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선의 파리통신]<15>이사
[이효선의 파리통신]<15>이사
  • 이효선 시민기자
  • 승인 2008.10.19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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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벽에 걸린 매매와 임대광고.

엊그제 아는 언니네가 두 달이 넘는 이사 준비를 마치고 힘겹게 이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파리 생활 8년동안 3번의 이사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집을 매매해서 이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오늘은 임대이사에 대한 내용을 전할까한다.

먼저 프랑스에 살던 집에서 이사할 생각을 한다면 3개월 전부터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왜냐면 법적으로 3개월전에 살던집 주인에게 이사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등기로 발송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3개월에 해당하는 집값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곳 프랑스는 한국처럼 전세가 없다. 유럽의 모든 나라가 월세 시스템인 걸로 알고 있다.

▲ 부동산 입구.

이사할 집을 구하는 방법에는 신문 광고를 비롯해서, 인터넷 전문사이트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부동산(Immobilier)'이라는 곳을 통해서 집을 구하게 된다. 이곳 부동산을 이용할 경우 세를 주는 집주인은 임대료의 약 두달분에 해당하는 복비를, 세입자는 약 한달분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지불하게 된다. 월세가 비싼 이곳에서는 큰돈인 셈이다.

▲ 주택에 부착된 광고문

부동산 사이트 정보나 직접방문 그리고 전화를 통해서 원하는 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는데, 부동산 방문시 임대자가 기본적으로 가춰야 될 서류들이 몇가지 있다.

▲ 아파트에 걸려 있는 임대광고
기본적으로 임대자의 신분증과 임대할 수 있는 여건, 즉 임대 보증인이 있는지의 여부다. 임대를 원하는 사람의 경제적인 능력과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보증인 (월세의 3배이상의 월급을 받고있는 사람의 보증이 필요한다. 인원은 한정돼 있지않아서 월세에 맞추어 여러 사람의 보증을 세울 수도 있다)이 필요하다.

프랑스 현지인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외국인에게는 정말 난감한 일이다. 그래서 생겨난 한가지의 방안이 바로 세입자가 속해있는 은행이 대신 재정보증을 해주는 은행보증 시스템이다. 이것은 집주인의 요구에 따라 기간의 차이가 있지만, 보통 1년분에 해당하는 월세를 은행에 예탁하고, 은행이 대신 보증를 서 주는 것을 말하는데 혹 세입자가 한달이라도 월세가 밀릴경우 은행이 12개월 동안 월세를 해결해 주는 조건이다.

운이 좋아서 집주인이 보증인 없이 두 달분에 해당하는 기본 보증금(살면서 집에 문제를 일으켰을때 집수리비에 해당되는 보증금) 만으로도 세를 얻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는 하지만, 안전성에 충실한 프랑스사회에선 세월이 갈수록 집 보증에 대한 것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듯 하다. 

▲ 주택광고. LA_FORET라는 부동산에서 매매를 담당한듯 큼지막하게 연락처가 적혀 있다.
아무튼 신분과 임대에 관한 자격조건이 맞게 되면 부동산 담당자와 집주인의 서류심사에 결정에 따라 집을 임대할 수 있게 된다.

심사될 서류의 내용은 신분증과 은행서류, 소득의 내용, 보증인서류등 임대료를 문제없이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들이다. 서류심사에 소비되는 기간은 약 1주에서 2주.

집을 얻고자하는 하는 여러 후보들의 서류 검토후, 집주인의 결정에 따라 선택된 세입자가 집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로또 만큼은 아니겠지만, 집을 얻는 것 역시 경쟁이 치열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의 이사는 달이 시작되거나 끝나는 시점을 선호하는데, 입주전에 ‘레따 데 리우(L'tat des lieux)'라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사할 집의 상태를 부동산 담당자나 집주인과 임대자가 함께 살피고, 서류화하기 위한 절차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절차중 하나인데 왜냐면, 나중에 집을 다시 빼야 하는 경우에 이 서류의 내용과 비교해서 변동사항이 생겼을 경우에는 임대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보증금에서 수리비 견적을 빼서 줘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사할 때 집주인이 바닥과 벽지정도는 새롭게 셋팅해 주는 것이 기본 예의건만 이곳에서는 아주 큰 하자가 없는 한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레따 데 리우를 하고나면, 쉽게 말해서 벽에 못 박는 일도 조심스러워진다.

위 절차가 끝나면 비로소 집 열쇠를 받게되고, 정해진 날에 이사를 하게 된다. 이사하는 날도 주말은 피해서 한다. 모두들 편히 쉬는 주말에 이사를 하거나 벽에 못질을 팡팡 하는 건 상당히 실례가 되는 행동이다. 물론 개인 주택으로의 이사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리고 임대료는 매 월초 은행 수표로 우편 발송하거나, 은행통장에서 자동이체 시스템을 이용해서 집 주인에게 전달된다. 한국인들은 비교적 중국인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월세를 미루는 일이 거의 없고 집도 깨끗하게 사용하므로 파리의 경우 다행히 인식이 좋은 편이다.

“지금까지 낸 집세만 해도 작은 집 하나는 살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산 세월이 8년이다.  서류처리 엄청 느리고, 예전에 소개했던 예약제 시스템 속에서 집 구하러 여기저기 동분서주하며 애 태웠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프랑스에서 집을 구해본 사람들은 그 순간만큼은 따스한 고국 생각을 많이 떠올렸을 것이다. 아직까진 입주자에겐 관대한 정겨운 한국의 인심.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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