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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70>슬럼독밀리어네어
2009년 05월 14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2009년도 제81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각색, 음악, 음향, 촬영, 편집, 주제가의 8개 부문 상을 휩쓴 대니 보일 감독의 작품이다. 데브 파텔(자말), 프리다 핀토(라띠까), 마두르 미탈(살림), 아닐 카푸르(프렘) 등이 출연하며, 인도 사람들을 거의 대부분 캐스팅하고 주로 뭄바이에서 촬영한 발리우드적 할리우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인도의 비카스 스와로푸의 처녀작, <Q and A>를 원작으로, 퀴즈쇼 현장, 퀴즈쇼 이후 경찰의 취조 장면, 궁핍하고 절박한 지난 시절의 삶이라는 세 가지 시점이 교차 진행되는 일종의 버라이어티쇼 같은 분위기를 띤다.

대니 보일은 <트레인스포팅>, <비치>, <28일>같은 대표작들에서 하층민 출신의 인생역전 성공담이라는 신화적 내러티브를 자신의 감각적 영상연출과 접목시킴으로써 대중적 내러티브를 잘 보여주는 감독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도 역시 선명한 칼라 이미지의 장면들 사이사이에 흐르는 음악과 음향이 인상적이고 전통적인 발리우드 영화의 공식인 대규모 군무장면을 엔딩크레딧 사이에 삽입한 인도 뮤지컬의 풍미가 신선하다. 카스트 제도의 계층 간 갈등이라는 인도의 오랜 전통적 관습에 대한 객관적 시선과 한 여자를 향한 지순한 인간애라는 보편적 멜로드라마의 소재를 우리시대의 신화적 대박인생 코드와 접목시켜 감동으로 버물려 놓은 영화다.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 출신인 18세 고아소년 자말은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는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TV의 인기 퀴즈프로에 참가한다. 텔레마케팅 회사에서 텔레마케터들에게 차 심부름을 하던 자말은 처음 출연 당시 퀴즈프로 진행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냉소적 비웃음을 산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최종 라운드에까지 오르게 되어 1500루피에서 시작된 상금이 천만 루피까지 올라가자 자말은 인기 퀴즈 프로그램의 국민적 영웅이 된다. 그러나 최종우승 한 문제만을 남겨놓고 쇼가 끝난 그 날 밤 자말은 부정행위를 의심한 쇼 진행자 프렘에 의해 경찰에게 사기혐의로 체포된다. 협박과 고문을 당하는 도중 녹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첫 문제부터 문제를 풀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자말은 실토한다. 자말의 기억을 거슬러가는 지난 이야기는 빈부격차, 계급격차, 종교 갈등이라는 인도 사회의 내부 문제들을 배경으로 하는 파란만장한 인간사이다.

어린 시절 화장실 배설물을 온 몸에 뒤집어 쓴 채 군중 속으로 달려 들어가 유명연예인의 사인을 기어코 받아내던 자말에게 퀴즈 문제의 그 연예인 이름 맞추기는 고스란히 한 개인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리고 어린 자말이 한 때 타지마할에서 즉석사진을 찍어주는 일을 하다가 미국 여행자로부터 얻은 100달러짜리 지폐에 그려진 인물이 벤자민 프랭클린이라고 장님이 가르쳐 주던 장면은 그대로 살아있는 교육으로 자말의 뇌리에 각인된다. 이렇게 자말이 살아온 모든 순간순간이 퀴즈의 정답 실마리가 된다. 출제 문제는 하나같이 자말이 험난한 인생사에서 목도한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전화찬스를 이용하여 어렵사리 최종 문제마저도 맞춘다. 이어서 자말이 퀴즈쇼에 출연한 그 순수한 마음의 진짜 목적도 밝혀진다.

   
책 속의 활자 매체에 의한 지식보다는 삶에서 우러나온 총체적 경험의 지혜가 때로는 '지식 경마장'의 현대 사회에서도 '신화'처럼 '대박 인생'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소박한 꿈의 신기루를 잠시 맛보여 준 영화다. 주인공이 퀴즈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비현실적이라는 평도 없진 않지만 어차피 우리는 언젠가 있을 우리 앞의 대박 인생을 향한 신화적 꿈을 저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죽는 그 날까지.

/김성희 객원전문기자(백제예술대 창작시나리오과 교수,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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