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다 보니 뉴딜 정책이 인기다. 신 뉴딜로 이름붙인 정책도 나왔다. 뉴딜 가운데서도 새로운 것이니 얼마나 새롭고 참신할까.

뉴딜은 경제 불황 극복 정책의 대명사다. 1929년 뉴욕 주식시장의 주가 대폭락으로 미국 경제불황은 시작됐다. 1932년 국민총생산이 29년 대비 56%나 줄고 실업자가 1,300만 명이나 됐으니 불황이 아니라 대공황이었다.

이 때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을 교체해 탄생한 루즈벨트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이 뉴딜이었다. 뉴딜은 이전까지의 시장주의와 자유방임주의 정책에서 탈피해 자본의 자유를 규제하고 국가가 개입하는 전혀 새로운 정책이라는 뜻이다.

주요 내용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뉴딜 하면 테네시 강 유역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떠올린다. 그러나 개발 사업은 극히 일부분이다. 오히려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정책이 핵심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소득이 늘어야 경기도 살고 성장도 한다는 거다.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와 소득을 높이는 서민과 중산층 보호정책을 강력히 폈다.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없애 농산물 가격 하락을 방지하고 농민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 교섭권을 인정했고 최저임금과 최고 노동시간제를 실시해 안정된 고용과 임금을 확보하게 했다. 실업자와 빈곤층에 대해서도 정부자금을 지원했다.

반면 산업부문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했다. 산업부문마다 공정경쟁 규약을 작성해 과당경쟁을 억제했다. 또 생산제한 가격 협정을 인정해 적정한 이윤을 얻도록 했다. 무한 경쟁으로 인한 폭리를 제한한 것이다.

이런 정책을 편 결과 2년이 지난 34년부터 경기가 살아났다. 이러자 대자본가와 기득권층의 반발이 일어났다. 1936년 재선된 루스벨트 대통령은 “부유한 사람들을 더욱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기준이다”고 말해 반발을 일축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국 스탠포드 대 교수는 “1930년대 이후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가 확대될 때 경제가 가장 좋았다”고 분석했다. 루즈벨트의 뉴딜 이후 노동조합이 활발할 때 경기가 호황이었지만 60년대 이후 자본의 힘이 커지고 노동조합이 위축되면서 빈부 격차가 커지고 오늘과 같은 경제 불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발표되는 정부의 뉴딜이니 신 뉴딜이니 하는 정책이 루즈벨트의 뉴딜을 제대로 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온통 개발사업 위주로 돼있을 뿐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복지와 권리 확대는 외면하고 있다.

이런 뉴딜을 보고 지하의 루즈벨트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