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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62>워낭소리
2009년 02월 12일 (목) 안충환 기자 artdir@sjbnews.com
   
2009 기축년의 시작을 알리는 축하메세지로 ‘소’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던 신년벽두에 제대로 소의 존재를 알리는 낭보가 전해졌다. 세계 최고의 메이저 독립영화축제인 선댄스영화제(제25회, 2009년)가 월드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저예산 독립영화인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Old Partner)'를 선정하였다는 소식이었다.

’워낭소리‘는 이미 2008 부산국제영화제 PIFF 메세나상과 2008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으로 이목이 집중되었던 바 있다. 선댄스영화제 현장의 전언에 따르면 다른 피부색과 문화를 가진 그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과 감동의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가진 영화라고 믿었던 우리들에게 세계인이 보여준 관심이야말로 놀랍고도 기분 좋은 결과이다.

소는 한국인의 심성을 가장 닮은 동물이라 할 것이다. ‘워낭 ’은 소나 말의 목에 걸어주던 일명 ‘소방울’을 일컬음이다. 코뚜레나 멍에는 소와 일체되어 농사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고, 워낭은 소를 해할 짐승들로부터 쇳소리를 내어 쫒아내기 위한 보호책이었다는 설이 타당성을 가진다.

지금이야 이미 낯선 풍경이 되어버린 일명 ‘부리는 소’는 농사일을 함께 하는 농군의 친구이자 든든한 재산이었다. 그러니 ‘온칸재물’이라 하여 집안의 중요한 재산임을 표현하였고, 사람 신는 짚신처럼 ‘쇠짚신’을 삼아 신기기도 할 만큼 이미 친근한 가족으로 여겼던 우리네 심성이 함께 있었음이다. 등짐 한단 지어올린 소를 부리고 걸어가는 농군의 등에도 그 짐을 나눠지고 걸어갈 줄 아는 따뜻함이 바로 우리네 마음의 깊이였던 것이다.

이충렬 감독은 TV교양프로그램의 외주제작 PD로 작업해오며 겪은 실패와 좌절로 누구보다 한국에서 독립피디로 산다는 힘든 현실을 체험했던 작가이다. 그가 2005년부터 3년여에 걸쳐 작업한 ‘워낭소리’는 피디로서 정체성을 고민하며 방황하던 끝에 세인의 관심을 이끌어낸 수작이므로 더욱 값지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워낭소리는 고향의 기억들을 불러오는 주술과도 같은 청각의 울림이며, 아버지의 맥박과도 같은 소리”라고 말한다.

그의 언어가 관객과 깊게 소통하며 상영이후 30만 관객을 넘어서게 하고 있다. 몇 해 전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가 12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독립영화의 흥행사에 기록을 남긴 이후 그 기록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저예산 영화의 놀라운 쾌거가 진행되고 있음이다.

영화의 배경은 경북 봉화군 하눌마을이라는 별다를 바 없는 농촌마을이다. 사계절의 농촌풍경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은 노력과 자연을 닮은 사람들 그리고 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생을 땅을 지키며 살아온 고집스런 할아버지와 더러는 야속한 영감님에게 입심 좋은 지청구와 한탄으로 곁을 지켜주는 할머니 그리고 그들과 30년을 살아온 우직한 늙은 소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이다. 특히 할머니의 짙은 경상도 억양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며 영화에 리듬을 실어준다. 별다를 바 없을 듯한 이야기가 세상 사람들에게 잊고 있던 마음 속 고향의 심성을 일깨워주고, 부모님 생각으로 애잔하고 먹먹해진 가슴을 두드려 열어주는 위로를 전해준다.

“아버지께 바치는 헌사이자, 자기반성의 기회를 만들어준 반성문과 같은 작품”이라 소개한 작가의 말이 아니어도 관객 모두의 가슴을 자극하는 조용한 반성의 울림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는 사금파리를 모아서 온전한 그릇을 만들어가는 영원한 작업”이라고 표현한 그는 혁명가가 아닌 시인처럼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바꿔가겠다는 소망을 밝히고 있다.

/김경미 객원전문기자(미르기획 대표,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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