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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67>아비정전
2009년 04월 02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관객에게 어필하는 요소들이 무척이나 다양한 종합적 장르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를 본다.’라고 표현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사람들은 ‘영화를 읽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른 표현만큼이나 그 속내로는 ‘영화 만나기’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습관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내러티브의 요소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플롯과 더불어 작가가 의도한 철학에 중심을 두고 볼 것이요, 스타일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미장센과 더불어 다양한 카메라워크 등의 시각적 재미에 포커스를 맞추려 할 것이다. 일명 ‘필(feel)이 꽂히는 순간’이 영화와 소통하는 자기만의 즐거움이요, 영화의 ‘어트랙션’이다.

<아비정전>이라는 영화에서 가장 큰 매력요소는 바로 ‘배우 장국영’이다. 배우 장국영의 매력과 깊은 눈빛, 반항적 몸짓은 외로움의 그늘을 온몸으로 뚝뚝 묻어나게 표현하는 그의 연기로만 가능할 것 같다. 장국영이라는 배우에 주목하게 한 특별한 영화이며, 이후 <해피투게더>에 이르러서는 그 외의 누구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연기적 고유영역을 만들게 된다.

영화에서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고독과 외로움을 반항의 몸짓으로 표현하는 아비가 있다. 그리고 그와 연결되는 수리진과 루루 등 젊은이 5명의 시각으로 이어가는 엇갈린 사랑이 펼쳐진다. <아비정전>이 개봉되었을 때, 유덕화, 장만옥 등 당시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한다. 당시로서는 너무 독특하리만치 참신한 플롯과 스타일리시한 전개, 그리고 감성을 가볍게 터치하는 음악 등이 - 지금에 와서 왕자웨이 감독이 신뢰할 만한 작가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 오히려 낯설었던 시대적 불운이라 할 것이다.

맘보리듬에 흔들리는 헐렁한 속옷차림 장국영의 춤사위는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해진 장면이다. 또한 ‘1분’이라는 시간에 대한 철학적 작업(?)멘트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회자되는 전설이 되어버렸다.



“1960년 4월 16일 3시 1분전, 당신과 나는 여기에 1분간 함께 있었고,

나는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하겠군요. 우리 둘만의 소중했던 1분을.

이건 당신이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죠,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었으니까.”



1분의 소중함을 영원으로 이어가지 못한 ‘나쁜 남자’ 캐릭터의 그를 미워할 수도 없다. 그런 연민을 갖게 하는 건 장국영이기에 가능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가 영화 속의 아비처럼 세상의 하늘로 몸을 던진다. 2003년 4월 1일. 세상의 거짓이 용서받는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이별을 결정한 것이다. 홍콩의 오리엔탈호텔에서 ‘날개 없는 새’가 된 지, 꼭 7년이 되었다.



“다리가 없는 새가 살았다.

이 새는 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새는 날다가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들었다.

이 새의 몸이 땅에 닿는 날은 생애에 단 하루, 그 새가 죽는 날이다.

새가 한 마리 있었다. 죽을 때까지 날아다니던.......

하지만 새는 어느 곳에도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새는 처음부터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 영화<아비정전>의 대사 중에서 -



요즘 서울에서는 장국영을 추억하는 영화들이 재개봉되고 있다. 영화 속 대사를 떠올리며, 돌아온 배우를 기억하는 것도 ‘영화보기’중 또 하나의 깊은 즐거움이다.


/김경미 객원전문기자(미르기획 대표,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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