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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49>비포 선 라이즈 비포 선 셋
2008년 10월 16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사랑을 이야기 할 시간

출연 : 에단호크(제시), 줄리델피(셀린) 감독 : 리차드 링크레이터
리뷰: 김혜영



   
9년의 세월에 걸쳐 있는 탓에 함께 봐야할 두 편의 영화가 있다.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 <비포 선셋 Before sunset) - 링클레이터감독과 두 배우는 9년을 사이에 두고 다시 만났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했다. 기본적인 내용은 감독이 실제로 한 여성과 필라델피아 거리를 배회하며 밤새 나누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향력 있는 독립영화 작가로 성공한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은곰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첫 작품을 제작하는 중에 <비포 선라이즈>를 구상했고, 4년 후인 1993년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여행의 비일상성, 제한된 시공간, 미지의 세계에서 낮선 사람과 관계 맺기라는 흥미로운 상황에서 ‘사랑’은 빛을 발한다. 허튼 얘기조차 의미로 다가올 짧은 시간, 관객은 쉽표 사이사이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채워 넣으며 그들과의 동행을 시작한다.

<Before sunrise>

이십대의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델피)은 유럽 여행 중에 기차에서 만난다. 사랑이 움직이고, 변한다는 것을 믿지 않고, 인생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젊음의 오만함도 있을 나이, 여행은 공간의 이동 뿐 아니라, 전혀 다른 ‘나’를 드러내는 자아 이동이기도 하다. 둘은 비엔나 구석구석을 함께 누빈다. 해뜨기 전까지 단 하루, 혹은 한나절, 그 후 그들은 헤어지는 기차역에서 서로의 연락처를 나누지 못하고 6개월 같은 장소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여자는 파리로, 남자는 미국으로 떠난다. 연인이 헤어지면 보통 매일의 연락이 한달후가 되고, 일년에 연락 몇번 주고받다가 서서히 잊혀지는 흔한 관계,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렇게 ending.

<Before sunset>

태양이 떠오르던, 반짝이던 시간으로부터 9년이 흐르고, 빈에서 낭만적인 하루를 보냈던 그들이 재회한다. 작가가 된 제시가 팬 사인회를 하는 파리의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둘은 제시가 출국하기 전까지 남은 몇 시간을 함께 보낸다. 관객은 다시 그들의 추억을 자신의 기억 안에 재구성한다. 세월은 더러 그들을 비켜갔고, 더러 비켜가지 않았다. 싱싱했던 이십대 두 청춘은 어느덧 자글거리는 주름과 수척해진 볼, 둔탁한 허리 살을 가진 중년이 되어 있다. 이번에는 비엔나가 아니라 파리 세느강을 따라서 한 시간의 긴박함을 ‘의미 가득한 수다’로 채운다. 카메라는 대화에 의미 사이에서 호시탐탐 주름진 얼굴과 켜켜이 쌓인 두 사람의 세월 지층을 탐색한다. 재즈를 흥얼거리고, 엉덩이를 느리게 흔들며 손짓하는 셀린, 떠날 시간이 다가 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헤어질까?

불확실함을 즐기기 어려운 시대

핸드폰과 인터넷은 ‘그리움’ 왜소하게 만들었다. 때때로 ‘운명’이라고 불리던 ‘어긋남’이 드물어지고, 확실성으로 수렴하면서 우리의 상상력이 제약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연인의 헤어짐에 답을 찾을 수 없던 많은 청춘남녀들이 각자의 해석으로 위로받는 행복한(?) 시간을 뒤로 한 채 모든 사랑은 증거를 가지게 되었다. 로빈우드의 말처럼 이 두 편의 영화는 완벽하게 열린 영화이다. 모든 것을 미묘하고 감각적으로, 여러 가지의 긴장을 아름답게 분석하면서 그곳에 있는 가능한 문제들을 의문문과 함께 남겨두고 끝을 맺는다. 관객 스스로 의문부호를 만들어간다면, 9년에 걸친 연인의 사랑이야기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김혜영 객원전문기자(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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