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산책]<71>노벰버
[시네마산책]<71>노벰버
  • 새전북신문
  • 승인 2009.05.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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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노벰버-스페인, 2002, 104분, 아체로 마냐스(Achero Manas) 감독


전주국제영화제 10주년 기념으로 준비했던 ‘관객들이 선정한 다시 보고 싶은 상영작 5편’ 중에는 스폐인 감독 아체로 마나스의 <노벰버>가 포함되어 있다. <노벰버>는 2004년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예술(영화)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2004년 폐막식에 참석하여 무대 인사를 했던 아체로 마나스 감독은 "열아홉살에 혁명가가 아니라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마흔이 되어서도 혁명가라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 라는 처칠의 말을 인용한 후, "나는 지금 36세이다. 마흔이 되어서도 심장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라고 말하였다.



축제의 장으로써의 예술

영화는 연극 무대에서 죽은 동료 알프레도에 대한 회상으로 구성된다.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시점에서 1990년대 후반을 회고하기 때문에 허구적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는 <노벰버>는 이러한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페이크 다큐(Fake documentary)의 형식을 통하여 사실성을 더한다. 미래의 어느 한 시점, 노인 배우 그룹은 그들의 젊은 시절인 1990년대, 이상을 실현하려 했던 창조적인 예술가이자 극단 ‘노벰버’의 창시자였던 알프레도에 관해 인터뷰한다. 마드리드의 드라마 학교에 실증을 느낀 알프레도, 거리의 극장을 꿈꾸며 주위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극단의 제 1원칙은 돈을 받지 않는 것, 러시아 10월 혁명 그 이후, 새롭게 진행될 혁명을 꿈꾸며 창단된 극단 ‘노벰버’는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도구로써 예술을 실천한다. 무대가 아닌 거리와 일상 속에 적극 개입하여, 대중을 관객으로 머무르게 하지 않고 함께 호흡하며, 창조적인 예술을 표현하여 대중의 각성을 촉구한다.

순수한 예술로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행위예술의 형태로 거리 공연을 진행한다. 어떤 한계, 검열, 대중의 인기도 그들의 공연을 제약하지 못한다. 오직 그들의 이상, 열정, 그리고 자유로 가득할 뿐이다. 이와 같이 무거운 메시지 안에서도 <노벰버>는 축제의 즐거움을 놓치지지 않는다. 마드리드 거리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퍼포먼스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준다. 관객을 수동적인 위치에 세우지 않고, 예술 안의 주체로 참여하게 한다. 연극은 극장에 박제되어 있지 않고, 거리로 뛰쳐나가서 대중과 직접 소통한다. 그들은 예술을 삶으로 끌어 올리고, 유한을 뛰어넘어 예술 그 자체와 추구하는 정신에는 경계가 없음을 보여준다. 총구가 자신을 겨누게 되더라도 표적은 맞추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장전된 총으로써의 예술

스페인 시인 가브리엘 셀레야의 시구에서 인용한 ‘시는 미래로 장전된 무기다’는 감독 아체로 마냐스가 <노벰버>를 통하여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이다. 당시 프랑코 정권을 비판하기 위하여 시인이 썼던 표현을 아체로 마나스가 인용한 이유는 예술이 갖는 비판적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비판을 통하여 사회는 발전할 수 있고, 예술은 사회를 비판하는 도구로써 기능한다. 감독은 “예술이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극단 ‘노벰버’가 꿈꾸었던 이상은 실패한다. 그러나 그들의 실패는 좌절을 낳지 않는다.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고, 그 자체에 실패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로 이야기되어서는 안된다. 이상은 추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맑시즘적 사유를 함의하고 있는 극단 노벰버‘의 구성원은 기존의 관습과 양식을 파괴하려는 점에서 혁명가라고 할 수 있다. 스무살 청년이 혁명을 꿈꾸지 않는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이다. 뜨거운 심장과 무모한 열정, 무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알프레도는 감독의 분신이다. 마흔을 넘어서 심장을 잃지 않은 아체로 마나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김혜영 객원전문기자(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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