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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68>빅피쉬
2009년 04월 09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삶은 느끼는 사람에게 비극이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희극”이라면, 우리는 매 순간 느끼고 생각하며 희비로 가득 찬 삶을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을 기적으로 살아내려는 열정이 필요하다. 다니엘 월러스의 소설을 영화화 한 <빅 피쉬>는 과거와 현재,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 있는 ‘행복한 판타지’ 영화이다. 또한 자신만의 색채로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높이는 팀 버튼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빅 피쉬>는 팀 버튼이 연출을 결정하기 전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기로 보도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스필버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때문에 도중하차하면서 결국 최종 선택은 팀 버튼의 몫으로 돌아갔고, 환상적인 서커스 장면과 황금수선화로 가득한 로맨틱한 프로포즈 장면 등 몽환적이고 매력적인 연출을 해냈다.



아들 윌은 평생 모험을 즐겼던 아버지 에드워드(앨버트 피니, 이완 맥그리거)가 위독하자 고향으로 돌아온다. 소통의 부재로 소원해진 부자(父子)관계, 그러나 죽음 앞에서 조차 "내가 왕년에"로 시작되는 아버지의 모험담은 여전하다. 명백한 사실만을 다루는 기자인 아들 윌은 그런 아버지의 태도에 못마땅하다. 윌은 이제 태어날 자신의 아들에게 할아버지의 일생에 관한 진실한 모습을 알려주기 원하고 그런 진실이 소중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아버지 곁에서 윌은 창고 깊숙한 곳에서 아버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의 증거를 찾아내려고 한다. 윌은 이제 아버지의 발자취를 추적하며 아버지의 ‘허풍’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아버지 에드워드는 태어나자마자 온 병원을 헤집고 다녔고, 원인불명 '성장병'으로 남보다 빨리 컸으며 만능 스포츠맨에, 발명왕이자 해결사였다. 마을에서 유명 인사였던 에드워드는 더 큰 세상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그 여행은 기괴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가득 차 있다. 에드워드는 대책 없이 큰 거인, 늑대인간 서커스 단장, 샴 쌍둥이 자매, 괴짜 시인 등과 만나면서 영웅적인 모험과 로맨스를 경험한다.



팀 버튼의 ‘괴짜’들에 대한 아주 특별한 애정

팀 버튼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비정상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이다. 자신의 공간을 잃어버린 <비틀쥬스>(1988)의 유령들, 기형적인 손 때문에 마을에서 추방당한 <가위손>(1990)의 에드워드, 자신의 이중적인 정체성으로 고뇌하는 <베트맨>(1989), 자신의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에드우드>(1994) 등 이해받지 못하는 자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는 음침한 다락방 출신인 감독의 외로웠던 유년시절에서 기인한다. 그는 단조롭고 획인적인 학교, 다정하지 않았던 부모님 밑에서의 우울한 아이로 자랐고, 그의 유년 체험은 비정상적이고 소외된 이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외로움을 창조적으로 발산할 줄 알았다. 세상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대규모인 영화 작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신념을 현실 속에서 지켜내려는 노력과 책임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성공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히 따르면서, 그것을 현실 속에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을 외롭게 보내는 것에도 장점이 있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기가 없고, 사교성도 없으면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고, 조용히 화를 삭이거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운이 좋다면, 그런 감정들을 발산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할 수도 있겠죠.”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우리는 대부분 개인 서사 속에서 진실이 되어버린 ‘거짓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회상은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새로운 기억의 유적을 만든다. 영화는 결국 장례식장에 이야기 속 인물들이 대거 출연하며 이야기에 대한 신빙성을 높여주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진실일 수도 있다. 인간은 생물학적 죽음 이후,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30년을 더 산다. 죽은 자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이들 속에서 변주되며 영원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


/김혜영 객원전문기자(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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