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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51>희랍인 조르바
2008년 11월 13일 (목) 안충환 기자 artdir@sjbnews.com
   
<희랍인 조르바> Zorba The Greek(1964)-감독 : 마이클 카코야니스, 출연 : 안소니 퀸, 알란 베이츠, 이렌느 파파스, 원작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음악: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안소니 퀸이 주연한 <희랍인 조르바>는 영국의 젊은 작가 바실(알란 베이츠 분)이 그리스의 조용한 마을, 크레테에 머물면서 만난 조르바(안소니 퀸 분)와의 삶과 우정을 표현한 영화이다.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이라는 소설로 기독교계의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유명한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자전적인 삶을 투영해서 지은 소설 <희랍인 조르바>가 바로 이 영화의 원작이다. 데뷔 경력 10년째의 그리스 감독인 마이클 카코야니스가 당시 30년 영화 경력의 안소니 퀸과 공동 제작한 역작이다. 이 영화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배우 안소니 퀸의 명연기, 그리고 <페드라(1962)>의 ost로도 알려진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에 의한 그리스 전통 현악기인 부주키의 어쿠스틱 선율이 인구에 회자하는 작품이다. <노틀담의 꼽추>, <길>, <25시>, <노인과 바다> 등에서 열연한 안소니 퀸이 여기서도 예외 없이 단순하고 우직한 그리스인 조르바 역을 맡으며 이른 바, '조르바 춤'을 선사한다. 제37회 아카데미상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미술상, 촬영상, 여우조연상의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비가 세차게 내리는 부둣가에서 자신의 책들이 젖을까봐 적당히 거리를 두며 심난하게 바라보는 영국 청년 작가 바실의 눈으로, 우리는 그리스의 그 시절로 돌아간다. 풍랑이 멎기를 기다리는 바닷가 선착장 실내에서 살갑게 다가오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거침없는 성격, 흑백의 크레테 풍광, 바닷가 사람들의 원시성, 집단에 매몰당하지 않는 이질적 존재들에 대한 집단 이기주의, 여성의 대상화, 문명과 미개, 여성성과 남성성, 인류의 문화와 예술에서 교호적으로 작용하는 아폴로적 조형성과 디오니소스적 광기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우리는 그리스 사람들의 음악과 춤에 빠져들며 그들의 지혜, 용기, 절제, 정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최대 엔트로피의 초현실주의자인 안소니 퀸의 연기와 제로 엔트로피의 조형적 질서를 상징하는 고전주의자 바실은 그 시절 흑백 화면의 조화로움으로 자유롭고 단순한 그리스인의 문화적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영화 끝에 나오는 "조르바" 의 춤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아리랑' 노래에 맞춰 추는 서민들의 어깨춤처럼 그들의 한풀이와도 같다. 광산에서 원목 운반 작업장이 망가져 허탈해하며 술 한 잔 마시고 둘이 춤추는 장면과, 그 때 흘러나오는 그리스 민속악기인 부주키의 선율은 '조르바 춤'과 더불어 이 영화의 백미이다. 희랍인 특유의 낙천성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열정적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중년의 희랍인 조르바를 보면서 바실도 서서히 자신의 삶이 달라져 감을 느끼게 된다. 돈도 사랑도 그 모든 것 다 잃고 최저의 나락에 주저앉을 때 그 고단한 삶을 뚫고 울려나오는 현의 울림, 부주키의 선율은 바로 초현실적 최대 엔트로피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너무 많은 책이 사람을 망가뜨린다고 말하면서, 바실에게 조르바가 던진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은 한 가지만 빼고는 다 갖추었어요, 광기. 사람이라면 약간의 광기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감히 자신을 묶은 로프를 잘라 내어 자유로워질 엄두를 내지 못해요." 그리스의 플라톤이 말했던가? 미쳐야만 할 수 있는 인간사의 세 가지, 그것은 정치, 예술, 사랑이라고....

/김성희 객원전문기자(백제예술대학 방송시나리오극작과 교수-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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