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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66>사브리나
2009년 03월 26일 (목) 안충환 기자 artdir@sjbnews.com
   
<사브리나> (1954) (감독: 빌리 와일더, 주연: 험프리 보가트, 오드리 헵번, 윌리엄 홀든)

은막의 요정 오드리 햅번!



서울공화국 한국에서 수도권에 대해 갖는 아쉬움이 여럿이지만, 필자같은 시네아스트에게는 특히 문화적 빈곤이 많이 아쉽다. 최근 언론을 통해서 낯익은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는 윈스턴 처칠의 모습이나 눈을 지긋이 감아 속눈썹이 빛나는 우아한 오드리 햅번 등 우리에게 익숙한 사진들을 찍은 카쉬의 특별전을 한다는 기사였다. 멋진 사진으로 갑자기 오드리 햅번의 청순한 모습이 보고 싶어, 예전에 봤던 영화 몇 편을 다시금 볼 기회를 가졌다.

오드리 헵번을 일약 할리우드의 스타이자 시대의 디바로 만든 영화인 <로마의 휴일>(1953)에서 그녀의 귀여운 모습이나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의 톡톡튀는 발랄한 햅번의 모습은 새삼스럽게 디바들이 활약하던 그 시대가 왜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고전시대였는지 웅변하는 것 같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레이스 켈리, 잉그리드 버그만, 브리지트 바르도, 오드리 햅번, 캐서린 햅번 등 꿈의 여인들이 꿈 공장 할리우드를 이끌었던 그 디바의 시대 말이다.

오드리 햅번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 스타로 떠오른 것은 <로마의 휴일>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필자에겐 <로마의 휴일> 속의 헵번이 보여주는 귀여움을 넘어서, 그녀가 가진 소녀다운 깜찍함과 요정같은 청순함 속에 우아함까지 함께 담아내는 <사브리나> 속의 헵번이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부잣집 운전수의 딸 사브리나(오드리 헵번)는 주인집 둘째아들 데이비드 라러비(윌리엄 홀든)에 푹 빠져있다. 하지만 세 번이나 결혼하고 여전히 여성편력에 빠져있는 데이비드에게 소녀 사브리나는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2년간 파리에서의 요리유학을 마치고 숙녀가 되어 돌아온 사브리나는 이제 데이비드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순수하고 갸녀린 모습에서 파리에서 돌아와 자신의 말총머리를 잘라내고선 지방시 컬렉션에 어울리는 짧은 머리로 그 성숙을 드러내는 사브리나에게 부잣집 아들 데이비드가 안달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가 이제 막 4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데이비드를 결혼시키려고 집안의 장남이자 라러비 가문의 지휘자인 라이너스(험프리 보가트)가 나서 데이비드 결혼의 장애물인 사브리나 문제를 정리하려 한다. 사브리나를 유혹하려고 준비했던 샴페인 잔을 깔고 앉는 바람에 엉덩이 부상을 당한 데이비드 대신에 라이너스는 사브리나와 데이트를 해준다는 핑계로 그녀를 사로잡아 파리로 보내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와일더의 빛나는 연출력 속에 짜임새있게 펼쳐지고, 부잣집 두 아들 라이너스와 데이비드 사이에서 사랑을 알아가는 운전수의 딸 사브리나의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가 로맨틱 코미디로 살아난다.

<사브리나>에서 볼 수 있는 사브리나의 모습은 정말이지 햅번답다. 청순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에 우아함을 갖춘 여성으로 등장하여 예의 요정같은 깜찍한 사브리나의 모습은 햅번을 위한 캐릭터이다. 와일더는 헵번을 클로즈업과 미디엄 쇼트 속에 지속적으로 담아내며, 그녀를 현대판 동화 속 공주로 살려낸다. 라러비 가문의 운전사인 사브리나의 아버지가 다다를 수 없는 달은 포기하라고 하자 사브리라가 몽롱한 표정을 하며 ‘그 달이 가까이오고 있어요’라고 답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요정의 모습이다.

물론 <사브리나>의 빛나는 점은 당시 스타 험브리 보가트(수많은 갱영화와 <카사블랑카>로 남성성을 드러내는 스타로 자리한 보거트)와 플레이 보이에 잘 어울리는 배우 윌리엄 홀든을 신인 오드리 햅번에 조화롭게 엮어낸 빌리 와일더의 깔끔한 연출력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뻔해 보이는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를 촘촘하게 엮어낸 그 구성과 대스타들을 그 속에 녹여낸 와일드의 터치가 빛난 영화이니까. 사족 하나를 덧붙이자면 햅번의 변신을 화려하게 보여주는 의상은 할리우드 최고의 디자이너 에디스 헤드(Edith Head)가 맡았지만 실제로 햅번의 의상은 대부분 위페르드 지방시(Hubert De Givenchy)에게 빚지고 있다는 사실. 그는 <사브리나> 이후 햅번의 거의 모든 영화에서 의상을 담당한다.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 <사브리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이지만 꿈 공장 할리우드의 정수를 보여주는, 그래서 가끔 보아도 질리지 않는 매혹적인 코미디이다. 틈을 내어 <사브리나> 속에 헵번을 한번 보자. 혹시 아는가, 봄나들이로 서울에 가게 되면 예술의 전당에서 5월까지 있을 카쉬 특별전에서 그 햅번이 색다르게 보일지.

/이주봉 객원전문기자(군산대 전임강사,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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