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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55>탱고
2008년 12월 11일 (목) 김성희 객원전문기자 sjb8282@sjbnews.com
   
탱고 (Tango, 카를로스 사우라, 1998)- 힘찬 동선의 거울 이미지-

출연/미구엘 앙헬 솔라, 세실리아 나로바, 미아 마에스트로



'딴딴딴 따안딴 따안딴 딴딴'의 탱고비트가 울리는 정열의 로맨티시즘에는 어딘지 애잔하고도 힘찬 인간의 생명력이 깃들어있다. 피와 눈물과 광기로 얼룩진 뒷골목 노동자들과 거리 여인의 고단한 삶이 가져오는 현실의 무게가 라틴 기질의 격정으로 절도 있게 샘솟는 듯 하다가 때때로 흐느끼며 숨죽인다.

스페인 네오리얼리즘에 한 획을 그은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심리스릴러 <사냥>으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으면서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대표작으로 <사촌 앙헬리카>, <까마귀 기르기>, <아! 카르멜라!>, <플라멩코>, <탱고> 등이 있다.

<탱고>는 뮤지컬 쇼 제작과 개인적인 드라마라는 예술과 삶의 경계가 클라인 병처럼 뒤섞이는 힘찬 탱고 시퀀스라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한 탱고 자체의 매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탱고 뮤지컬인, <탱고>는 거울과 유리와 조명을 현란하게 사용하여 '판타지' 탱고의 힘찬 동선을 보여준다. <탱고>속에서 연극적으로 양식화된 안무는 사랑의 주제를 더욱 강조한다. 특히 비토리오 스트라로의 유려한 촬영은 <탱고>에게 칸국제영화제 기술상을 안겨 준다.

중년의 재능 있는 연출가 마리오 수아레즈(미구엘 앙헬 솔라 분)가 실연의 아픔을 심신으로 절감하며 이제는 마음이 떠나버린 옛 애인과의 '잃어버린 시간'을 상심하고 허탈한 시선으로 돌아다보는 것으로 첫 장면이 시작된다. 마리오는 뛰어난 탱고 무용수이기도 한 여자 친구 로라(세실리아 나로바 분)에게서 실연당한 것이다. 마리오는 그 슬픔을 잊고자 화려한 탱고 뮤지컬 쇼 제작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전념한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역사적 삶이라는 내용을 탱고 형식으로 짜 넣는 호화 뮤지컬 쇼 제작 과정에서 마리오는 자신의 뮤지컬 쇼 제작을 방해하는 정치적 관료주의의 간섭과 개인적 사생활로 인하여 괴로워한다. 암흑가의 갱스터와 관련된 정치적 인물인 안젤로(후안 루이스 갈리아르도 분) 역시 다른 후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과거사는 작품 내용에서 삭제해 주기를 피력한다.

적절한 배우를 물색하던 마리오는 유력한 후원자인 안젤로와의 인터뷰 중에서 우연히 안젤로의 여자 친구인, 엘레나(미아 마에스트로 분)를 소개 받는다. 마리오는 코러스단에서 엘레나를 발탁하여 그녀에게 주역을 맡긴다. 그 후 마리오는 매력적인 댄서 엘레나 플로레스를 만나고 그녀와의 위험한 관계는 마리오의 삶과 예술을 혼란에 빠뜨리며 클라인 병으로 함몰하여 들어가면서 작품의 내용이자 형식이 되어간다.

어느 날 블루톤의 조명이 비치는 무대 위에서 애잔한 기타 선율에 맞춰 탱고를 추고 있는 엘레나의 모습을 지켜보며 마리오는 그녀와 함께 사랑의 블랙홀에 빠져든다. 점차 마리오의 사랑은 무대 위의 예술로 뒤섞여 마침내 예술과 삶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가 싶더니, 그 경계는 그것을 지켜보는 카메라의 눈, 또 그 카메라의 눈을 지켜보는 관객의 눈 등의 메타적 시선으로 확대되어가는 최종 리허설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탱고>는 배우를 반영하는 무대의 거울들이 연출가 미구엘 앙헬 솔라의 고독한 응시를 반사하다가 어느새 객석의 관객을 향한 소외와 고독의 메시지를 강렬한 관능의 '바디랭귀지'와 '깨진 유리 파편'의 이미지로 보여 준다는 인상이 짙다. 그 밖에도 보이스 오버로 전달되는 마리오의 예술과 사랑에 대한 심도 있는 견해와 예술에 대한 심각한 신념상실과 좌절의 대사에는 예술과 삶의 경계에 서있는 한 연출가의 고민이 묻어있다. 탱고 무용수들의 섀도 댄스들이라든가, 두 여인과 한 남자의 탱고 무용극에서 엘레나와 로라의 관능적인 춤 장면이 레즈비언 분위기를 풍긴다는 일부 탱고 팬들의 비난 등은 마리오의 형이상학적 예술 감각과 세속적 시각 사이의 현실적 거리를 일면 반영해준다.
   

후반부에 흐르던 전통 탱고곡 '라 콤파르시타'의 리듬을 타고 흐르는 라틴문화의 생명력과 그 차가움마저 감도는 절제미는 허탈한 듯 우수어린 미구엘 앙헬 솔라의 고독한 이미지에 대책 없이 묶여있는 관객의 시선을 어떤 길들여진 '야성'에의 기억으로 환기시킨다.

/김성희 객원전문기자(백제예술대 방송시나리오극작과 교수,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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