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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73>무쉐뜨
2009년 06월 04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영화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로베르 브레송’의 이름이 회자되는 건 독특한 그 만의 영화언어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의도는 이 영화 ‘무쉐뜨(1967)’에서 잘 확인할 수 있어서, 영화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특히 기존의 서사구조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카메라의 시선은 ‘촉각적인 영화표현’이라는 이름으로 읽혀지고 있다. 신과 인간의 일방적인 구원의 틀을 깨트리는 날카로운 시선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어느 시골 본당 사제의 일기(1950)’와 많이 닮아있다.

작고 가엾은 새 한 마리가 있었다. 지독한 가난과 관심의 결핍으로 외로움이 일상이 된 한 소녀 ‘무쉐뜨’의 이야기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으로 표현되고 있다.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주변의 현실은 바람 불고 비 내리는 자연의 일부처럼 작은 소녀를 둘러싸고 있다.

병든 엄마와 갓난아이인 동생을 돌봐야 하는 팍팍한 일상이 그 작은 소녀의 몫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밀주를 거래하는 일로 하루벌이를 하고, 그 돈으로 다시 술을 사마시며 알코올에 젖어 사는 의붓아버지와 오빠가 존재한다. 하지만 오히려 학대와 착취의 원흉일 뿐이다. 학교 선생님의 차가운 질책과 같은 반 아이들의 철저한 무관심은 영화를 지켜봐야 하는 관객의 마음을 답답함과 짠한 안타까움으로 가득 차오르게 한다. 사랑받을 자격이라는 것은 타고난 운명이어야 하는 것인지 소녀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의 어느 한 날, 밀렵꾼 ‘아르센’과 밀렵감시자 ‘마티유’는 무쉐뜨의 삶에 또 다른 중요한 갈등구조로 등장하고 있다. 엄마의 죽음과 주변 사람들의 냉소적이고 표면적인 관심 속에 스스로 언덕에서 굴러내려 삶을 마감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영화에서 비쳐지는 스토리의 전부라면 너무 짧다할 것인가.

그러나 감독은 처절하게 안쓰러운 한 소녀의 이야기를 결코 신파적이거나 눈물의 장치로 유인하지 않고 담담하게 표현하는 과단성을 보여준다. 대신 지극히 절제된 대사는 오히려 다가올 장면에 대한 추측과 암시를 떠올리게 하는 묘한 흡입력을 가진다. 또한 영화적인 지극히 영화적인 카메라의 시선들은 ‘시네마토그래피의 결정판’이라 부르는 사람들의 평가에 수긍할만한 근거를 남겨준다.

예를 들어 올무를 설치하는 아르센의 손동작과 이를 지켜보는 풀숲 사이 마티유의 눈동자, 일하는 소녀의 손동작과 젖은 앞치마 자락, 올무에 걸려 파닥이는 작은 새의 모습을 잡아내는 롱테이크, 사냥꾼의 총질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작은 숨을 토해내며 경련하는 토끼의 모습, 죽은 자의 모습에서 신의 경외심을 본다며 수의와 옷가지를 건네주는 노인, 그 모습에 야유하며 카펫에 신발의 오물을 닦아내는 소녀의 발을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 등이 그것이다.

영화란 화려한 수식의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아도 작가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 결코 완성도 있는 문학적 내러티브를 담지 않아도 느껴지는 - 영화적인 요소들을 발견하는 데 그 묘미가 있다 할 것이다.

영화는 엄마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내가 없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가슴속에 돌이 들어 있는 것처럼 마음이 무겁구나.” 이 절제된 장면은 작은 또 한편의 영화가 되어 마음속에 흔들린다. 또한 가장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엔딩은 영화가 마쳐진 후에도 한동안 숙연함을 남겨준다. 수의 한 자락을 몸에 붙이고 언덕에서 굴러 내리는 무쉐뜨의 작은 몸은 너무도 건조하다. 풀무덤에 걸린 몸을 이끌고 마치 놀이처럼 다시 굴러오던 작은 몸이 결국 수의 한 자락을 그대로 남겨둔 채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작게 흔들리는 물의 표면위로 들려오는 낮은 음악이야말로 영화적인 너무도 영화적인 청각요소 중 하나로 남겨진다.

/김경미 객원전문기자(미르기획 대표,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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