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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61>천국의 가장자리
2009년 01월 29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천국의 가장자리> Auf der anderen Seite/ Fatih Akin 2007



2000년을 전후로 세계영화계에 그 면모를 알리고 있는 일군의 젊은 독일 감독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감독의 한 사람이 파티 아킨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터키출신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아킨은 터키출신 이방인으로서 유럽의 중심 독일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애환을 다루는데, 이주민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나, 상이한 문화적 전통 문제 등을 세계화의 국면을 배경으로 묘사하는 작품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데뷔작 <짧고 고통없이>에서 시작해 <7월에>와 <솔리노> - 둘 다 우리에게도 알려진 배우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롤라런>, <엑스페리멘트>, <뮌헨> 등 출연)가 주연을 맡았다 - 에서 독일 이민 가정 출신의 주인공을 내세워 작업했는데, 이러한 경향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 곰상을 거머쥔 <미치고 싶을 때>에서 그 정점에 이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천국의 가장자리>는 아킨이 보여주는 영화 세계의 가능성이 여전히 활짝 열려있음을 보여준다. 여섯 명의 운명이 두 쌍의 모녀 관계와 한 쌍의 부자 관계 속에서 펼쳐지며 인간군상의 모습을 담아내는 이 앙상블 필름은 감동적 이야기 속에서도 세계화라는 시류 속에서 드러나는 다문화 문제, 정체성 문제 등을 담아낸다.

터키출신으로 독일 브레멘 대학의 독문과 교수인 네자트 아수(바키 다브렉)는 아버지와 함께 생활한다. 어느 날 아버지는 자신의 파트너인 예테르를 사고로 죽이게 된다. 아수는 그런 아버지와 결별하고 예테르의 딸인 아이텐을 찾아 돕기 위해 터키로 간다. 한편 적극적 정치적 활동가인 아이텐은 정치적 이유로 터키를 떠나 독일로 와 망명 가능성을 타진한다. 아이텐은 브레멘에서 엄마를 찾는 와중에 만난 로테와 사랑에 빠지고, 로테는 의지할 곳 없는 아이텐을 돕는다. 하지만 로테의 엄마는 자신의 딸에게 이성적인 행동을 요구하게 되고, 이에 로테는 엄마에게 반발한다. 이어 경찰에 발각된 아이텐은 터키로 추방되어 수감되자, 로테는 그녀를 돕기 위해 터키로 향한다. 이스탐불에서 예테르의 딸 아이텐을 찾던 아수는 우연히 독일책 전문서점을 인수하게 되어 그곳에 정착한다. 아이텐을 따라 이스탐불에 온 로테는 아수의 서점에서 아수를 만나 그의 집에 묵게 된다. 서로 동일한 사람인 아이텐과 연관되어 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이들의 운명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촘촘한 이야기 전개에 놓여있다. 여섯 주인공들의 모습이 모두가 진정성있게 전개되는데, 감독 아킨은 탁월한 연출력으로 자기 주인공들의 삶과 운명을 이어주기도 하고, 또 엇갈리게 하기도 하면서 인간사의 갈등과 화해를 스크린에 풀어낸다. 영화는 유려한 드라마적 전개 속에서 각기 다른 운명들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해준다. 주인공들의 삶과 아픔이 마치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깊이 있는 울림으로 객석에 다가오는 것이다. 특히 영화가 보여주는 모녀 관계와 부자 관계는 인간사의 오해와 갈등, 그리고 저 속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무한정한 애정을 그대로 담아낸다. 사고로 죽어버린 자신의 딸 로테의 잔영을 찾아 나선 수잔느(한나 쉬굴라)가 딸이 머물렀던 아수의 집에서 위안을 찾고 딸을 이해하는 장면은 아킨이 보여주는 감정의 진폭을 잘 보여준다. 독일의 브레멘과 함부르크, 또 터키의 이스탐불을 오가며 드러나는 인간 군상들에게서 드러나는 세대나 문화 혹은 국가간 갈등, 또는 남녀 갈등 등이 결국은 먼저 다가가는 이들을 통해 해소된다는 상식을 감독 아킨은 뛰어난 연출력으로 드라마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킨은 독일 사회 속의 이방인 문제나 다문화문제, 또 세계화 속에서의 정체성 문제 등 자신의 관심사를 이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 갈무리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천국의 가장자리>의 원제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저 편에서" 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세상의 다른 쪽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이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화해하거나 새로운 삶을 발견해내는 <천국의 가장자리> 주인공들의 모습을 염두에 둔다면 참 적절한 제목이기도 하다. 또 <천국의 가장자리>는 <미치고 싶을 때>에 이어 아킨이 계획한 "사랑, 죽음 그리고 악마"라는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필자는 독일에서 생활할 때 자신의 다큐멘터리 영화 <Crossing The Bridge - The Sound of Istanbul>2005 팬미팅에서 소탈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음을 머금는 아킨을 만난 적이 있다. <천국의 가장자리>을 보는 동안 주인공 네자트 아수의 모습에서 아킨의 냄새가 났다. 주인공 아수의 내성적인 성격과는 전혀 달리 활동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의 아킨이지만, 아수가 몸으로 보여주는 치열하고 집요한 열정이 바로 그대로 아킨의 그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인 듯 싶다.

/이주봉 객원전문기자(군산대 전임강사,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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