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식의 테마여행]워즈워드의 길을 걷다(3)
[김천식의 테마여행]워즈워드의 길을 걷다(3)
  • 새전북신문
  • 승인 2009.04.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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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터미어 호수가의 오솔길

이른 봄에 쓴 詩



나는 수많은 선율이 뒤섞여 울리는 것을 듣노라.

호젓한 숲속에 앉아 있으면

기쁨의 생각이 슬픈 생각을 마음으로부터 옮기며

달콤한 감정에 젖는다.



자연은 내게 흐르는 영혼을

아름다운 제 솜씨에 이어 주었으나

오늘날 인간이 이룩해 놓은 것을 생각하면

내 마음 몹시 슬프게 해주었다.



푸른 나무 그늘 속 앵초 덤불사이로

협죽도 송이들이 길게 늘어져

모든 꽃마다 숨 쉬는 대기를 즐기고 있다고

나는 믿었다.



새들도 내 둘레에서 뛰며 놀았다.

저들의 생각을 나는 헤아릴 수 없어도

그들의 작은 몸짓마저도

짜릿한 기쁨인 듯했다.



이러한 믿음이 하늘에서 보내온 것이라면

이것이 자연의 거룩한 뜻이라면

오늘날 인간이 이룩해 놓은 것을

내 어이 슬퍼하지 않으리.



〈윌리엄 워즈워드〉



워즈워드 만큼 자연을 사랑한 시인이 또 어디 있을까. 그에게 자연은 신앙이었고 자연에서 무한한 생명력을 느꼈다. 그는 자연 속에서 기쁨과 달콤한 감정을 맛보았기 때문에 수많은 계곡, 호수, 초원 , 숲과 오솔길, 거친 산악 지대에 이르기까지 호수지역 구석구석에 그의 발자국을 남겼다.

자연에 내재된 무형 또는 유형의 오묘함은 사람의 마음을 깨우치는 무언가가 있다. 미국의 소로우도 자연에 대해서 1851년 8월 17일자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차가운 기운에 이슬이 맺히고 대기도 맑아진다. 그윽한 정적이

흐른다. 자연에 인격과 정신이 깃든 것 같고, 자연이 내는 소리

도 깊은 사색을 거쳐 나온 것만 같다. 귀뚜라미 울음소리, 콸콸

흐르는 시냇물, 나무들 사이로 몰려오는 바람, 이 모든 것들이

우주의 끝없는 진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자연의 소리들은

진지하면서도 듣는 이를 기운차게 만든다. 숲 속의 바람 소리에

심장이 격동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산만하고 천박했던 내가 숲

의 바람소리를 듣고 갑자기 영혼이 되살아난 것만 같다.

▲ 푸른 초원의 양떼들

자연 예찬에는 국경이 없다. 영국의 워즈워드의 시에서 미국 사상가 소로우의 생각을 느낄 수 있고, 소로우의 글에서 워즈워드의 시를 읽을 수 있다. 워즈워드는 호수지역을 관통하는 철도 공사 계획이 발표 되었을 때 자연 파괴와 순수한 인간성 피폐 우려를 이유로 이를 반대하였다. 이 결과 철도 계획은 중단 되었다. 워즈워드가 단체를 동원하여 실력저지로 맞선 것이 아니다. 그는 혼자였는데 정부는 개인의 주장에 승복하였다. 한 사람의 주장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적인 논리이면 들어주는 사회이다. 워즈워드의 지극한 자연 사랑이 호수지역의 자연을 지켰고, 오늘날까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미국의 소로우는 역시 그의 일기에 ‘여기 오두막과 냇가에 이르는 오솔길이 있다. 시인이라면 들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 이외의 길로는 걸으려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솔길을 걸으며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 마차길도 필요없다. 하물며 상업용 철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적고 있다. 이렇듯 나라는 다르지만 자연에 대한 생각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 워즈워드는 자연 경관에 심취되어 구석구석을 산책하였다. 워즈워드에게서 걷기는 그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자 시를 창작하는 방식이었다.

이 무렵 사람들에게 자연을 보는 안목이 생기게 되고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 이를 감상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싹터서 ‘여행’ 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겼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많은 사상가들, 문학 작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여행에 나서게 하였다. 그래서 호수지역도 자연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필자는 먼저 워즈워드의 삶을 느껴 보기위해 그의 생활공간부터 찾아보았다. 코커머스의 생가, 혹스헤드의 초등학교와 하숙집, 젊은 시절 거주하며 왕성한 詩作을 한 도브 코티지(그라스미어 소재), 말년을 보낸 라이달 마운트 그리고 그의 가족묘지가 있는 그라스미어 교회 등을 세 번에 걸쳐 돌아보면서 그의 숨결을 느꼈다. 그런 후에는 그가 산책하였던 자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을 찾아가는 버스 안에서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버스는 시골길을 천천히 가고 있었고, 내 옆 좌석에 머리가 하얀 노신사가 앉아 있었다. 차가 정류장에 정거하자 젊은 여인이 올라와서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옆의 노신사가 벌떡 일어서더니 그 여인에게 자리를 권한다. 그러자 그 여인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좌석에 앉는다. 젊은 여인은 딸 같은 연령인데 사양하지 않을뿐더러 미안한 기색도 없다. 레이디 퍼스트가 생활화 된 영국의 광경을 본 것이다.

혹스헤드 마을 주변에는 워즈워드가 뛰어 놀기 좋았을 법한, 구릉과 풀밭이 호수 언저리에 펼쳐져 있다. 전원 경치는 영국의 여류동화작가 비아트릭스 포터가 살았던 집「Hill Top」이 있는 니어 소래이(Near Sawrey)까지 이어진다.

▲ 더웬트 호수에 물새들이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더웬트 (derwent water) 호수는 이 지역 자연보호의 중심지 역할을 한 곳이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그곳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를 위한 모금을 시작하였을 때 각지에서 모금이 답지하였다.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보내지 못해 면목이 없네요. 더웬트 호수를 한번밖에 가본 적이 없지만 잊을 수가 없어요. 친구들에게도 모금에 참여하도록 부탁하렵니다.’ 또 어떤 사람은 ‘한번만이라도 호수지역을 보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지만 평생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앞으로 보러 갈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기꺼이- ’ 라며 돈을 보내오기도 하였다. 이렇게 해서 모인 모금액은 예상을 훨씬 넘어섰고 오늘 날 더웬트 호수와 숲은 영국 국민들의 휴양처가 되었다. 이 호수는 케즈윅 마을 중심지에서 남쪽으로 10여분 걸어가면 만나게 된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걷노라면 평화로움에 젖어 드는데 이때의 느낌이 바로 워즈워드가 표현한 달콤한 감정(Sweet mood)이 아닌가 싶다.

▲ 버터미어 호수는 평화와 희망이 함께한다.

또한 케즈윅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더웬트 호수를 지나가다 보면 그동안 보아온 것과는 전혀 다른 경치를 만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벌판과 험준한 산골짜기인데 예외다. 그런데 여기를 넘어서면 또 다른 비경을 만난다. 바로 버터미어 호수(Buttermere Water)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경치는 마치 숨겨진 보물 같다. 호수지역은 어디나 호수가 있고 숲이 있지만 이곳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한 오솔길이 있고 호수가 있다.

▲ 성주의 저택같은 그라스미어의 유스호스텔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우연히 얻은 행운이다. 전 날부터 그라스미어에 있는 버스랍 하우 (Butharlyp How) 유스호스텔에서 묵고 있었는데 아침이 되니 비가 쏟아진다. 그래서 오늘은 비도 내리고 하니 여행 기록이나 하고, 또 어제 밤 2층 침대에서 잔 뚱뚱한 사람이 어떻게나 코를 고는지 한숨을 못 잤기 때문에 하루를 쉬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젊은 친구가 들어온다. 누구냐고 하니 옆 침대가 자기 자리인데 코고는 사람 때문에 밖에서 자고 온다고 하면서 그 사람 쪽으로 곁눈 짓을 한다. 그러면서 Mark Denton이라며 자기소개를 하는데, 영국 동쪽 요크에서 왔고 이미 두 권의 사진집을 출간한 30대 사진작가이다. 이 젊은 친구가 오늘 버터미어 호수로 간다고 한다. 동승이 가능하냐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였고, 그래서 성진이와 함께 그곳으로 가게 되었다. 버스 타고서라도 갈려고 했던 곳인데 쉽게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차타고 가면서 물었다.

사진을 한 지가 얼마나 되느냐?

- 6년 되었다.

어느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 했느냐?

- 대학은 다니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사진집을 2권이나 출간 했느냐?

- 출판사에서 의뢰를 한다. 3권도 준비 중이다.

학위는커녕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는데-, 놀라운 사실이다. 능력과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 구조가 새삼 부러울 따름이다. 이 친구 세권 째 사진집이 출간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가끔 이메일을 보내온다. 호수지역, 특히 Derwent와 Buttermere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림 같은 마을은 나에게 지금도 꿈의 세계로 남아 있다.

/객원전문기자(전주대 역사문화컨텐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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