는 깨닫지만, "때는 늦으리". . . .

/김성희 객원전문기자(백제예대 방송시나리오극작과 교수,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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