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이병우 '어머니'
<10>이병우 '어머니'
  • 조현태 시민기자
  • 승인 2008.10.05 22:3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우/어머니

고무신이 토방이나 섬돌 위에 있으면 어머님이 계심에 안심하였다. 들일을 하셨기에 빈 신발에는 풀물이나 나뭇잎이 담겨 있었다. 뒤란으로 감나무가 그늘을 내어주었고 감꽃을 실에 꾀어 걸고 밭에 가신 어머님을 오래도록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감꽃이 톨톨 구르는 소리, 새들이 연신 쪼아대는 소리. 꿀벌을 쫓고 나비를 쫓고 잡으며 몇 번이고 흙 위에 이름을 쓰고 지우며 어머니 기다리는 일을 해찰했다.


따스한 햇빛이 장독에 머물며 빛을 내었고 목련 살구 앵두꽃을 지나온 바람이 돌담에 쉬는 동안 암탉은 느린 병아리떼를 기다리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잦은 몸짓에도 뒤돌아와 데리고 가던 순한 짐승들이 살았던 내 유년시절의 뒤란.


이러한 그리운 풍경을 음악으로 다시 볼 수 있다.


한국의 ‘엔리오 모리코네'라고 불리우는 이병우(사진)의 음악 ‘어머니'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밭일에서 돌아온 어머님이 금방이라도 개똥참외 몇 알을 소쿠리채 마루에 내려놓는 소리, 사각사각 깎아 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뮤지션 이병우는 풍경을 음악으로 보여주거나 몇 소절의 멜로디로 풍경을 빚어내는 재주를 갖었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관절염을 앓고 있었다. 홀로 빈 교정을 서성이거나 그늘진 뒤란에서 악보 그리는 일을 그의 어머니는 먼 발치에서 지켜본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는 기타를 선물한다.


어머니는 따뜻한 시선으로 늘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그의 음악은 여전히 따뜻하고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은 음악편지 형식으로 오선지에 내려진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는 은둔한 채 작업한 흔적. 가녀리고 여성적인 손끝으로 안식과 위로가 필요한 어머니에게 카타르시적 오솔길을 열어준다.


한때는 그도 평범한 팝아티스트로 조동익과 활약했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대학과 미국 피바디 음악학교에서 클래식 음악을 수학한 뒤로는 음악적 깊이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영화음악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 2006년 대한민국 영화대상 음악상, 2006년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받았다.


그의 영화음악 세계를 열람하려면 호르비츠를 위하여, 스캔들, 분홍신, 왕의 남자, 장화홍련(돌일킬 수 없는 걸음), 괴물 등의  O.S.T를 찾으면 된다 .


추천할 만한 곡으로 ‘텅빈 학교 운동장엔 태극기만 펄럭이고' 와 ‘돌일킬 수 없는 걸음’을 꼽을 수 있다.     


/작곡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진명 2008-10-08 03:45:45
새벽 4시 잠시 눈을 감고 듣고 있습니다. 이 편안함 ---
여러 사람이 느꼈으면 합니다.

Sing건지 2008-10-06 23:41:31
이병우의 -텅빈 학교 운동장엔 태극기만 펄럭이고- ^^* 가능하면 MV로 듣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