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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53>옛날 옛적 서부에서
2008년 11월 27일 (목) 이주봉 객원전문기자 lagerhalle@hanmail.net
지난 10월 31일자 시네마 기행에서 필자는 세르지오 레오네가 <석양의 무법자>를 위시한 달러삼부작으로 저물어가던 웨스턴 장르를 다시 영화계 관심의 화두로 만들었으며, 이 영화들에서 주연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세계적 스타가 되었다고 쓴 바 있다. 레오네는 이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세계적인 감독으로 평가받으며 할리우드로 입성하여 작업하는데 첫 웨스턴이 바로 <옛날 옛적 서부에서>이다. 레오네는 미국 문화와 신화에 대해 장르 영화인 웨스턴과 범죄물을 통해 탐구하는데 이것이 바로 <옛날 옛적 서부에서>, <석양의 갱들>(원제는 Once Upon a Time...The Revolution이지만 미국에서는 Duck, You Sucker로 개봉),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로 이어지는 아메리카 삼부작이다. 이 삼부작의 첫 편인 <옛날 옛적 서부에서>를 통해 레오네는 가장 미국적인 신화를 보여주는 웨스턴 장르 속에서 미국을 드러낸다.

레오네는 <옛날 옛적 서부에서> 속에서 이탈리안 웨스턴을 세계에 알린 달러삼부작에서와는 좀 다르게 전통적인 웨스턴을 복구하는 느낌을 준다. 문명과 야만이 혼재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전통 웨스턴에서 중요한 모티브인 열차가 이 영화에서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고, 복수와 탐욕을 다루는 서사적 태도 또한 어느 정도는 전통적 면모를 보여준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가 전통 웨스턴의 양상을 뼈대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웨스턴 장르 자체에 대한 탐구는 레오네 특유의 스타리시한 영상 속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이미 영화의 첫 씬에서 우리는 이전 달러 삼부작에서 보았던 레오네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들을 만날 수 있다. 전통적인 웨스턴과는 달리 <옛날 옛적 서부에서>는 듀엘 - 일반적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 로 시작한다는 점 또한 유별나다. 망토를 입은 세 명의 건맨이 기차역을 장악하고 도착할 기차를 기다리는데, 무려 11분 달하는 긴 이들의 기다림은 어떠한 대화도 없이 - 기차 역장의 짧은 대사가 있을 뿐이다 - 기차역 옆에 놓인 풍차바퀴 돌아가는 소리와 바람 소리가 지배하는 배경 사운드 속에서 레오네 특유의 클로즈업과 롱포커스 등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표현된다. 이어 기차가 도착하지만 기차에서는 화물로 내려질 뿐 아무도 내리지 않는다. 실망해 돌아가려는 이 세 명의 사나이의 귀에 날카롭게 자지러지는 하모니카 소리에 뒤돌아보니 떠나간 기차의 반대편으로 내린 한 사나이가 서 있다. 바로 자신들이 처치해야 되는 사나이이다. 일대 삼의 듀엘은 총소리에 놀라 자지러지는 말울음 소리와 무심하게 돌아가는 풍차바퀴 소리로 끝나고 이 대결에서 승리한 하모니카 사나이가 다친 팔을 부여잡고 일어나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웨스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옛날 옛적 서부에서>가 웨스턴에 대한 탐구임을 또한 이 기차역 장면에서 눈치챌 수 있다. 이 장면은 1952년 만들어져 웨스턴 장르의 고전이 된 <하이 눈>(프레드 진네만 감독, 게리 쿠퍼, 그레이스 켈리 주연)의 장면설정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는 당시 미국의 대스타였던 헨리 폰다가 자신의 경력에서 거의 처음으로 악당 역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헨리 폰다는 악당에 걸맞게 자신의 푸른 눈을 콘텍트렌즈로 갈색눈으로 바꿔 레오네 앞에 나타나 레오네를 놀래켰는데, 감독이 푸른 눈이 캐릭터에 더 적합하다고 설득하여 원래 자신의 눈빛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또 유럽 영화계의 디바였던 미모의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뿐만 아니라 클로즈업된 하모니카 부는 찰스 브론슨의 모습 등은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영화 프리프러덕션 단계에서 하모니카 역에 달러삼부작의 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캐스팅하려 했으나 위상이 달라진 이스트우드가 과도한 개런티를 요구하여 레오네는 그를 포기하고 브론슨에게 자신의 하모니카를
   
맡긴다. (이후 레오네와 이스트우드는 불화를 겪다가 레오네가 죽기 직전 화해한다.) 음악은 달러삼부작에도 함께한 엔니오 모리꼬네가 맡아, 등장하는 주요 인물 캐릭터에 맞게 작곡하였으며, 레오네는 이 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편집을 진행했다고 한다.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이 나오기 전까지 영화사에 최고의 흥행을 올린 웨스턴으로 전설이 된 이탈리안 웨스턴이 바로 레오네의 이 <옛날 옛적 서부에서>이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후원을 받아 전주시네필이 전북시민들께 아메리카 삼부작을 위시한 레오네의 영화를 35mm 필름으로 감상할 기회를 드립니다. 12월 8일(월)부터 12일(금)까지 전주시 송천동 프리머스시네마 송천 5관에서 레오네 전이 열립니다.

/이주봉 객원전문기자(군산대 전임강사,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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