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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의 램프와 음악사이]<14>봄날은 간다
2009년 03월 26일 (목) 조현태 시민기자 greenstone677@hanmail.net

  * 한영애 - 봄날은 간다

  

 

 

“4월이면 풀꽃 하나 피워낼 바람이 일고 잎새 하나 피워낼 봄비의 노래가 있다. 보리가 팰 무렵이면 달부드레한 시가 있고 아직 식지 않은 따스한 들새알의 촉감 같은 동요가 있다. 끊임없이 꿈꾸고 있는 모든 사물들 속에 노래가 잠들고 있어, 그대가 마법의 말 한 마디만 잘 건네면 이 세계도 노래하기 시작하리라."

이 단시(短詩)를 만날 때면 정지용의 향수, 김동환의 산 너머 남촌에는,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고은의 세노야, 그리고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이 떠오른다. 아르헨돌프의 말처럼 마법의 손길에서 아름다운 시가 노래하기 때문이다.

명동의 낭만주점 경상도집, 동방싸롱,항아리집을 누비며 대폿잔을 기울이던 문우들과 즉석에서 붓 나가는 대로 글을 붙이던 모더니즘의 기수 박인환의 글에 당대의 딜레땅뜨였던 이진섭씨가 작곡을 하고 가수겸 탤런트였던 나애심씨가 취중에 흥얼거리며 불러 지나가는 행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는 ‘세월이 가면’의 일화는 음악평론가들 사이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린다.

이처럼 노래가 된 시가 있는가 하면 노래 가사임에도 음미하면서 부르고 듣다보면 아름다운 싯귀 같다는 곡이 주변에는 많다.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가 그러하고 정태춘·박은옥이 부른 북한강에서,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양희은의 한계령이 그러하다. 이들 가사를 살펴보면 곡에 붙여졌기에 노랫말이 되었지만 어느 시집에 수록되었다면 향기나는 시 한 편이 됐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을 가리켜 음유시인이라 일컫는다.

몇 년도인지 생각은 안 나지만 문인들을 대변하는 계간지 ‘시인세계'에서 재밌는 앙케이트를 작성하였다. 현역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100여 명의 시인을 상대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묻는 질문을 하고 순위를 집계했다. 이때 손로원씨가 노랫말을 쓰고 박시춘씨가 멜로디를 써내려간 ‘봄날은 간다'가 1위를 차지했다 .가사가 ‘시'적인 구수함도 있지만 시적으로 아름답게 변형시켜버린 곡의 우수성을 한껏 뽐낸 곡이었기 때문이다.

‘봄날은 간다'는 원로 가수 백설희씨가 1953년도에 원조격으로 불렀고 뒤이어 조용필 심수봉 한영애 장사익 등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해 마치 계보라도 형성하듯이 이어가고 있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생각보다 이 노래는 소화하기가 힘들다. 음악성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하며 성량이 풍부하고 탁월한 가창력을 겸비한 소리꾼이 아니고는 무대에서 우세스럽다는 핀잔을 들을 수 있는 노래다. 언젠가 무대 옆에서 한영애(사진)의 ‘봄날은 간다'를 감상 할 수 있었다. 대기실에서 다소곳하고 수줍음을 감추지 못하던 그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마치 연극을 하듯이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한영애는 무대에 그냥 서 있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연기로 다져진 보이지 않는 어떤 영적인 힘이 서려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에 블루스와 록(Rock)을 혼합한 솔(Soul) 계열의 느릿하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는 언제든지 관객을 압도해버리는 마력까지도 지녔다. 소리에도 뼈를 지녔다는 말은 한영애를 두고 한 말인지도 모른다.

원래 가수로 활동하는 것이 편치 않아 연극에 몰두하다가 ‘버피 세인트 메리(Buffy Sainte-Marie)'라는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가수의 노래를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원주민 전통과 시대적 관행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사회적 모순의 벽을 뛰어 넘어 진취적인 이상주의를 소리쳤던 버피 세인트 메리를 따라 한영애 또한 그 희망을 뿌리는 판을 갖고자 했던 것이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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