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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50>석양의 무법자
2008년 10월 30일 (목) 안충환 기자 artdir@sjbnews.com
스파게티 웨스턴? 이탈리안 웨스턴!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


금년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작품 중 하나는 아마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일 것이다. 이른바 “김치웨스턴”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 말은 60년대 웨스턴 장르에 새바람을 일으킨 “스파게티 웨스턴”에 기대고 있음을 쉬 눈치챌 수 있다. 조금은 경멸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스파케티 웨스턴”을 품위있는 장르로 격상시키면서 이탈리안 웨스턴의 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저물어가던 웨스턴 장르에 영화계의 관심을 다시 부여한 감독이 오늘 소개할 세르지오 레오네이다.

웨스턴은 영화의 탄생과 그 때를 함께하는 장르라는 앙드레 바쟁의 말처럼 웨스턴은 장르 영화를 대변한다. 하지만 문명과 무법지대의 야만이 혼재된 공간으로서의 서부는 30년대 후반 존 포드의 <역차마>로 B무비의 영역에서 확실히 벗어나 도약을 거듭하지만 50년대 이후 점차 몰락한다. 어쩌면 무법의 공간인 서부가 문명의 확대로 그 설자리를 점차 잃게 되는 웨스턴의 내용은 웨스턴 장르의 쇠퇴와 함께 하는지도 모른다.

60년대는 전통 웨스턴이 몰락하던 시기에 이탈리아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가 무명에 가깝던 배우를 등장시켜 세계영화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는데 이 작품이 바로 달러 삼부작의 첫 작품인 <황야의 무법자>이고, 이 영화로 스타로 떠오르는 이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이다. 64년의 이 영화의 폭발적인 성공은 연이어 <석양의 건맨>과 <석양의 무법자>로 이어지며 삼부작을 이룬다. 원제가 각기 “한 줌의 달러를 위해”, “몇 달러 더 벌기위해” 등에서 암시하듯이 레오네의 영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통 웨스턴의 그들과는 다르다. 황야에서 와 무법천지에 난무하는 악당들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한 후 말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영웅이 아니라 현상범들을 찾아 돈을 벌기위해 혈안이 된 영웅인 것이다.

웨스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기억하고 있겠지만, 시거를 씹어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얼굴이나 주인공 이스트우드와의 듀엘에서 상대를 노려보며 더 빨리 총을 뽑을 수 있을까하는 불안함을 보여주는 악당의 얼굴이 극단적인 클로즈업 속에 길게 묘사되는 영상은 레오네 스타일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영상의 극치는 달러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석양의 무법자> - 원제는 “the good, the bad, the ugly”로 김지운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이 영화에 영향을 받았음을 쉬 눈치챌 수 있다 - 의 마지막 듀엘 장면이다. 여타의 웨스턴과는 달리 두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이 하는 결투 장면 - <놈놈놈>의 마지막 결투 장면과 유사한 - 으로 황량한 공동묘지에서 벌이는 세 건맨의 모습이 클로즈업과 롱 포커스로 길게 묘사된다. 어느 비평가가 쓰고 있듯이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세 건맨의 얼굴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묘사하며 긴장을 조성하는데 무려 3분 이상을 할애한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양식화된 스타일 속에서도 긴장이 고조되는데, 여기에는 레오네의 영상에 걸맞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빠트릴 수 없다.

주말의 명화나 명화극장 등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중년을 바라보는 70/80세대에게는 그 휘파람 소리로 울리는 음악만 들어도 아- 하는 탄성이 나게 하는 아련한 웨스턴들이다.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레오네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도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모리꼬네의 영화 음악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특유의 영화 음악만으로도 만족할 영화들이 바로 레오네의 이탈리안 웨스턴이다.

(레오네의 영화가 전주에 옵니다. 12월 8일에서 12일까지 전주 시네필에서 주관하는 레오네전이 프리머스 송천점에서 열립니다. 웨스턴의 아련한 추억을 가진 여러분이나 영화에 대한 지평을 넓히고 싶은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이주봉 객원전문기자(군산대 전임강사,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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